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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 초과근로, 경영상 사유도 허용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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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 초과근로, 경영상 사유도 허용 추진

입력
2019.11.18 18:51
수정
2019.11.18 21:2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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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특별연장근로 인가 요건 완화”… 업무 폭주 등 경우에 일시적 허용 

 中企 52시간제 최대 18개월 유예… 勞 “노동시간 단축정책 포기” 반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1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브리핑실에서 열린 '주52시간제 입법 관련 정부 보완대책 추진 방향' 설명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1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브리핑실에서 열린 '주52시간제 입법 관련 정부 보완대책 추진 방향' 설명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근로자의 동의가 있으면 한시적으로 주52시간 근로시간 규제를 풀어주는 특별연장근로 인가 요건을 완화한다. 천재지변 등 특별한 사유에 한해 허용하던 요건을 ‘경영상 사유’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는 시행규칙을 개정해 일시적으로 업무가 폭증하는 경우, 이를 허용할 방침이지만, 판단근거가 모호해 노동계는 “정부가 노동시간 단축정책을 포기했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추진해 온 주52시간제 보완입법인 탄력적 근로시간제(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입법이 국회에서 교착 상태에 빠지자 내놓은 대책이다. 정부는 내년 1월부터 주52시간제가 도입되는 중소기업(종사자 50인 이상 299인 이하)에게는 최대 1년6개월까지 위반 사업자에 대한 처벌을 유예하는 계도기간도 주기로 했다.

 

 ◇중소기업 계도기간 최대 1년6개월까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탄력근로제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우선 주52시간제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연말까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최대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특별연장근로제도와 관련된 시행규칙을 내년 1월 중에 개정할 방침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특별연장근로(제53조제4항)는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고용부 장관의 인가와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 주52시간제가 허용하는 주12시간의 연장근로시간을 초과해 일할 수 있게 한 제도다. 초과근로시간의 상한선도 없다. 고용부는 ‘특별한 사정’을 ‘경영상 사유’까지로 넓힌다는 계획이다. 한 달 단위로 제도 활용 신청을 받고 재신청도 허용할 예정이다. 고용부는 지난 7월 일본이 수출규제 품목의 연구개발(R&D) 분야에 대해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면서, 이를 재난 및 이에 준하는 사고로 해석한 바 있다.

주52시간 관련 정부 보완대책. 그래픽=송정근 기자
주52시간 관련 정부 보완대책. 그래픽=송정근 기자

이재갑 장관은 또 50인 이상 299인 이하 사업장에 대해 최소 9개월 이상의 충분한 계도기간을 부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고용부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일괄적으로 1년의 계도기간을 부여하고 기업 규모 등에 따라 3~6개월 추가 기간을 인정하는 내용이 될 전망이다. 탄력근로제 등 보완입법이 이뤄지더라도 하위법령 준비 작업 등을 위해 계도기간은 운영한다. 이 밖에도 구인난을 겪는 중소기업 지원책으로 사업장별 외국인 고용허용한도(E-9)를 한시적으로 20% 상향조정하고 동포(H-2) 허용업종 확대도 추진한다.

 

 ◇‘경영상 사유’ 범위 모호해 남용 가능성 

정부는 이번 보완책이 주52시간제의 연착륙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근로시간 단축정책’의 큰 틀이 흔들린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을 통해 “정부가 강력한 정책 추진의 의지보다는 ‘보완’이라는 이름으로 애매모호한 시그널을 기업에 보내왔으니 어떤 기업이 최선을 다하겠냐”고 비판했다. 특히 특별연장근로 남용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 장관은 “갑자기 사업장 기계가 고장이 나서 수리를 해야 하는 상황 등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게 시행규칙을 개정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어느 선까지를 상위법령에 명시된 ‘특별한 사유’에 부합한 ‘경영상 사유’로 판단할지가 모호하다. 독일의 경우 대량 리콜사태, 화재나 침수 등으로 원료ㆍ생필품의 부패나 작업결과 실패 우려가 있는 경우 등에 대해서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기도 하지만, 장시간 노동이 일반적이지 않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장은 “특별연장근로는 재해 등의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대비한 제도인데, ‘경영상’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대한 기준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주52시간제 도입 이후 가파르게 증가한 특별연장근로 신청 건수는 올해(10월 기준) 826건(승인 787건)으로, 지난해 270건(204건)의 3배가 넘는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에서 “매해 폭설이나 방제작업 등 '일시적 업무량 급증'에 동원돼 과로사하는 공무원 노동자가 한둘이 아니다”라며 제도 남용 가능성을 지적했다.

다만 국회의 보완입법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불가피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용성을 높이려는 이번 보완책 취지를 이해한다”면서도 “계도기간이 끝난 후에는 중소기업이 주52시간제를 모두 준수하도록 어떻게 역량을 키워줄 수 있을지 그 지원책을 더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연말까지 국회에서 탄력근로제 확대에 대한 입법이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김학용(자유한국당)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은 이날 정부 발표에 대해 성명서를 내고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19일)에 앞서 대통령 체면을 살려주기 위한 행정조치카드”라고 평가절하하면서, 탄력근로제 6개월 단위기간 확대와 함께 선택근로제 기간 연장 등도 처리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음달 9일 마무리되는 정기국회 일정상 이달 안에는 개정안이 상임위인 환노위를 통과해야 연내 입법이 가능하다.

세종=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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