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미국도 ‘지소미아 종료’ 쇼크… 안보 파트너 한국에 ‘회의감’ 팽배

알림

미국도 ‘지소미아 종료’ 쇼크… 안보 파트너 한국에 ‘회의감’ 팽배

입력
2019.08.22 21:29
수정
2019.08.23 00:31
2면
0 0

 “파기 말라” 메시지 보냈지만 한국 정부 단호한 결단 

 美 한일갈등 중재 나설 가능성… 방위비협상 등 악영향 우려 

21일 트럼프 대통령이 참전용사 단체 암베츠 행사 연설을 위해 켄터키주로 떠나기 전 백악관 사우스론(남쪽잔디광장)에서 기자들과 만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21일 트럼프 대통령이 참전용사 단체 암베츠 행사 연설을 위해 켄터키주로 떠나기 전 백악관 사우스론(남쪽잔디광장)에서 기자들과 만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한국 정부의 22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두고 미국은 일본 못지않은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한일 간 갈등 속에서도 지소미아 유지를 계속 강조해온 만큼 미국은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한국의 결정에 불쾌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으로 뒤늦게나마 한일갈등의 심각성을 깨달은 미국이 적극적 중재 제스처를 취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강경화 외교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장관과 각각 양자회담을 한 뒤 곧바로 3자회담을 열어 중재를 시도했던 수준에서 한 발 더 나아갈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러나 중장기적 흐름에서 한미일 3각 안보 협력에 대한 미국의 회의감이 커지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판결에 대한 일본의 무역 보복으로 촉발한 한일갈등 국면에서 미국은 줄곧 ‘중재는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일 간 정면충돌 조짐을 보였던 지난달 19일 미국의 관여 가능성에 대해 “한일 사이 개입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It's like a full-time job)”이라며 “나는 (한일) 두 지도자를 좋아한다. 그들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어느 한 쪽 편을 들기 어려우니 두 나라가 스스로 해결하라는 뜻이었다.

반면 미 국무부와 국방부는 그간 다양한 경로를 통해 한국이 지소미아를 파기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왔다. 한일 갈등이 안보 분야로 확전하는 것만은 안 된다고 분명한 선을 그어 온 셈이다.

따라서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단은 미국으로서도 한일 간 갈등에 개입할 수밖에 없어졌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지소미아를 파기한 한국 정부 결정에 대한 유감 표명과 함께 한국에 대한 무역보복을 멈추라는 대일(對日) 메시지는 일단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 도발은 두둔하면서 정작 한미ㆍ미일동맹은 홀대하고 있다는 미국 내 비판 여론에 직면해 있다.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의 동맹 정책을 우려하는 미국 여론은 더욱 비등해질 수밖에 없어졌다.

반면 긴 흐름에선 한미일 3각 협력의 균열 가능성에 대한 미국의 불안감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홍규덕 숙명여대 교수는 “한미일 세 나라가 아니라 미일 두 나라가 동북아 안보 질서를 주도해 가자는 일본의 목소리를 높여주는 단초를 한국이 스스로 제공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미일 3각 협력이냐, 미일동맹이냐의 선택지에서 미국의 눈길이 미일동맹으로 기울 수 있다는 뜻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도 “미국이 안보협력 대상으로서 한국을 포기할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면서도 “안보협력 파트너로서의 입지는 차츰 좁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당장 이르면 내달 시작하는 11차 한미방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에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그간 우리 정부는 미국과의 방위비 협상에서 한국이 미국의 안보에 기여하고 있는 점을 주된 협상 논리로 내세워 왔다. 반면 지소미아 종료로 안보 측면의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어졌다고 미국이 반박해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홍 교수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따른 미국의 중재 역할에는 한계가 있는 반면 한미일 안보 결속 약화에 따른 파장은 장기적으로 여러 경로를 통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데이비드 이스트번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한국과 일본이 서로의 차이를 극복하고 협력하길 바란다"면서 "미국과 한국, 일본이 연대와 우의로 함께 협력하면 모두가 더 강해지고 동북아시아가 더 안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보 공유는 우리의 공동 안보 정책과 전략을 발전시키는데 있어 핵심"이라고 덧붙였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미국 언론들은 한국 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동북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NYT는 지소미아 종료로 인해 한국과 일본의 분쟁이 한층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NYT는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이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당국이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동맹국 간 정보공유를 중요시했다면서 미국이 이번 사태를 우려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