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日브랜드 매장 앞 위협적 피켓 불매운동 비참여자 비난 ‘금물’

알림

日브랜드 매장 앞 위협적 피켓 불매운동 비참여자 비난 ‘금물’

입력
2019.08.06 17:30
수정
2019.08.06 19:15
11면
0 0

거세지는 ‘노재팬’… 합법ㆍ위법 경계는?

‘i***’ 아이디를 사용하는 네티즌이 ‘저부터 시작하겠습니다’라며 3일 한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불매운동 포스터. 인터넷 캡쳐
‘i***’ 아이디를 사용하는 네티즌이 ‘저부터 시작하겠습니다’라며 3일 한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불매운동 포스터. 인터넷 캡쳐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에 맞선 반일 캠페인이 매서운 기세로 번지고 있다. ‘가지 않고 사지 않겠다’는 불매운동은 물론 1인시위에서 촛불집회까지 예전과는 달리 다양한 방식의 자발적 시민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그렇다면 반일 캠페인에는 아무런 제한과 제재가 없는 것일까.

일단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대해서는 위법의 소지가 크지 않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판단이다. 구매력을 무기로 상품이나 용역에 대한 선호를 시장에 실질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집단적으로 행동하는 소비자 운동은 합법이라는 것이다. 대법원도 2013년 광고주 불매운동 판결에서 “특정한 사회ㆍ경제ㆍ정치적 대의나 가치를 주장 또는 옹호하거나 이를 진작시키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소비자 불매운동은 헌법이 보장하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나 일반적 행동의 자유 관점에서 보호받을 수 있다”고 봤다. “소비자 불매운동에 본질적으로 내재돼 있는 집단행위로서의 성격과 대상 기업에 대한 불이익 또는 피해 가능성만을 들어 곧바로 업무방해죄에서 말하는 위력의 행사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특정 일본 브랜드 매장 앞에서 벌이는 1인 시위나 불매리스트를 정리해 게시한 인터넷 홈페이지 ‘노노재팬’ 그 자체만으로는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있다.

다만 1인 시위를 하면서 위협적인 문구가 들어간 피켓 또는 물건 등을 들고 있거나 매장을 이용하는 손님들에게 욕설을 퍼붓는 등의 행동을 하면 업무방해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실제 대법원은 2013년 미지급 공사대금을 받기 위해 어린이집 앞에서 1인 시위를 한 하도급업자 9명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해 벌금형을 확정했다. “건장한 남성들이 마스크를 쓴 채 번갈아가며 어린이집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것은 어린이들과 부모에게 위압감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본 것이다.

시위나 집회에서 허위 사실을 주장할 경우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어떤 기업이 일본 기업이다’ ‘일본 기업 제품 사지 말자’ 등의 주장까지는 위법의 소지가 없지만 특정 제품이나 기업에 대해 고의로 허위사실을 올리면 신용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불매운동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을 특정해 온ㆍ오프라인 상에서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것도 모욕죄로 처벌받을 수 있어 삼가야 한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자신의 가치나 신념을 실현하기 위한 불매운동은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이를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거나 상대의 업무에 방해가 되는 방식으로 해선 안 된다”며 “불매운동도 다른 이의 의견을 존중함과 동시에 합법의 선을 지켜가면서 해야 본래의 취지를 살릴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택배노조의 특정 의류브랜드 배송 거부와 같은 행위 또한 위법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노조의 단체행동은 사용자와의 근로조건 협의 과정에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인데 이번 배송거부는 이와 별개”라며 “회사의 정상적인 업무를 집단적으로 거부하는 것이기 때문에 위력을 행사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