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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혁 “MBN 위법성 종합적 판단… 여론 수렴 절차까지 밟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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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혁 “MBN 위법성 종합적 판단… 여론 수렴 절차까지 밟을 것”

입력
2019.11.18 04:40
수정
2019.11.18 13:4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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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장 인터뷰… “재승인 조치, 시청자 불편ㆍ고용 문제까지 고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미디어 분야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며 언론시민단체에서도 오래 일했다. 운동권 출신인 그는 “군사정부 시절 왜곡 보도를 보며 언론 문제를 많이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한호 기자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미디어 분야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며 언론시민단체에서도 오래 일했다. 운동권 출신인 그는 “군사정부 시절 왜곡 보도를 보며 언론 문제를 많이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한호 기자

10여년 전 방송ㆍ통신계에는 ‘컨버전스(Convergenceㆍ융합)’라는 말이 유행했다. 방송과 통신의 경계가 사라지고 두 분야가 합쳐지는 시대적 경향을 반영했다. 최근엔 ‘미디어 빅뱅’이 방송ㆍ통신계에서 자주 언급된다. 방송ㆍ통신 융합에 따라 미디어산업에 대폭발이 일어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빅뱅’으로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하나 한국의 방송ㆍ통신계는 낡은 법ㆍ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다. 방송과 통신 사이 법과 규제가 만들어 낸 칸막이가 여전히 존재하고, 지상파방송과 케이블방송 등에 각기 적용하는 법ㆍ규제가 제각각이다. 해결해야 될 사안은 많고, 각 회사와 단체별 의견은 첨예하다. 방송ㆍ통신 업무를 관장하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위원장의 어깨가 유난히 무거운 이유다. 지난 14일 과천정부청사에서 만난 한상혁 방통위 위원장은 여러 예민한 현안에 대해 조심스럽게 입장을 표명했다.

-방송 쪽에 특히 일이 산적해 있다. 지금 방송 환경에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경제 규모가 커져야 광고시장 규모도 커지는데 지금은 성장이 정체된 상황이다. 글로벌 매체는 자본력으로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국내 전통 미디어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모르는 상황이다. 첫 번째로 중요한 것은 미디어들이 경쟁력을 갖추는 거다. 정부 쪽에서 새로운 규제 틀과 지원안을 마련해야 한다. 각 분야 의견을 모아 새 제도를 만들어야 공생할 수 있는 구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방송 전송 방식에서는 구분이 사라진 시대다. 그러나 지상파냐 케이블이냐에 따라 비대칭 규제가 존재한다.

“비대칭 규제에는 중간광고뿐 아니라 미디어렙(방송광고 대행사ㆍ공영방송 KBS와 MBC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를 통해, SBS와 종합편성 채널 등 케이블방송은 자체 대행사를 통해 광고 영업을 한다) 문제도 있다. 방송 편성 비율도 차이가 있는 등 복잡한 상황이다.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당시 막 출범한 종편의 시장 안착을 위해 비대칭 규제가 만들어졌다. 이제 종편은 시장 안착했고, 실적도 올라가 있다. 비대칭 규제는 해소해야 한다. 지상파 방송 중간광고는 시청권 문제 때문에 시민단체 등에서 반대한다. 공영방송의 국민 신뢰 회복이 전제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나 중간광고는 빠른 시일 내 해결해야 할 문제다.”

-KBS와 MBC의 경영진 구성이 정부 여당 영향에 놓일 수밖에 없다.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지배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공영성은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 제작진의 제작자율성이 맞물려 이뤄진다. 독일 공영방송 ZDF는 독립성이 철저히 보장된 지배구조라고들 하는데, 그들도 정치권력의 영향을 받는다고 하더라. 독립성을 완전히 보장할 제도는 없는 듯하다. 한때 특별다수제(사장 선임 등에 재적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 주장이 나왔으나 그 제도로는 어떤 사안을 결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공영방송 사장을 국민참여 형식으로 선출하는 안도 있으나 현실적인 제도로 정착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중립지대 이사 선임 안도 있다.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된 인사를 이사진에 포함시키는 제도다. 실현 가능하면서도 공영방송 독립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가 무엇인지 의견을 모아나갈 필요가 있다.”

-KBS가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는 지적이 있고, 국가 재난방송으로서 역할이 미흡하다는 비판도 많다.

