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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삶이 조금 불편할 뿐 행복지수는 최고인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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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삶이 조금 불편할 뿐 행복지수는 최고인 나라

입력
2019.12.23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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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박5일 라오스 여행기

라오스의 자랑거리인 에메랄드 빛 천연 풀장인 ‘블루 라군’. ‘꽃보다 청춘’, ‘미우새’에 방영되어 우리나라에서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강은주기자 tracy114@hankokilbo.com
라오스의 자랑거리인 에메랄드 빛 천연 풀장인 ‘블루 라군’. ‘꽃보다 청춘’, ‘미우새’에 방영되어 우리나라에서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강은주기자 tracy114@hankokilbo.com
방비엔에 있는 쏭강에서 아름다운 주변 환경을 즐기며 카약킹 체험을 할 수 있다. 강은주기자 tracy114@hankokilbo.com
방비엔에 있는 쏭강에서 아름다운 주변 환경을 즐기며 카약킹 체험을 할 수 있다. 강은주기자 tracy114@hankokilbo.com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엔의 야시장에서 팔고 있는 미술작품들. 이국적인 풍경이 여행자의 눈길을 끈다. 강은주기자 tracy114@hankokilbo.com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엔의 야시장에서 팔고 있는 미술작품들. 이국적인 풍경이 여행자의 눈길을 끈다. 강은주기자 tracy114@hankokilbo.com

라오스는 어떤 나라?

라오스는 동남아시아의 인도차이나 반도 중앙부에 있는 내륙 국가이다. 인구는 약 700만 명으로 한국교민은 1만 명 정도가 거주하고 있다. 국토의 면적은 2,300만ha로 한반도의 1.1배이며 수도는 비엔티엔이다. 국토의 80%가 산악, 구릉, 고원지역이며 중국, 베트남, 태국, 미얀마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다. 기후는 열대몬순의 영향으로 고온 다습하며, 남서풍이 부는 우계와 북동풍이 부는 건계로 나뉜다. 기온의 변화는 건기(12~2월)에는 16~21℃, 우계 직전(3~4월)에는 32℃ 이상, 우계(5~10월)에는 27℃ 정도이다.

대표적인 도시로는 수도 비엔티엔과 루앙프라방, 방비엔을 들 수 있다. 비엔티엔의 사전적 의미는 '백단향의 도시'(Snadalwood City) 또는 '달의 도시'(Moon City)이며 시내에는 15만 명 정도가 거주하며 외곽지역에는 50만 명 이상이 거주한다. 시내는 메콩강을 따라 좁고 길게 늘어져 있으며 강 건너 태국 넝카이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생필품 등 전반적으로 태국에 의존하고 있으며 메콩 강을 건너는 우정의 다리를 통해 태국과 일일생활권에 있다. 제2의 도시인 루앙프라방은 라오스 유일의 통일왕조였던 란쌍(백만 마리 코끼리) 왕국의 고도로 현지인들은 므엉루엉이라고 부른다.

1893년부터 프랑스의 보호령이 되어 지배를 받다가 프랑스령 인도차이나연방의 일부가 되었고 1949년 7월 독립하였다. 1975년 공산혁명을 통해 사회주의국가가 되었다.

일찍이 인도문화의 영향을 받은 라오스는 국민의 90%가 소승불교(남방불교, 상좌불교)를 믿는 불교국가이다. 윤회설에 의해 전생 업에 의해 현생을 살아간다고 믿으며 과거의 업(카르마)을 받아들이며 현실에 순응하며 산다.

시차는 2시간이 느리며 화폐 단위는 킵(KIP)이다. 라오스는 2012년 뉴욕타임즈가 선정한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로 꼽히면서 관광지로 떠올랐다.

라오스 비엔티엔에 있는 독립기념문 ‘빠뚜사이’ 전경. 강은주기자 tracy114@hankokilbo.com
라오스 비엔티엔에 있는 독립기념문 ‘빠뚜사이’ 전경. 강은주기자 tracy114@hankokilbo.com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곳, 라오스

여행 1일차, 18일(수) 새벽 4시30분.

“따르릉”

“강은주 씨, 빨리 나오세요!”

