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내한 공연
“아내가 영감… 소외감 느끼는 이들 위해” 4년 만에 낸 앨범 ‘노우’
2015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노래 ‘아임 유어스’로 한국에서도 유명한 미국 가수 제이슨 므라즈(42)는 자신이 운영하는 2만 여㎡ 규모의 농장에서 작은 결혼식을 올렸다. 직접 키운, 초록이 우거진 나무를 ‘하객’으로 므라즈는 지인들과 노래를 부르며 새 출발을 알렸다.
사랑을 통한 삶의 성찰을 주로 노래하는 므라즈는 실제 삶의 사랑을 음악으로 연결했다. 그는 결혼 영상을 노래 ‘마이트 애즈 웰 댄스’(2018) 뮤직비디오로 활용했다. ‘네 생각을 멈출 수가 없어’란 가사로 시작하는, 달콤한 사랑 노래였다. “아내를 위해 쓴 곡이었거든요. 최근에 낸 3장의 앨범이 모두 아내와 함께해 나온 작품이기도 하고요.” 24일 서울 강남구 한 호텔에서 만난 므라즈의 얼굴에 웃음이 노을처럼 번졌다. 그에게 아내는 창작에 영감을 주는 뮤즈였다.
므라즈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팝스타'다. 그의 히트곡 ‘럭키’와 ‘라이프 이즈 원더풀’은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과 CF에 단골손님처럼 나온다. 결혼한 뒤 므라즈가 그려내는 사랑의 영역은 더욱더 깊고 넓어졌다. 병상에 누운 아내에게 꽃을 선물하는 백발의 노인부터 말을 하지 못하는 이들이 수화로 노래하는 장면까지. 그는 새 앨범 ‘노우(Know)’ 수록곡 ‘러브 이즈 스틸 디 앤서’ 뮤직비디오에서 평범한 사람들의 사랑을 다양하게 보여준다. 음악 속 므라즈의 사랑은 세대와 세상의 차별을 뛰어넘는다. 그는 곡에서 “네 꿈이 산산이 조각났다 해도 여전히 해답은 사랑”이라고 노래한다. 므라즈에게 사랑을 나누는 건 음악인으로서의 사명과 같았다. 그는 “어떻게 사랑을 나눌 수 있을지를 연구하는 게 내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의 오른팔엔 사랑하라는 뜻의 ‘BE LOVE’란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그가 사랑을 실천하는 첫걸음은 “내가 누구인지를 찾는 것”이다. 4년 만에 낸 새 앨범 제목을 알다라는 뜻의 ‘노우’로 지은 이유다. 므라즈는 “여러 나라에서 공연하고 사람을 만나며 얻는 새로운 경험을 통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갔다”며 “내가 변화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음악으로 들려주면 관객도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그가 ‘노우’를 만들던 2016년은 미국에서 대선이 치러졌던 시기였다. 므라즈는 “많은 사람이 혼란에 빠졌고, 소외감을 느끼고 있었다”며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사람을 생각하는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라고도 했다. 그는 새 앨범 수록곡 ‘해브 잇 올’에서 “혼란한 세상에서 모든 일이 다 잘 풀리기를”이라고 기도하듯 노래한다.
므라즈는 SNS 프로필에 자신을 ‘송파머(Song Farmer)’라 소개했다. 그는 아보카도 작황을 걱정하는 ‘농사꾼’이다. 유기농 농법을 쓴다는 그는 “2013년까지 적자였다. 올해는 생활비 정도는 건질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친환경에 관심이 많은 사내는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적은 에너지를 소비해 공연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5년 만에 한국을 찾은 므라즈는 이날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잔디마당에서 공연한다. 므라즈는 “우리 집 뒤뜰이 내가 생각하는 가장 친환경적인 공연 장소”라며 “여태 2번 했는데, 이곳에서 계속 공연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26일 부산 벡스코에서 내한 공연을 잇는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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