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명절 뒤집은 AOA의 ‘너나 해’… K팝은 진화한다

알림

명절 뒤집은 AOA의 ‘너나 해’… K팝은 진화한다

입력
2019.09.17 04:40
21면
0 0
AOA 백댄서가 Mnet '퀸덤'에서 '너나 해' 보깅 댄스 무대를 선보였다. CJ ENM 제공
AOA 백댄서가 Mnet '퀸덤'에서 '너나 해' 보깅 댄스 무대를 선보였다. CJ ENM 제공

올 추석 가장 주목받은 아이돌 그룹은 단연 AOA다. AOA가 12일 Mnet 예능프로그램 ‘퀸덤’에서 선보인 마마무의 ‘너나 해’ 커버 무대는 나흘 만에 유튜브 조회수 400만건을 넘었다. 무엇보다 여장한 남성 댄서의 보깅 댄스가 이목을 사로잡았다. 보깅 댄스는 1960년대 미국 뉴욕에서 유래한 것으로 주로 게이나 드래그 퀸(여장남자)이 췄던 춤이다. K팝에선 아이돌 그룹 신화가 2013년 정규 11집 타이틀 ‘디스 러브’를 통해 처음 선보였다. 보깅 댄스를 제대로 해 보인 건 AOA의 ‘퀸덤’ 무대가 처음이다. 무르익은 실력은 갖춘 아이돌 그룹이 펼쳐낸 무대라 갈채는 더욱 뜨거울 수 밖에 없었다.

AOA의 ‘너나 해’ 무대는 성 고정관념을 깨뜨린다는 점에서 특히 눈길을 끈다. 단순하게 남성용 정장을 입은 여성 아이돌의 군무를 넘어, 보깅 댄스를 접목해 기존 성 역할을 전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주체적인 모습을 추구하는 여성들의 시대적 요구를 K팝이 수용하고 있어서다. 시대상을 반영하며 진화하는 K팝의 현재를 보여주기에 매우 상징적이라는 분석도 따른다.

AOA의 ‘너나 해’ 무대는 리더 지민이 주도적으로 기획했다. 특히 “솜털이 떨어질 때 벚꽃도 지겠지”라며 “나는 져버릴 꽃이 되긴 싫어. 나는 나무다(I’m the tree)”고 외치는 자작 랩은 시청자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AOA 소속사인 FNC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지민의 무대 기획 의도는 ‘너나 해’ 가사처럼 당당하게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사람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여성을 꽃으로 보려는 그릇된 시선에 바꾸고자 하는 자기 주장이 가사에 담겨있다고 해석한다. 여성학자 권김현영씨는 1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리고 “’나는 꽃이 아니라 나무’라는 (지민의) 선언은 힙합정신 그 자체이자 동시대 여성들에게 보내는 페미니스트 선언”이라고 평가했다.

AOA의 변신은 이례적이다. 과거 많은 인기를 얻었던 ‘심쿵해’(2015)와 ‘짧은 치마’(2014) 등에서 이들은 순종적인 여성의 모습을 노래했다. 하지만 이후 발표한 음반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최근까지는 팀 내 위기도 있었다. 2017년 멤버 초아가 AOA를 떠났고, 지난 5월에는 민아까지 탈퇴했다. 해체 위기를 겪은 활동 8년차 아이돌 그룹이 기존 음악 색채와 확연히 다른 ‘너나 해’ 무대를 꾸린 것은 모험이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에 의해 소진되길 거부하고 자신들의 주체성을 강하게 드러냈기 때문이다. 블럭 음악평론가는 “AOA는 과거 주체로서의 여성을 이야기하는 데 소극적이었다”며 “성 역할을 180도로 뒤집었다는 점에서 ‘너나 해’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AOA뿐만 아니다. K팝의 성 전복은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멤버 태민은 2017년 ‘무브’와 지난 2월 ‘원트’를 통해 중성적인 춤을 선보였다. 소녀시대 등 대형 여성 아이돌 그룹 또한 남성 정장을 입고서 여러 차례 무대에 올랐다. 특히 ‘너나 해’의 원곡자인 그룹 마마무는 2015년 발표한 ‘음오아예’에서 동성에게 반해버린 마음을 노래하는 등 젠더 문제에 개방적이다. 팬도 이들의 노래에 뜨겁게 화답하고 있다. 마마무의 성소수자 팬 모임 무지개무무는 2017년부터 서울 등 전국에서 열리는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하고 있다.

K팝 아이돌의 성 역할 전복은 앞으로도 늘어날 전망이다. 여성 팬의 기대가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 여성 아이돌이 남성 팬뿐만 아니라 여성 팬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요소를 많이 고민하고 있다”며 “기존 역할을 뒤집는 것 자체로도 그간 성차별에 억눌려있던 시청자에게 큰 쾌감을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