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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놓고 ‘농심’만 끓여먹는 ‘라끼남’… PPL, 이젠 직설적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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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놓고 ‘농심’만 끓여먹는 ‘라끼남’… PPL, 이젠 직설적이네

입력
2019.12.10 04:40
수정
2019.12.10 16:23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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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라끼남' 유튜브 영상에는 농심의 안성탕면과 육개장 등이 그대로 노출된다. CJ ENM 제공
tvN '라끼남' 유튜브 영상에는 농심의 안성탕면과 육개장 등이 그대로 노출된다. CJ ENM 제공


예능 프로그램에서 강호동은 ‘육봉’ 강호동 선생이다. 한 번에 라면 여섯 봉지를 끓여먹는다고 붙여진 별명이다. 특히 그가 좋아하는 농심 안성탕면이다. tvN이 2015년 방송한 ‘신서유기5’에서 라면 제품을 맞히는 문제를 풀며 “평소 열 번 중 여섯 번은 안성탕면을 먹는다”고 말했을 정도다. tvN이 지난 6일 첫 방송한 ‘라끼남: 라면 끼리는(끓이는) 남자’는 라면 이름 따라 강호동에게 안성맞춤이다. 지리산 등 전국을 돌며 라면을, 그것도 대놓고 ‘농심’이라는 특정 회사 라면만 집중적으로 끓여먹는 10부작 프로그램이다.

방송 간접광고(PPL) 시장이 노골적으로 변하고 있다. 안 그런 척 노출하려다 보니 오히려 어색하고 거부감을 안기는 방식은 사라지고 있다. 그 대신 후원 업체 제품을 원천으로 삼아 프로그램을 만드는 경우가 늘어나는 추세다. 방송사가 만드는 게 프로그램인지, 광고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PPL 변화의 중심엔 나영석 PD 사단이 있다. 지난달 29일 종영한 ‘신서유기 외전: 삼시세끼 – 아이슬란드 간 세끼(아간세)’ 유튜브 영상에선 호빵회사 ‘삼립’을 노출시켰다. 은지원과 이수근이 삼립호빵 글자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출연하기도 했다.

‘라끼남’은 한층 더 노골적이다. 첫 회부터 농심 라면 전 제품이 등장하고, 강호동은 직접 라면을 고른다. 심지어 유튜브 프로그램 로고 자체를 아예 강호동이 안성탕면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정했다. 출연자만 노골적인 게 아니다. 나 PD까지 유튜브 생방송에 나서서 “어릴 적부터 농심만 먹었다”며 “전폭적인 후원 속 ‘라끼남’을 만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tvN '신서유기 외전: 삼시세끼 - 아이슬란드 간 세끼'에선 은지원(왼쪽)과 이수근이 삼립호빵을 홍보한다. 유튜브 ‘채널 십오야’ 캡처
tvN '신서유기 외전: 삼시세끼 - 아이슬란드 간 세끼'에선 은지원(왼쪽)과 이수근이 삼립호빵을 홍보한다. 유튜브 ‘채널 십오야’ 캡처

일단 반응은 뜨겁다. 두 편으로 나눠져 공개된 ‘라끼남’ 1부는 사흘 만에 각각 유튜브 조회수 110만을 돌파했다. 시청자들의 거부감도 적었다. 광고성 프로그램인 걸 잘 알고 있지만, 유쾌하게 풀어내는 방식에 오히려 박수를 보내는 이들까지 있었다. 아예 ‘안성탕면 CF 모델로 강호동을 기용하라’는 댓글도 달렸다. 업체도 좋은 기분을 감추지 않았다. 농심 관계자는 “나 PD 측에서 라면 예능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며 먼저 (PPL을) 제안했다”며 “젊은 시청자와 소통하기 위한 창구로서 ‘라끼남’이 활용 가치가 높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케이블 방송사로선 새 활로를 개척했다는 평가다. 기업들은 유튜브 콘텐츠가 TV보다 더 큰 홍보 효과가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장성규가 일일 아르바이트를 하는 JTBC 온라인 콘텐츠 ‘워크맨’은 PPL로 한 편에 1억원씩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계 기준으로 올해 두 번째로 크게 성장한 채널로 꼽히면서 계약 문의가 쇄도한다는 후문이다. 시청자들의 몰입감이 높아 유명 TV프로그램의 광고 비용과 비교하면 오히려 더 효율적이란 말도 나온다. 온라인 광고업체 관계자는 “아무리 낮게 책정해도 ‘라끼남’도 회당 1억원 이상 받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상파 방송의 고민은 되레 깊어가고 있다. 케이블들처럼 유튜브를 적극 활용할 수 없어서다. TV 광고 수익은 날이 갈수록 줄어드나, 프로그램 개선이라는 두루뭉술한 목표 외엔 뾰족한 수가 없다. 일각에선 CJ ENM이 방송사의 선을 넘었다는 비판을 내놓기도 한다. 지상파 방송 관계자는 “법적으로 ‘라끼남’과 같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문제는 없다”며 “케이블 채널과 달리 거센 비판이 예상돼 쉽사리 진입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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