“KBS는 공영방송에 부여된 사회적 책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재난방송은 그중 일부다. 장사는 안 돼도 우리 사회가 꼭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도 만들어야 하는데 재원이 문제다. TV수신료 인상은 10년 넘게 묶여 있는 상황이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지금 상황에선 인상 논의가 쉽지 않다. 공영방송 틀을 새로 짜는 과정에 같이 논의해야 한다. 일단 현 상황에서는 KBS의 엄정한 자구노력이 필요하다. 지금도 할 수 있는 것은 하나하나 해가고 있다고 본다. 그게 충분한지에 대한 평가는 결국 국민들이 할 것이다. 재원 부족으로 국민이 겪는 불편함이 클 수 있는데, 저희가 지원책 마련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난방송 관련 지원예산을 편성해서 장비도 고도화해야 한다.“

-종편 MBN이 출범 당시 임직원 명의로 차명 대출을 받은 사실이 최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종편 재승인 심사를 보다 엄격하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다.

“재허가(지상파 방송)ㆍ재승인 심사는 법과 절차에 따라 엄격하게 해야 한다는 원칙을 다시 한번 명확히 말하고 싶다. 재허가ㆍ재승인 자체가 탈락을 전제로 설계된 제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부분 모자라는 부분을 충실히 이행할 조건으로 조건부 재승인ㆍ재허가가 있어 왔다. MBN 등 문제가 제기된 방송사들이 있는데, 불법성이 국민 입장에서 정말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이라면 특단의 조치를 내리겠다. 그런 판단을 하기까지는 사실관계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지상파나 종편이든 방송사업권을 따내 국민들을 향해 방송하니 그들에게 책무가 있다. 책무를 더 잘 이행하도록 독려하는 것이 방통위 역할이다.”

-검찰은 자본금 허위 납입 등 혐의로 MBN을 기소했다. 현재 상황에서도 승인 취소 등 행정처분이 가능한 것인가.

“위법의 정도, 불법의 정도가 심하면 승인 취소까지 가능하다는 말은 여러 차례 했다. 위법 수준이 승인 취소 정도 수준에 달하는지 그렇지 않은지 사실관계에 대한 엄밀한 검토와 의견수렴 절차도 필요하다. 이런 잘못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라고 국민에 여쭈고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 보던 방송이 갑자기 없어졌을 때 시청자가 불편한 면도 있다. 고용 노동자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일부 정치적 의견을 가지고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 전문가 의견도 듣는 등 종합적인 절차가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종편 의무재송신(케이블채널과 IPTV에 의무 전송)은 이제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방통위는 의무재송신 문제에 대해 폐지로 입장을 정리해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의견을 제출해 놓은 상태다. 과기부에서 최종적으로 의결하는 절차만 남아 있다(IPTV는 통신 영역이라 과기부의 결정이 필요함). 특별한 이견이 없어 오래 걸릴 거 같지 않다.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되지 않을까.”

-방통위와 과기부로 업무가 나뉘고 방송법과 통신법 규제도 제각각이라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당초 방통위는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가 합쳐져 만들어졌는데, 이후 방통위와 과기부로 (방송과 통신) 일부 영역이 나눠졌다. 곳곳에 비효율성이 있고, 업무 공백이 생기는 건 현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장 자체가 변해서 예전 틀처럼 방통위로 일원화해서는 해결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산업 문제에 대해 다시 설계를 하고 이를 기반으로 좀 더 큰 틀에서 거버넌스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이효성 전 방통위 위원장이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퇴임하고, 최근 고삼석 위원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일각에선 외압설도 나온다.

“방통위는 정부 정책을 집행하는 행정기관이다. 독립성 때문에 임기제와 합의제라는 제도를 둔 거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지 않고 제3의 선출 방식을 생각할 수는 없다. 상임 위원 일부는 대통령이 임명하고, 일부는 의회 권력이 나눠서 임명하는 제도를 대체할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상임위원 5명 중 대통령이 위원장 포함 2명 임명, 여당 1명 추천, 야당 2명 추천). 그 결과 정치권의 영향을 완벽히 배제할 수 없다. 위원 의사에 반해 일방적 해임 할 수 없다. 하지만 본인이 사직 의사 표명하면 어쩔 수 없지 않나.”

-방송사가 주로 생산하는 국내 동영상은 방송법이 적용되지만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외국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는 규제가 덜한 통신법이 적용돼 논란이 많다.

