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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극일 페북 정치’ 과잉행보 아니냐” 여권서도 우려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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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극일 페북 정치’ 과잉행보 아니냐” 여권서도 우려 목소리

입력
2019.07.23 04:40
수정
2019.07.23 07:1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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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 대통령 강한 신임 배경으로 연일 SNS 여론전 첨병 역할 

 “순수성 이해… 대변인실보다 앞선 발언, 장점보다 단점 커” 

 중도층 이탈로 국정동력 약화 우려… 본인은 계속하겠다는 의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2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류효진 기자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2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류효진 기자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페이스북 정치가 한일 갈등 국면에서 연일 논란을 부르고 있다. 조 수석은 일본이 경제 보복을 시작한 이후 페이스북을 통해 일본 정부와 국내 보수 진영을 싸잡아 비판하며 ‘극일(克日) 여론 전쟁’의 첨병을 자처하고 있다. 청와대는 조 수석을 옹호하지만, 여권에는 그의 ‘과잉 행보’가 남길 후유증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수석은 왜 그토록 페이스북에 열심일까. 정치권에선 다양한 해석이 오르내린다. 우선 여론과 직접 소통을 즐기는 조 수석의 ‘개인 성향’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그는 서울대 법대의 ‘스타 교수’로 불리던 시절부터 페이스북을 적극 활용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현 정권의 입장을 누구보다 깊이 아는 조 수석이 문 대통령으로부터 홍보 역할을 위임 받았다는 설이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의 이름으로, 그것도 한일 갈등이 고조되는 민감한 시기에 그가 페이스북에 연달아 글을 올리는 것에는 문 대통령의 의중이 강하게 실려 있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조 수석을 그 만큼 신뢰한다는 방증으로도 볼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조 수석을 참모가 아닌 동지로 보고 있는 듯 하다”고 했다.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대중과의 직접 소통은 세계 정치의 흐름이기도 하다. ‘트위터 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단적인 예다. ‘광장 정치’가 사라진 정치권에서 SNS를 통한 메시지 전파는 속도나 파급력 면에서 더 효과적이다. 중도층을 끌어안는 것보다 ‘우리 편’을 강화하는 것이 것이 유효한, 양극화한 정치 지형에선 SNS의 힘이 더 세졌다.

문재인 정부도 조 수석의 페이스북 정치의 효과를 상당히 누렸다. 조 수석은 올해 4월 국회의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글 수십 건을 올림으로써 여권의 논리를 전파하고 여론을 주도했다. 조 수석은 여론의 흐름을 바꿀 만한 인지도를 가진 거의 유일한 청와대 참모다. 때문에 청와대가 그의 ‘페이스북 정치’를 국정운영의 수단으로 활용해 온 측면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조 수석이 말 한 마디라도 조심해야 할 민정수석이라는 점이다. 청와대 내부에도 홍보수석이나 대변인이 아닌 그가 정치적 이슈와 관련해 전면에 나서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위기가 없지 않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조 수석이 교수 시절부터 페이스북을 열심히 한 만큼 그의 순수성은 이해하지만, 대변인실 등 공식 기구보다 앞서나가는 발언을 하는 것은 장점보단 단점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일본 경제 보복 국면에선 조 수석의 발언이 ‘선’을 넘었다는 비판이 무성하다. 유력한 차기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거론되는 고위 공직자가 ‘죽창가’ ‘친일’ ‘이적’ 등 자극적인 표현을 동원한 편가르기 발언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이유에서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22일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조 수석의 페이스북 정치와 관련해 “공직자로서 갈등을 오히려 확산ㆍ심화시키는 역할은 적절치 않다”며 “한일 관계나 이를 둘러싼 문제들은 굉장히 복잡하고 미묘하기 때문에 이분법적으로 그렇게 단정해서 표현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조 수석 때문에 한일 갈등 해법을 전담해야 하는 외교안보라인이 결과적으로 소외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 수석이 22일까지 페이스북에 40건의 글을 올리는 동안, 주무부처인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존재감은 사라졌다. 정부 관계자는 “전략적으로 절제된 반응을 보여야 하는 부처 입장에선 청와대 발 강경 메시지를 따라가기도, 가만히 있기도 곤란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의 지지층은 조 수석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열광하겠지만, 중도층은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 중도층의 이탈은 국정 동력 약화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일본 문제와 관련해서는 청와대가 조 수석보다 외교나 경제 분야 참모에게 역할을 맡기는 것이 대국민 메시지 관리 차원에서 유효하다”고 지적했다. 보수진영과 날을 세우는 조 수석의 목소리가 문 대통령의 메시지로 오인되는 것도 문제다.

청와대도 일본 문제와 관련한 메시지를 정교하게 관리할 필요성에 공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보다 적극적인 메신저로 나설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다만 조 수석은 외교안보라인이나 홍보라인과는 별도로 페이스북 정치를 계속 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한다. 자신의 행보가 입길에 오를 만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뜻을 주변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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