‘허걱! 이 무슨 마른하늘에 날벼락같은 소리인가. 오늘이 여행 출발일이라니!’

내 휴대폰 일정표에는 내일(19일 목요일)이라고 당당하게 적혀있었는데……. 여행 가기 전에 할 일 다 하고 맘 편하게 가자고 전날 밤 늦게까지 일하고 막 잠들었던 지라 정신이 혼미했다. 순간적으로 ‘포기할까’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미 손발은 초인적인 힘으로 짐가방을 싸고 바람같이 집을 나서고 있었다. 김해공항에 7시까지 도착해야 일행들과 합류할 수 있었다.

새벽녘 고속도로는 한치 앞도 안 보일 정도로 안개가 자욱하게 내려앉아 있었다. 정신없는 와중에도 미지의 세상으로 향하는 기대감과 설렘으로 영화 같은 한 장면을 만끽했다. 아슬아슬하게 시간에 맞춰 김해공항에 도착했다. 짐을 부치고 겨우 한숨을 돌렸다. 그제야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을 보니, 꾀죄죄하지만 나름 파격적인 공항패션이었다.

5시간가량의 비행을 마치고 드디어 라오스 왓따이 공항에 도착했다. 오늘은 시차 덕에 2시간을 되돌려 하루가 26시간이 되었다. 겨울에서 온 여행자에게 따뜻한 공기는 기분 좋게 느껴졌고 공기의 냄새도 좋았다. 다른 동남아국가에 비해 향신료 냄새도 나지 않았다.

“사바이디!” 라오스 인사말이다. 한국인 가이드와 라오스인 가이드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라오스는 반드시 현지인 가이드를 동행해야 한다. 자국민 일자리 창출 보호정책으로 보인다. 제일 인기 직업은 공무원이고 그 다음이 관광가이드라고 한다. 라오스인 관광가이드 미키 씨는 존재 자체로 할 일이 끝이었지만, 표정이나 옷매무새가 상당히 세련되고 인텔리였다.

라오스는 4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고 주변국들로부터 외침이 많았던 나라다. 불교 사원의 80%는 전쟁으로 소멸되었고 20% 정도만 유적으로 남아있다. 불교국가답게 제일 먼저 ‘왓 시므앙’ 사원을 관광했다. 라오스인들이 신성하게 여기며 일상적인 소원을 빌 때 찾는 곳이라고 한다. 스님께서 마텐(손목에 실을 묶어주며 축원을 하는 의식)을 해주셨다. 자연적으로 끊어질 때까지 손목에 차고 있으면 장수한다고 했다.

라오스인들이 신성시 여기는 왓 시므앙 사원 앞에서 영대법률20기 회원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현장에는 라오스인 사진작가들이 허락도 없이 찍은 사진을 1달러에 팔고 있다. 강은주기자 tracy114@hankokilbo.com
라오스인들이 신성시 여기는 왓 시므앙 사원 앞에서 영대법률20기 회원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현장에는 라오스인 사진작가들이 허락도 없이 찍은 사진을 1달러에 팔고 있다. 강은주기자 tracy114@hankokilbo.com
라오스 매콩강변 야시장에서 흔히 팔고 있는 길거리 음식. 강은주기자 tracy114@hankokilbo.com
라오스 매콩강변 야시장에서 흔히 팔고 있는 길거리 음식. 강은주기자 tracy114@hankokilbo.com

새벽부터 집을 나와서 제대로 먹은 것도 없으니(저가 항공사라 기내식이 제공되지 않았다)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요란했다. 첫끼는 한식으로 불고기였다. 라오스는 이미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다녀간 표시가 났다. 어디를 가나 한국어 표기에 한국보다 더 한국적인 음식이 손님을 맞았다. 김치, 무채 무침, 감자볶음은 기본으로 제공되는 밑반찬이었다. 라오스 전통식을 기대했는데 약간은 실망스러웠다. 날씨 탓인지 신선한 각종 야채들이 식탁마다 푸짐하게 제공되었다. 채식을 좋아하는 나는 너무 좋았고 만족스러웠다.

