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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총격서 살아남은 아이들… “허허벌판서 10시간 숨어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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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총격서 살아남은 아이들… “허허벌판서 10시간 숨어 지냈다”

입력
2019.11.07 17:48
수정
2019.11.07 22:29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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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멕시코 북부 국경 지대인 소노라주 바비스페 지역의 도로에 전날 발생한 마약 카르텔의 무차별 총격 사건 피해 차량 잔해가 놓여져 있는 가운데, 이곳을 찾은 희생자 유족이 오열하고 있다. 바비스페=로이터 연합뉴스
5일 멕시코 북부 국경 지대인 소노라주 바비스페 지역의 도로에 전날 발생한 마약 카르텔의 무차별 총격 사건 피해 차량 잔해가 놓여져 있는 가운데, 이곳을 찾은 희생자 유족이 오열하고 있다. 바비스페=로이터 연합뉴스

멕시코 북부에서 마약 카르텔의 무차별 총격으로 미국인 9명이 숨진 가운데, 살아남은 아이 8명의 생존 스토리가 전해졌다. 아비규환의 현장 속에서도 침착하게 어린 동생들을 덤불 속에 숨도록 한 뒤 구조 요청을 위해 먼 길을 떠난 13세 소년이 있는가 하면, 빨리 돌아오지 않는 오빠를 찾아 나선 9세 소녀도 있었다. 특히 아이들은 구조될 때까지 무려 10시간을 허허벌판에서 버텨 내는 놀라운 인내력을 보여 주기도 했다.

6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과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지난 4일 오전 미국과의 접경 지대인 멕시코 소노라주 바비스페 지역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의 생존자는 8명으로 모두 어린이다. 당시 표적은 도로 위를 달리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세 대로, 여기엔 미국과 멕시코 이중국적을 보유한 모르몬교 공동체의 일가 14명이 타고 있었다. 이들 가운데 첫 공격을 받은 SUV의 탑승자 5명(엄마, 자녀 네 명)을 비롯, 성인 여성 3명과 아이 6명은 현장에서 사망했다.

다른 두 대는 비포장 도로 18㎞ 정도를 달아났으나, 끝내 총격범들에 의해 따라잡혔다. 당시 현장에 있던 데빈 랭퍼드(13)는 엄마와 두 형제의 사망 순간을 목격했으나, 이내 정신을 차리고 친척 동생 6명을 데리고 일단 몸을 피했다. 하지만 여덟 살 동생이 턱과 다리에 총을 맞아 멀리 이동하는 건 불가능했다. 데빈은 동생들에게 “덤불 속에 숨어 있으라”고 신신당부한 뒤,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홀로 떠났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돌아오지 않자 이번엔 데빈의 여동생 매켄지(9)가 나섰다. ‘오빠가 길을 잃었다’는 걱정이 들자 손목 총상을 참고 길을 떠난 것이다. 이후 사건 현장을 찾아 온 구조대가 아이들을 발견했지만, 이는 10시간이나 지난 후였다. 추가 공격 위험 때문에 섣불리 진입을 못한 탓이다. 미처 덤불 속으로 피하지 못한 생후 7개월짜리 영아도 카시트에 앉은 채 무사히 살아남았다. 데빈은 인근 마을까지 23㎞를 걸었고, 매켄지도 16㎞ 정도를 걷다가 구조됐다.

특히 아이 8명의 생존 뒤에는 한 엄마의 희생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격 당시 차량에서 내린 뒤, 15m 떨어진 지점으로 이동하며 자신을 겨냥하도록 유인했던 것이다. 이 여성은 ‘저항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두 팔을 들었음에도 결국 총에 맞아 숨졌다.

한편 멕시코 당국은 이날 “이 사건 직전, 지역 통제권을 쥐려는 두 곳의 카르텔 조직 간 총격전이 있었다”면서 ‘갱들의 전쟁’이 발단이 됐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유족 중 한 명은 폭스뉴스에 나와 “희생자들은 카르텔 유인을 위한 미끼로 이용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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