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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선 건조 역사’ 신일철공소 철거 강행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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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선 건조 역사’ 신일철공소 철거 강행할 듯

입력
2019.10.17 04:4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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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단체 “강행 시 온몸으로 막아 설 것” 

지난 7월 인천 동구 만석동 신일철공소 건물 앞에 철거에 반대하는 팻말이 세워져 있다.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제공
지난 7월 인천 동구 만석동 신일철공소 건물 앞에 철거에 반대하는 팻말이 세워져 있다.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제공

시민단체와 일부 주민들의 반대 속에서도 국내 목선 건조와 수리 기술의 역사를 간직한 인천 신일철공소의 철거가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

16일 인천 동구 등에 따르면 동구 만석동에 위치한 신일철공소는 목선을 만들고 고칠 때 쓰는 철제 못인 ‘배못’ 원천기술의 마지막 소유자로 알려진 고 박상규 장인이 배못과 보도(볼트) 등을 만들던 대장간이다. 1974년 문을 연 이후, 박 장인이 세상을 떠난 2007년 문을 닫았다. 1922년생으로 13세에 부산 환금철공소에 견습공으로 들어간 뒤 4년 후인 1938년부터 배못을 만들어온 박 장인은 생전 국내에서 하나뿐인 배못 원천기술 보유자였다.

논란은 도시재생사업 소식이 전해지면서 불거졌다. 대장간 시설과 장비, 배못, 보도 등이 그대로 보존된 이 철공소는 10년 넘게 방치되다가 지난해 해당 지역이 만석쭈꾸미 더불어마을(인천형 저층주거지 도시재생사업) 사업 대상지에 포함됐다. 사업 추진에 나선 동구는 철공소를 매입한 데 이어 철거까지 강행키로 결정하자, 시민단체와 일부 주민들은 “우리 조선사(造船史)를 품은 철공소를 보존해야 한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하고 나섰다.

인천 동구 만석동 신일철공소 내부 모습.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제공
인천 동구 만석동 신일철공소 내부 모습.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제공


동구는 철공소 철거 계획을 잠정 보류한 채 지난 7월과 9월 전문가와 주민이 참여한 도시유적위원회를 2차례 열고 철거 여부를 논의했지만 합의점 도출에 실패했다. 이후,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 철거 여부를 결정키로 한 동구에선 최근 건물은 철거하되 내부 유물의 경우엔 별도 공간에 옮겨 보존하는 방안을 비중 있게 검토하고 있다. 12년간 방치된 철공소 건물은 블록 벽에 균열이 생기고 철 기둥이 겨우 떠받치고 있는데다 슬레이트 지붕에 구멍이 나는 등 구조적으로 취약한 상태로 알려졌다.

동구의 이런 방침이 알려지자,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와 문화인천네트워크 등 12개 시민단체는 공동성명서를 내고 “신일철공소는 근현대 산업유산으로 보수와 단장을 거쳐 역사교육과 문화체험의 현장으로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는데 주민들도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라며 “동구가 이런 의견을 무시하고 철거를 강행하려 한다면 온몸으로 막아 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구에선 신일철공소와 관련, 철거 이외엔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구 관계자는 “철공소 건물과 맞닿아 있는 어린이집 측에서 안전과 환경 문제를 이유로 꾸준히 철거를 요구해왔고 만석동 주민자치위원회도 최근 만장일치로 철거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라며 “의견을 더 모아 빠른 시일 내에 철거 여부를 결정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철거하는 방향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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