라오스 수도 비엔티엔에서 가장 높은 25층 건물인 무엉탄 호텔(5성급)에 짐을 풀었다. 라오스는 마사지 천국이라고 했다. 일행들과 단체로 예약된 마사지 숍으로 갔다. 마사지는 나라마다 저마다의 개성이 있는데 라오스 마사지가 단연 최고라고 한다. 젊은 여자들이 성심성의껏 몸을 풀어줬다. 피로가 확 풀렸다. 팁은 기본 예의인 듯했다.

어스름해지자 메콩강 건너 태국이 보이는 강둑에 야시장이 형성됐다. 집을 나오면서 결심한 바가 있었다. '절대로 사지 말자'고. 결심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마음은 이미 라오스 전통 상품에 푹 빠져있었다. 누구나 산다는 코끼리 바지와 전통문양이 그려진 원피스, 버젓이 진열되어 팔리는 짝퉁 GG슬리퍼 등 이미 양손에는 봉다리 봉다리 들려있었다.

라오스 국민의 68%는 라오 룸 족이다. 22%를 차지하는 라오 퉁 족은 주로 고산 지대에 거주하는 몽-크메르 계에 속한다. 여성들은 다른 동남아인에 비해 피부가 희고 작은 얼굴에 몸매가 날씬했다. 동서양을 섞어놓은 듯한 미인들이 많았다. 여자들은 ‘씬’이라는 전통 의상을 주로 입는다. 야시장에는 신발도 신지 않은 어린아이들이 지갑을 여는 관광객을 따라다니며 적선을 요구한다. 마음이 아파서 한 아이에게 1달러를 줬더니 주변에서 아이들이 떼를 지어 몰려들었다.

라오스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으로 있는 수천 개의 불상이 전시되어 있는 왓 시사켓 사원 모습. 강은주기자 tracy114@hankokilbo.com
라오스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으로 있는 수천 개의 불상이 전시되어 있는 왓 시사켓 사원 모습. 강은주기자 tracy114@hankokilbo.com

버려진 나라, 라오스

여행 2일차, 프랑스 개선문을 본따 만든 독립기념문 빠뚜사이(승리의 문)를 관람했다. 미국에서 노후한 활주로 건설을 위해 시멘트를 지원했는데 엉뚱하게도 라오스는 독립기념문을 건설했다. 그래서 '수직 활주로'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독립기념문 계단을 따라 꼭대기에 올라가면 비엔티엔 시내의 나지막한 건물들과 평화로운 전경을 구경할 수 있다. 라오스 건국신화가 그려진 독립기념문 천정은 포토 존으로 유명하다. 우리도 시원한 분수를 배경으로 단체기념촬영을 했다. 기온이 35도까지 올라가서 몹시 더웠다.

비행기에서 라오스 땅을 내려다보면 붉은 황톳길이 구불구불 이어져있다. 이것이 라오스의 도로다. 라오스는 철도가 없다. 프랑스는 식민지 통치 때 항만이 없는 내륙국가인 라오스에 투자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고 수탈만 했다. 월남전 때 라오스 몽족은 미국을 도와 베트콩과 싸웠지만 미국은 패전 후 몽족을 버리고 떠나버렸다. 라오스는 ‘버려진 나라’였다.

라오스는 1997년 아세안에 가입하면서 조심스레 국제사회로 나오고 있다. 그 후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받아들이고 문호를 개방했다. 중국은 일대일로 정책의 일환으로 라오스에 고속철도를 건설 중이다. 라오스는 UN이 선정한 세계 최빈국 중 하나로 모든 건물을 외국의 원조로 짓고 있다. 건물 앞에는 라오스 국기와 건물을 지어준 원조국 국기가 나란히 걸려 있다.

비엔티엔에서 방비엔까지 긴 여정이 시작되었다. 울퉁불퉁한 석회암 지형인 고산지대 산길을 4시간가량 달려갔다. 아직 라오스는 사회간접자본 시설과 관광인프라가 열약한 나라다. 황토 흙바람이 도로와 집들을 뽀얗게 덮쳐도 민원 넣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참 무던한 사람들이다. 라오스에는 자동차 경적소리, 싸움, 장례식장 울음소리가 없다고 한다.

