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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으로, 땅 속으로... 지구 변방에서 인간 존재를 발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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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으로, 땅 속으로... 지구 변방에서 인간 존재를 발견하다

입력
2019.08.22 15:17
수정
2019.08.22 19: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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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이 세계에 존재하지만, 눈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유령 같은 풍경을 일부러 찾아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어두컴컴한 깊은 바닷 속 심연 아래로 유유히 사라지거나, 발 밑에 광대하게 펼쳐져 있는 땅 속으로 뚜벅 뚜벅 걸어 내려간다. 길을 잃고 영영 다시 못 돌아오거나, 목숨을 잃을 위험에 처하기도 하지만 탐험은 계속된다. 신간 ‘깊은 바다, 프리다이버’와 ‘언더그라운드’의 저자들 이야기다. 지구라는 행성에 남은 최후의 변방에서 그들이 발견한 것은 무엇일까.

고래상어는 이름과 달리 고래도 아니고 상어도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물고기다. 몸 길이 최대 12m, 몸무게는 약 22톤까지 자랄 수 있다. 한 다이버가 플랑크톤을 먹고 있는 고래상어 옆에서 헤엄치고 있다. 글항아리 제공
고래상어는 이름과 달리 고래도 아니고 상어도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물고기다. 몸 길이 최대 12m, 몸무게는 약 22톤까지 자랄 수 있다. 한 다이버가 플랑크톤을 먹고 있는 고래상어 옆에서 헤엄치고 있다. 글항아리 제공

◇바다에서 인간은 원시로 돌아간다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하늘과 바다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지중해 한가운데 스쿠버 장비도 구명조끼도 내던진 채 수영복 하나 달랑 걸친 선수들이 건물 30층 높이의 수심까지 잠수를 했다가 올라왔다. 그들의 생을 지탱한 건 물 밖에서 들이마신 딱 한 모금의 숨이었다. 수심 300피트 깊이에선 수면보다 열 배 이상 강한 압력이 가해져 콜라 캔이 찌그러진다는데, 이들은 원래 그곳에 속했던 존재인 양 잠수했다.

‘깊은 바다, 프리다이버’의 저자인 미국의 저널리스트 제임스 네스터는 세계 프리다이빙 챔피언십 경기를 취재하며 무한한 경이로움을 느낀 뒤 직접 프리다이버의 세계로 뛰어든다. 책은 그가 1년 반 동안 푸에르토리코, 일본, 스리랑카를 떠돌며 해양과학자들과 함께 떠난 바다 탐사 기록을 엮은 것이다.

자유롭게 맨몸으로 바다를 헤엄치며 그는 깨달았다. 바다와 인간은 참 많이 닮아 있다는 것을. 인간이 바다생물과 마찬가지로 숨을 참으며 버틸 수 있는 건, 잠수 반사 신경 덕분이었다. 돌고래는 머리 안에 내장된 입술 모양의 두 개의 콧구멍을 이용해 소리를 내는데, 음파 분석을 해보니 인류가 만든 원시적 상형 문자의 형태를 띠었다. 바다 밑 세상의 45만3,200㎢를 덮고 있는 거대한 생체구조인 산호는 매년 같은 날, 같은 시간, 분 단위까지 맞춰 일제히 산란한다. 그들만의 정교한 소통 능력이 뒷받침돼서 가능한 일이다. 빛 한 점 없는 심해에서 살아가는 생물들에게서 발견한, 인간 진화의 흔적들이었다.

“우리는 바다의 자식이다. 문명 안에서 잃어버렸던 감각의 기억을 바다에선 찾을 수 있다.” 불가능의 경계를 허무는 태초의 인간, 인간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선보이는 심해동물의 위대함을 느끼기 위해 그는 오늘도 또 깊숙한 바다로 뛰어든다.

◇발 밑에 감추어진 세상이 있다

뉴욕 브루클린의 애틀랜틱 애비뉴 아래 1862년 폐쇄된 열차 터널 내부를 한 청년이 살펴보고 있다. 생각의 힘 제공
뉴욕 브루클린의 애틀랜틱 애비뉴 아래 1862년 폐쇄된 열차 터널 내부를 한 청년이 살펴보고 있다. 생각의 힘 제공

땅 밑으로 걸어 들어간 건 우연이었다. 미국의 논픽션 작가 윌 헌트는 16세였던 어느 여름날 고향 로드아일랜드주의 프로비던스에서 자신의 집 아래를 지나는 버려진 터널을 우연히 발견한다. 질퍽거리는 진흙 바닥과 어둡고 습한 공기의 터널 안은 그를 단숨에 끌어당겼다. 지상에서의 삶이 힘들 때마다 터널 안으로 기어들어 갔다. 무섭기는커녕 편안했다. 이후 그는 전 세계 20개국에서 버려진 지하철, 성스러운 동굴, 지하 묘지, 핵 벙커 등을 찾아 다니는 ‘지하 마니아’가 됐다.

인류는 늘 위만 쳐다보며 살아왔다. 두 발을 딛고 선 땅이 포화 상태로 치닫자, 하늘을 올려다봤다. 달에 인간을, 화성에 탐사선을 보내는 건 ‘위를 향한 욕망’의 단편이었다. 반면 발 아래 펼쳐진 지하 세계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공포의 세상’일 뿐이었다.

하지만 ‘언더그라운드’는 그곳에도 또 다른 세상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미항공우주국(NASA)의 미생물학자팀은 지하 1.6㎞까지 내려가 생명의 기원을 추적했다. 파리의 하수도에선 팔꿈치로 진흙을 헤치며 ‘도시탐험’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뉴욕 지하철 터널에선 일기를 기록하는 그라피티 작가도 만났다. 이들이 지하 세계에 발을 내딛는 이유는 하나였다. 이성과 합리성에 근거를 둔 세속의 세계에서는 ‘보이지 않고, 볼 수 없는’ 초월적 가치를 찾기 위해서였다.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두는 미지의 세계를 간직하는 것만으로도, 이들은 희망을 품는다고 했다.

“계몽에 집착하는 세상에선 모든 비밀을 들추고, 모든 굴을 드러내 어둠의 마지막 흔적을 뿌리 뽑으려 한다. 그러나 지하 세계와 인연을 맺는 순간, 아무 때고 아무것이나 다 드러내야 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깊은 바다, 프리다이버

제임스 네스터 지음ㆍ김학영 옮김

글항아리 발행ㆍ380쪽ㆍ1만8,000원

언더그라운드

윌 헌트 지음ㆍ이경남 옮김

생각의힘 발행ㆍ352쪽ㆍ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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