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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정부 비밀문서 유출… 확산되는 ‘노딜 브렉시트’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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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정부 비밀문서 유출… 확산되는 ‘노딜 브렉시트’ 공포

입력
2019.08.19 18:02
수정
2019.08.19 19:09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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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지난달 24일 런던 다우닝 10번지 총리관저 앞에서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지난달 24일 런던 다우닝 10번지 총리관저 앞에서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유럽연합(EU)을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No deal Brexit)’가 현실화되면 식료품과 연료, 의약품의 공급난 등 극심한 사회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는 내용의 영국 정부 기밀문서가 유출됐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노딜도 불사하겠다”는 ‘벼랑 끝 전술’을 밀어붙이며 새로운 브렉시트 협상안 도출을 위한 EU의 양보를 압박하는 가운데 이러한 기밀문서까지 공개되면서 노딜 브렉시트에 대한 영국 내외의 불안과 공포가 확대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영국 국무조정실이 발행한 브렉시트 관련 비밀 내부문서를 입수해 보도했다. 노딜 브렉시트 직후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부정적 경우의 수를 자세히 설명한 문서다. 익명의 정부 고위 당국자는 ‘노랑텃멧새’(yellowhammer)라는 작전명이 붙은 이 문서에 대해 “노딜로 인해 일반 국민이 직면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상황”이라며 “최악의 경우가 아닌 가능성이 큰 가장 합리적 시나리오”라고 평가했다.

아무런 준비 없이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우선 영국의 장바구니 물가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에서 소비되는 식품의 28%가 EU산이고, 전체 수입 식품 가운데 EU 생산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79%에 달할 정도로 EU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영국과 EU사이의 무관세 장벽이 사라지고 복잡한 통관절차가 부활하면 각종 채소와 과일 등의 가격이 인상되는 것은 물론, 운송도 지연될 수 있다. EU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면서 대체제를 찾기 힘든 의약품과 의료기기 품귀현상에 대한 공포도 커지고 있다. 영국 왕립제약학회는 지난 1월 진통제 등 필수 의약품 재고 확보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문서에 따르면 영국 시민들의 유럽행은 지금보다 훨씬 까다로워진다. 국경을 넘을 때마다 입국절차, 세관, 검역 등의 정식 절차를 모두 밟는 ‘하드 보더’(Hard border)가 시행되는 탓이다. 매일 3만명이 오가는 EU 회원국 아일랜드와 영국령 북아일랜드 국경의 혼란이 특히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정부는 문건에서 아일랜드 국경의 하드 보더 시행에 따라 도로 점거나 시위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로 인해 국경 지역의 물류 이동이 막히면 런던과 잉글랜드 남동부의 연료 수급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영국 화물운송협회(FTA) 대변인은 “연료가 없어 운송을 못하면 EU 외 다른 국가와의 거래에도 차질이 생기고, 결과적으로 영국경제 전반에 대한 타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불해협을 통한 물류 이동도 일시적으로 급감할 수 있다. 문서는 영국에서 프랑스로 건너가는 대형 트럭들이 강화된 프랑스 통관절차에 적응하기까지 최장 2.5일간 통관이 지연될 수 있고, 물동량이 일시적으로 40~60% 수준으로 급감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밖에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의 영국과 EU의 어업권 분쟁이 발생할 수 있고, 늘어난 집회ㆍ시위 대응에 엄청난 경찰력을 투입해야 할 것이라고 문서는 분석했다.

문서 공개 직후 논란이 커지자 노딜 브렉시트 준비를 총괄하는 마이클 고브 국무조정실장은 “이 문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한 것”이라며 “존슨 총리 취임 이후 3주간 브렉시트 계획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취해진 여러 조치가 반영되지 않은 오래된 문서일 뿐”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존슨 총리의 측근들은 해당 문서가 EU 정상들과의 재협상 논의를 앞두고 브렉시트 저지파에 의해 의도적으로 유출됐다는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존슨 총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앞둔 21, 22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연쇄 회동을 갖고 브렉시트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다만 이번 만남에서도 EU와 영국은 기존 입장만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아 노딜 브렉시트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존슨 총리는 ‘백스톱’(안전장치) 규정을 폐지한 새 협상문이 도출되지 않는다면 오는 10월 31일 예고한 대로 노딜 브렉시트를 강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할 계획이다. 마크롱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 역시 영국의 노딜 브렉시트 압박에 굴복해 재협상에 끌려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은 상태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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