커피천국 라오스

여행 3일차, 라오스는 고산지대가 많아 질좋은 커피 생산국이다. 프랑스의 영향으로 빵도 수준급으로 굽는다. 아침 식사로 제공되는 빵과 커피, 신선한 야채는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과 어우러져 지친 영혼을 위로하기에 충분했다. 먹고 자고 놀고 마시지 받고 천국이 따로 없었다. 일상탈출의 자유와 여유로움을 제대로 만끽했다. 이곳은 살바도르 달리의 ‘늘어진 시계’처럼 모든 것이 천천히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았다. 한솥밥을 먹으니 일행들과 더욱 친해졌고, 이제까지 느끼지 못했던 개개인의 색다른 면모가 눈에 들어왔다.

산수화의 극치, 소계림이라 불리는 방비엔은 때 묻지 않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활용한 액티비티한 관광코스로 서양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뒤뚱뒤뚱 걸으며 장난기도 발동하는 코끼리 탑승과 정글 짚라인 체험, 쏭바강을 따라 카약을 타고 내려가는 카약체험, 튜브타고 동굴체험, 버기카 투어 등 즐길 거리가 많다. 에메랄드 빛 천연 풀장인 ‘블루 라군’은 ‘꽃보다 청춘’, ‘미우새’에 방영되어 우리나라에서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방비엔에는 때 묻지 않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활용한 액티비티한 관광코스가 여행객을 기다린다. 버기카를 타고 비포장도로를 40분간 달리고 나면 먼지를 뽀얗게 뒤집어 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강은주기자 tracy114@hankokilbo.com
방비엔에는 때 묻지 않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활용한 액티비티한 관광코스가 여행객을 기다린다. 버기카를 타고 비포장도로를 40분간 달리고 나면 먼지를 뽀얗게 뒤집어 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강은주기자 tracy114@hankokilbo.com
김천일(영대법률20기) 회장이 라오스에서 코끼리 탑승 체험을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강은주기자 tracy114@hankokilbo.com
김천일(영대법률20기) 회장이 라오스에서 코끼리 탑승 체험을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강은주기자 tracy114@hankokilbo.com

어린 나라 젊은 나라, 라오스

여행 4일차, 라오스의 상징이며 부처님 사리가 있는 ‘탓루앙’을 관람했다. 탓루앙은 라오스에서 가장 신성하게 여겨지는 불교 유적이자 국가의 상징이다. 중앙에 높게 솟은 탑은 45미터로 연꽃 봉우리를 형상화하고 있다.

와상도 유명한 볼거리다. 라오스는 보통 3박4일 일정으로 코스를 짜는데 우리 팀은 비행기 표를 못 구해서 하루는 쇼핑투어로 소일했다. 여행지에서 쇼핑은 즐거움의 한 몫이다. 이국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라오스 야시장은 관광객의 지갑을 열기에 충분했다.

라오스에는 맥주와 시멘트 공장밖에 없다. 교통망이 확보되지 않아 생필품의 대부분을 태국에 의존하고 있다. 티크목, 편백나무, 침향나무, 고무나무 등 임산물이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천연기념물 수준의 500~600년 된 나무들을 가지치기할 정도로 산림이 우거졌다. 사포닌 함량이 인삼의 5배라는 검은 생강과 계피도 유명하다. 집 밖에 나가면 바나나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고 도로에는 소, 염소, 닭들이 한가하게 지나간다. 굳이 열심히 일할 이유가 없다. 라오스는 인구의 70%가 39세 미만으로 어린아이가 많은 젊은 나라다. 잠재력이 많은 나라다.

여행은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시간

일상을 집어던진 혁명은 이렇게 끝이 났다.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면 예전과는 다른 생각들이 나를 지배할 지도 모를 일이다. ‘여행은 가장 엄격한 선생’이라 했던가. 여행 기간 동안 내 일상을 등한시한 여파는 그리 오래가지는 않겠지만 라오스에 대한 기억의 값어치는 영원하겠지. 이번 여행에서 찍은 사진과 기념품 몇 개는 앞으로 내가 소장할 귀중한 추억으로 기억의 일부분이 될 것이다. 보석함을 열 때마다 태엽이 풀리면서 들리는 모차르트의 음악처럼…….

강은주 기자 tracy11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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