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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장ㆍ단기 금리 역전 쇼크… 세계경제 R의 공포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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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장ㆍ단기 금리 역전 쇼크… 세계경제 R의 공포 속으로

입력
2019.08.16 04:40
수정
2019.08.16 06:5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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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채금리 12년 만에 이상 신호… 中 산업생산 증가율ㆍ獨 성장률도 악화

지구촌 증시 연쇄 하락… “트럼프의 비논리적 무역정책이 비관론 근원” 지적

역대 미국 국채금리(2년물-10년물) 역전 후 경기침체까지 걸린 시간. 그래픽=강준구 기자
역대 미국 국채금리(2년물-10년물) 역전 후 경기침체까지 걸린 시간. 그래픽=강준구 기자

글로벌 경제에 ‘확률 100%’의 경기침체(Recessionㆍ리세션) 예고 신호등이 깜박이기 시작했다. 통상 만기가 짧은 단기 채권보다 이자율이 높은 장기채권의 금리가 12년 만에 단기채권 금리를 밑돌자 미국 뉴욕 증시는 올 들어 최대 하락폭을 보이며 공포에 휩싸였다. 또 다른 경제패권 중국과 유럽 경제를 이끄는 독일에서도 경기 이상 신호가 짙어지면서 세계 경제는 또 다시 불황의 터널 앞을 서성이게 됐다.

◇하루 만에 사라진 증시 환호

14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무려 800.49포인트(3.05%) 떨어진 2만5,479로 마감했다. 이는 역대 네번째이자, 올해 들어 최대 낙폭이다. 유럽 증시 역시 범유럽지수인 스톡스600 지수가 1.68%, 영국 FTSE 100지수는 1.42% 하락했다. 연달아 15일에도 일본 닛케이지수는 전일 대비 1.2% 하락해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13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9월부터 중국에 부과하려 했던 추가 관세 10%를 12월로 연기하기로 하면서 미ㆍ중 무역분쟁 완화 기대감에 뉴욕 주요 지수가 일제히 1%대 상승세를 보인 환호를 불과 하루 만에 무색하게 만든 것이다.

최대 충격은 ‘장ㆍ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었다. 이날 장중 한 때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1.623%)은 2년 만기 국채 수익률(1.634%)을 밑돌았다. 2007년 6월 이래 무려 12년만에 발생한 현상이다.

통상 국채 금리는 만기가 멀수록 미래 상황을 확신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을 감안해 높은 게 보통이다. 하지만 경제 상황이 불안해지면 향후 경기둔화를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안전 자산으로 몰리게 되고, 자금이 장기 국채로 더 쏠릴 경우 장기 국채 가격이 상승해 이와 반대로 움직이는 금리는 떨어지는 이상 현상이 발생한다.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지난 1978년 이후 약 50년간 있었던 총 다섯 차례의 경기침체 전에는 모두 2년-10년물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침체를 100% 예언하는 현상인 셈이다.

더구나 14일 발생한 미국 국채 2년-10년물 금리 역전은, 앞서 올해 상반기 3개월-10년물 금리가 역전된 데 이어 추가로 나타난 경기침체 신호로 평가되고 있다. 3개월-10년물 금리차는 올해 3월말 한 차례 역전됐다가 원래대로 돌아갔지만, 5월말에 다시 역전 상태로 들어간 이후 지속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올해 들어 최대 낙폭을 기록한 14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 중개인이 초조한 표정으로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 뉴욕=AP연합뉴스
미국 증시가 올해 들어 최대 낙폭을 기록한 14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 중개인이 초조한 표정으로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 뉴욕=AP연합뉴스

◇배경 두고 다양한 해석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선 경기침체만 놓고 보면, 3개월-10년물 금리차가 더 잘 맞는 신호라는 해석이 많다. 뉴욕연방준비은행 역시 이 지표를 근거로 매 달마다 향후 1년 내 경기 침체 확률을 산출한다. 하지만 투자자문회사 비앙코리서치의 제임스 비앙코 회장은 “3개월-10년물 금리차는 주로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단기적인 금리 조정 방향을 반영하지만, 2년-10년물 금리차는 장기 경제 전망을 주로 반영한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2년-10년물의 금리 역전은 시장 여건으로 인해 시중금리가 상당기간 낮게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한편에선 장단기 금리 역전이 반드시 경기침체 신호는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재닛 옐런 전 연준의장은 “이번 역전은 과거보다 덜 정확한 신호가 될 수 있다”며 침체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실업률이 낮고 미 증시가 최근까지 꾸준히 상승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미국 경제가 침체를 피할 힘이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행한 양적완화(QE)의 영향으로 신호가 왜곡됐을 거란 해석도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13일 보고서에서 “각국 중앙은행이 장기 국채를 매입했던 양적완화 정책의 여파가 아직 남아 있어 국채 수요가 높다”며 “이 때문에 국채 금리가 왜곡된 신호를 보내고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독일, 일본, 스위스 등 다른 국가의 국채 금리가 극도로 낮기 때문에 여전히 수익성이 있는 미국 국채에 대한 해외 수요가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독일 국채는 만기가 가장 긴 30년 만기조차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상황이다.

◇불안심리 근원엔 트럼프발 무역분쟁

그럼에도 장단기 금리 역전이 경기침체 확률을 높인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특히 이미 세계적인 무역분쟁과 지정학적 위험의 여파로 취약해져 있는 각국 경제에 이번 금리역전 현상이 위험을 더할 거란 우려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14일 독일 연방통계청은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0.1%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독일의 핵심 수출산업인 자동차는 유럽 배출가스 규제와 최대 수입국 중국의 수입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무질서한 이른바 ‘노 딜 브렉시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독일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같은 날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7월 산업생산 증가율도 전년동기 대비 4.8%를 기록, 2002년 2월 이후 17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ㆍ중 무역분쟁으로 인해 중국 경제가 부진하면서 그 여파가 독일을 비롯해 무역에 의존하는 교역국의 경제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독일, 중국에 비해 미국 경제는 수출 의존도가 높지 않지만 다국적 기업들의 투자 심리는 확실히 위축되고 있다. 미국의 2분기 기업투자는 전기 대비 연율 기준 0.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미ㆍ중 무역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감도 갈수록 희박해지고 있다. 국제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13일 미국의 대중 관세 부과 유예 발표에도 불구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강경 정책을 지지율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2020년 대선까지 협상 타결이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장단기 금리역전의 원인이 기준금리 인하에 소극적인 연준에 있다며 공격에 나섰다. 그러나 미국 뉴브릿지증권의 도널드 셀킨 수석 시장전략가는 “현재 부정적인 요소가 너무 많다. 연준이나 트럼프가 뭐라고 말하더라도 충분치 않다. 성장이 둔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팀 듀이 미국 오리건대 교수는 “시장 비관론의 근원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비논리적인 무역정책에 있다”며 “연준도 한계에 부딪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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