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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8차, 두 개의 자백...재심의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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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8차, 두 개의 자백...재심의 쟁점

입력
2019.11.13 13:14
수정
2019.11.13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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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재심 청구

윤씨 “나는 무죄입니다”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돼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해 온 윤모(52) 씨의 공동변호인단 박준영 변호사(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13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관에서 열린 재심 청구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돼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해 온 윤모(52) 씨의 공동변호인단 박준영 변호사(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13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관에서 열린 재심 청구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돼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한 윤모(52) 씨가 13일 법원에 정식으로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 청구에는 박준영 변호사와 법무법인 다산 김칠준·이주희 변호사가 함께 했다.

김칠준 변호사는 이날 오전 10시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관에서 재심 청구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경찰의 수사과정, 검찰의 현장검증,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법원의 재판 등 모든 과정에서 합리적 의심만 가졌더라면 이런 불상사는 있지 않았을 것”이라며 “당시 경찰·검찰·국과수·법원·언론 등이 왜 합리적 의심을 제기하지 않았는지, 확증편향에 빠졌었는지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돼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해 온 윤모(52) 씨의 공동변호인단 박준영 변호사가 13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관에서 열린 재심 청구 기자회견에서 재심 청구 사유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돼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해 온 윤모(52) 씨의 공동변호인단 박준영 변호사가 13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관에서 열린 재심 청구 기자회견에서 재심 청구 사유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박영준 변호사가 재심청구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박 변호사는 “(화성 8차 사건과 관련) 두 개의 자백이 존재하는데 하나는 30년 전 윤모씨의 자백과 최근 이춘재의 자백”이라며 “두 자백 중 어떤 것을 믿을 것이냐가 이번 재심의 큰 쟁점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이번 재심청구와 관련 형사소송법 제 420조(제1ㆍ5ㆍ7호)를 근거로 △이춘재의 자백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서 △강제연행 및 구금 관련 불법체포·감금 △가혹행위 △자술서 작성 강요 △진술조서 및 피의자신문조서의 허위작성 △진술거부권 불고지 △영장 없는 현장검증 및 현장검증시 질술권 불고지 및 조서대로 연출 강요 등 모두 8가지 이유를 들었다.

박 변호사는 ‘이춘재의 자백’에 바로 윤씨가 범인이 아니라는 증거가 다 들어 있다고 했다. 그는 “화성 8차 사건의 경우 화성 2차 사건과 유사한 ‘장갑 등 헝겊을 사용한 흔적’이 발견됐다”며 “하지만 윤씨의 진술서와 조서에는 ‘장갑’ 등을 착용한 상태로 목을 제압했다는 내용이 없다”고 설명했다.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0년 동안 수감생활을 한 윤모(52)씨의 재심을 돕고 있는 박준영변호사가 13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관에서 화성8차 사건 재심청구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0년 동안 수감생활을 한 윤모(52)씨의 재심을 돕고 있는 박준영변호사가 13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관에서 화성8차 사건 재심청구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어 “이춘재는 최근 경찰에 피해자의 집을 자주 드나들었는데 피해자의 방 구조가 바뀐 것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는데 당시 사진이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었는데 이춘재가 안다는 건 바로 범인이기 때문”이라며 “더욱이 현장에서 촬영된 피해자의 사진 모습과 관련해서도 윤씨의 자술서 내용보다는 이춘재의 자백과 일치한다”고 덧붙였다.

윤씨의 유죄판결의 주요 증거가 됐던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소(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중성자 방사화분석법은 현재 사용되지도 않고, 당시에도 단 한 번밖에 사용하지 않는 등 취약한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작성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국내외 연구기관의 전문가의 분석을 그 근거로 들었다. 이어 당시 수사기관은 소아마비 장애인인 윤 씨를 불법적으로 체포하고 감금했으며, 구타와 가혹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그는 “3세때부터 소아마비를 앓았던 윤씨에게 쪼그려 뛰기, 앉았다 일어서 등을 시켰고, 잠을 재우지도 않고 물도 주지 않는 등의 가혹행위를 벌였다”며 “초등학교 3학년을 중퇴해 글씨가 서툴고 맞춤법을 잘 모르는 윤 씨에게 자술서에 적어야 할 내용을 불러주거나 글을 써서 보여주며 작성을 강제했다”고 주장했다. 자술서에 ‘했습니다’ ‘했다’ 등이 뒤죽박죽 섞여 작성됐다는 것이다.

화성 8차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한 윤씨의 자필 소감문. 임명수 기자
화성 8차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한 윤씨의 자필 소감문. 임명수 기자

박 변호사는 “당시 경찰은 윤씨를 피의자도 아닌 참고인 자격으로 불렀고, 피의자신문조서가 아닌 일반적인 진술조서를 작성하면서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았다”며 “농기계 대표가 입회했다고 하지만 당시 대표는 ‘경찰이 불러 갔더니 녹음기를 잠깐 틀어준 게 전부’라고 진술해 이 또한 거짓으로 작성됐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차례 실시된 현장검증에 경찰과 검찰 모두 영장 없이 진행했다는 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재심 청구를 통해 20년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겪은 윤 씨의 무죄를 밝히고, 사법 관행을 바로 잡는 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인권 수사, 과학수사 원칙, 무죄 추정 원칙, 증거재판에 관한 원칙 등이 좀 더 명확하게 개선돼야 하고, 재심의 엄격함을 보다 완화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돼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해 온 윤모(52) 씨가 1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관에서 열린 재심 청구 기자회견에서 직접 써온 글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돼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해 온 윤모(52) 씨가 1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관에서 열린 재심 청구 기자회견에서 직접 써온 글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윤씨는 이날 A4용지 2장에 직접 작성한 소감문을 통해 “나는 무죄이고, 오늘 너무 기분이 좋다”고 했다. 이어 “어머니께 감사하다. 모든 것에 대해 희망을 주셨고, 인간답게 살라고 하셨다”며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외가와 연락이 두절됐다. 모친인 박금식 씨를 알고 있는 사람의 연락을 기다린다"고도 했다.

박 변호사 등은 취재진과의 질의응답 등을 마친 뒤 수원지법에 재심청구서를 제출했다.

화성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박모(당시 13세) 양의 집에서 박 양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윤씨는 1989년 범인으로 검거돼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20년을 복역한 뒤 2009년 가석방됐으나, 최근 화성연쇄살인사건의 피의자인 이춘재가 8차 사건을 포함한 10건의 화성 사건과 다른 4건 등 14건의 살인을 자백하자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나선 바 있다.

1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서에서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으로 복역 후 출소한 윤모씨(52)와 이주희 변호사, 박준영 변호사, 김칠준 변호사가 재심청구서를 제출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1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서에서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으로 복역 후 출소한 윤모씨(52)와 이주희 변호사, 박준영 변호사, 김칠준 변호사가 재심청구서를 제출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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