“궁극적으로는 동일서비스 동일규제 원칙이 정립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독일은 전송수단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해당 콘텐츠나 해당 서비스가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 크기로 규제를 달리한다. 상식적으로 보면 맞는 거 같다. 동일서비스 동일규제 원칙을 만들어도 국내 OTT에는 집행되고 해외 OTT에는 집행되지 않는 차별이 발생할 수도 있다. OTT를 일반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규제책을 마련하고 해외 OTT도 이를 지킬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권고하고 필요하면 조사도 해야 한다.”

-인터넷망 이용 대가 산정을 두고 구글 등 글로벌 기업에만 유리하다는 역차별 논란이 있다.

“사업자 간 사적 계약이라 정부가 직접 강제할 수는 없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거래행위를 했는지, 계약 체결을 정상적으로 했는지 살피고, 계약 체결 과정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올해 말까지 사업자들이 준수할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각 사업자들이 이에 따르겠다는 협약을 체결하는 식으로 일을 진행하려 한다.”

-휴대폰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에도 불구하고 5G 단말기값 불법 보조금이 난무한다는 지적이 있다.

“불법 보조금으로 가격 경쟁으로 하다 보면 통신사들이 출혈 경쟁을 하게 된다. 요금 경쟁과 서비스 질 개선 경쟁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 단통법이 그간 시장을 투명화하고 차별을 없애는 데 기여한 측면이 있다. 과연 제도적으로 수명을 다했는지 새로운 제도를 마련해야 하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분리공시제(이동통신사의 마케팅 재원과 단말기 제조사의 판매 장려금을 구분해 공시하는 제도)가 대안일 수 있다. 단말기 자급제(이용자가 휴대폰을 자체적으로 구입)를 급격히 도입하면 통신사 가맹점이 당장 폐업할 위기에 놓인다. 필요하면 분리공시제를 먼저 제도화하고 단계적으로 다음 방안을 찾아야 한다.”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LG유플러스와 CJ헬로가 합병 초읽기다. 통신사가 케이블방송(SO)을 인수하면서 과점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부는 시장실패가 우려되는 부분만 개입해 조정할 수 있다. 대형 통신사가 SO들을 인수하면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면, 일단 콘텐츠 제공 사업자(CP)와 지위 차이가 확연히 벌어진다. 플랫폼 사업자들 간 경쟁이 줄어들면 요금 인상 등 소비자 피해도 우려된다. 방통위는 이런 부분을 엄격히 봐야 한다.”

-국내 많은 제작사들이 중국 한한령을 피해 동남아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방통위가 해외 시장 개척을 도울 방법은.

“동남아 등 해외 국가들과 공동제작 협정을 체결해 왔다. 한ㆍ아세안 정상회담 기간 중에는 부대행사로 ‘한ㆍ아세안 방송콘텐츠의 미래와 협력방안 논의’라는 국제 심포지엄을 부산에서 개최한다. 방통위는 내년 3월 칸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방송마켓 MIPTV의 주빈국 지위를 획득했다. 해외 콘텐츠 바이어를 모아서 한류 콘텐츠들을 소개하고 구매를 설득하는 대형 행사들을 내년에 준비 중에 있다. 콘텐츠 산업이 성장동력이다. 미래 큰 먹거리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가짜뉴스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팩트체크를 위해 민간단체를 지원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언론사의 오보와 이른바 허위조작정보는 구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는 충분히 이뤄질 만큼 이뤄졌다. 지금 필요한 것은 언론사 책임이다. 언론 내부에서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논의해야 한다. 개인이 자신의 생각을 충분히 밝힐 수 있어야 한다. 통신 영역에서도 공권력을 동원해 단속한다는 건 매우 지나친 이야기다. 하지만 확인된 사실을 의도적으로 비틀고 왜곡하는 허위성과 조작 문제는 곤란하다. 이런 콘텐츠로 인한 피해를 신속하게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민간 영역에서 팩트체크가 활성화돼 문제되는 정보를 지적하면 폐해는 줄어들 것이다. 가짜뉴스 폐해에 대한 국민 공감대가 있다고 생각한다. 민간 팩트체크 기관 설립을 적극 지원하겠다. 국민의 요구를 담아내는 제도를 만드는 게 정부기관의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라제기 문화부장 wenders@hankookilbo.com

정리=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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