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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미래 먹거리부터… 삼성 ‘脫일본 1순위’는 시스템 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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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미래 먹거리부터… 삼성 ‘脫일본 1순위’는 시스템 반도체’

입력
2019.08.20 04:4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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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부회장 소재 다변화 의지… 일본서 오는 소재ㆍ원료 배제 제3 공급라인 구축 박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반도체 생산라인 현장점검을 위해 지난 6일 삼성전자 천안 사업장을 방문해 임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반도체 생산라인 현장점검을 위해 지난 6일 삼성전자 천안 사업장을 방문해 임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일본에 의존하는 반도체 소재 중 ‘바꿀 수 있는 것은 다 바꾼다`는 기본 원칙을 세운 삼성전자의 ‘탈일본화’ 작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 삼성전자는 탈일본화의 최우선순위를 시스템 반도체 분야로 정해놓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는 삼성전자가 133조원을 투자해 2030년까지 글로벌 1위를 차지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분야다. 삼성이 미래 먹거리로 지목한 시스템 반도체의 성장이 향후 또 다른 정치 외교적 문제로 차질이 빚어지는 걸 막겠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현실적 고민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19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약 220여가지에 달하는 일본산 소재 및 화학약품을 국산이나 미국, 유럽 등 제 3국 소재로 교체하기 위한 작업을 본격화 했다. 이 작업을 주도하는 태스크포스(TF)는 교체해야 할 일본산 소재의 우선 순위를 두고 국내 및 제 3국 소재 업체와 접촉하고 있다.

삼성이 교체 대상 1순위로 삼고 있는 것은 일본 기업이 일본 현지에서 직접 들여와 납품하는 소재 및 화학약품 등이다. 교체 대상 2순위는 한국 기업이 일본 현지에서 직접 수입해 바로 납품하거나, 일본 원료를 한국에서 가공해 납품하는 소재 등이다.

반도체 소재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일본에서 들여오는 소재나 원료를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제3의 소재공급 라인을 구축하고 있다”며 “일본산에 버금가는 품질의 소재를 생산 할 수 있는 미국, 유럽 등의 업체가 삼성의 주요 접촉 대상”이라고 말했다.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소재 다변화 작업에는 이재용 부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올해 초 133조원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히며 시스템 반도체 분야를 삼성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직접 발표했다. 부친인 이건희 회장이 메모리 반도체로 삼성의 1기 반도체 전성기를 열었다면, 이 부회장은 시스템 반도체 사업 육성을 통해 삼성을 반도체 분야 글로벌 1위 기업으로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이다.

하지만 일본이 정치적인 문제를 이유로 소재 수출 규제 조치를 취하자, 일본산 소재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던 삼성은 크게 당황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일본이 포토 레지스트와 고순도 불화수소 등 시스템 반도체 생산라인에 투입되는 소재만 콕 집어 수출을 제한하자, 시스템 반도체에 미래를 건 삼성으로서는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일본이 메모리 반도체가 아닌 삼성의 시스템 반도체 생산라인을 겨냥해 수출 제한 조치를 한 것은 국제 분업 관계를 고려한 조치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이 전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75%를 장악한 상황에서 메모리 생산 라인에 투입되는 소재를 수출 제한할 경우 글로벌 IT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의 시스템 반도체는 아직 시장 점유율이 높지 않아 일본의 수출 규제로 삼성 생산량이 줄어도 대만의 TSMC 등에서 공급받으면 된다는 생각이 업계의 일반적 견해”라며 “아직 시스템 분야에서 완전히 자리를 잡지 못한 삼성이 일본 변수에 휘둘리지 않고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이 분야에서 탈일본화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메모리 반도체도 탈일본화의 ‘예외 지대’는 아니다. 다만 생산 라인의 현실적 상황 등을 감안해 삼성은 의존도가 최대 80~90%에 이르는 일본산 소재는 20~30% 아래로 비중을 낮추는 부분적 탈일본화를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메모리 라인에서도 일본만 바라보던 기존 관행을 고쳐 소재 공급라인을 다변화 하겠다는 것이다.

손현철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반도체 제조사들은 지진, 전쟁 등의 사태를 대비해 소재 공급처를 전세계에 분산해 놓는 게 이상적”이라며 “이번 기회에 일본의 소재 의존도를 20~30%선으로 낮춰 일본 때문에 반도체를 못 만든다는 얘기가 안 나오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높은 일본산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소재 다변화 정책을 추진 중”이라며”다만 일본산을 아예 안 쓰는 것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 했을 때 또 다른 대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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