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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중심 생태공원 '에덴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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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중심 생태공원 '에덴 프로젝트'

입력
2019.07.1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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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효진의 동물과 떠나는 세계여행]

에덴프로젝트의 거품모양 바이옴
에덴프로젝트의 거품모양 바이옴

영국 브리스톨에서 기차를 타고 콘월에 있는 ‘에덴 프로젝트’에 도착했다. 이곳은 식물 중심 생태 공원이다. 에덴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거대한 거품 형상의 아름다운 현대 건축물이 수천 가지의 세계 식물을 품고 있다. 지인의 추천을 받아 방문하기로 했지만, 사실 동물을 보기 위해 여행하는 나로서는 굳이 식물원에 시간을 투자해야 할지 고민도 했다. 막상 가 보니 결국 에덴 프로젝트는 동물에게만 맞춰있던 내 시야를 넓혔다.

이곳은 전통적인 식물원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버려진 땅을 이용해 훌륭한 생태 교육 장소를 만들었다는 점에 감동했다. 이곳은 1990년 중반까지 고령토를 채취하던 자리였다. 고령토를 파낸 곳에는 커다란 구덩이만 흉물스럽게 남았다. 설립자 팀 스밋(Tim Smit)은 이곳에 식물과 사람을 연결하고 교육하는 공간을 창조하고자 했다. 무른 흙에 콘크리트를 부어 바닥을 고정한 후 건물을 짓고 식물을 심었다. 에덴프로젝트는 거대한 두 개의 바이옴(Biome, 생물군계), 교육센터 코어(Core), 외부 정원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2000년 완공 이후 매년 100만 명의 방문객이 찾아온다고 한다.

지중해 바이옴
지중해 바이옴

거품 모양의 돔 구조 건물인 바이옴 입구로 들어갔다. 한 바이옴은 열대우림, 다른 하나는 지중해를 재현했다. 지중해부터 돌아봤다. 이름은 지중해지만 그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의 식물 서식지를 함께 보여주는 곳이었다. 가지, 토마토 등 먹을 수 있는 친근한 식물들부터 시작됐다. 사람들의 삶을 자연스럽게 보전과 연결하기 위해서였다. 식물원은 지루할 것 같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렌지, 레몬, 고추가 나라를 거쳐 전파되는 과정도 역사 이야기를 통해 설명해주니 과학적인 접근보다 흥미로웠다. 곳곳에 그림을 곁들인 설명판도 재미있고 아름다운 예술품도 함께 전시해 연극 무대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연중 같은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지 않고 계절을 따라 조절하기에 식물이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신기하게도 곳곳에 새가 날아다녔다. 야생 울새였다. 따로 먹이를 주지도 않는데 이곳에 들어왔다고 했다. 적절한 환경이 갖춰지면 동물은 그곳을 찾아가기 마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열대우림 바이옴
열대우림 바이옴

지중해 바이옴을 본 후, 하이라이트인 열대우림 바이옴 입구에 들어섰다. 몇 걸음 걸었을 뿐인데 완전히 새로운 생태계였다. 폭포 소리가 들렸다. 습하고 더워 입고 있던 겉옷을 벗어야 했다. 이곳 온도는 돔을 덮은 두 장의 ETFE(Ethylene Tetra fluoro Ethylene) 막 사이에 공기를 넣고 빼는 방식으로 조절한다. 창문도 자동으로 여닫을 수 있다. 습도는 빗물을 사용해 90%를 유지한다. 다양한 식물들 사이로 난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올라갔다. 곳곳에서 기후변화의 위기와 열대우림의 중요성에 대해 알렸다. 우거진 풀들 사이에서 뿔숲자고새 한 쌍을 발견했다. 인위적으로 들여온 후, 좋은 환경 덕에 번식을 잘해 지금은 40여 마리 정도라고 했다. 뿔숲자고새들은 새끼와 함께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땅을 헤집으며 벌레를 잡았다. 이곳에서는 살충제도 거의 쓰지 않고 흙에는 영양이 풍부해 각종 세균, 곰팡이, 지렁이들이 있다. 그래서 바이옴 안에는 새뿐 아니라 개구리, 도마뱀 등 여러 동물들이 산다.

열대우림 바이옴에 있는 뿔숲 자고새
열대우림 바이옴에 있는 뿔숲 자고새

에덴프로젝트는 여러 대학과 열대우림을 연구하고 지역 대학교와 협력해 겨울철에 과학 축제도 개최한다. 국제적으로는 18개의 식물 보전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그리고 중국 칭다오에 두 번째 에덴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2023년까지 영국 랭커셔에 지어질 해양 생태계 보전을 테마로 한 홍합 모양의 교육센터도 기대된다. 기념품 가게에는 공정무역 및 유기농 제품, 그리고 미성년자의 노동력을 쓰지 않은 제품들을 판매한다. 에덴프로젝트는 버려진 땅에 생명을 불어넣고 자연과 사람을 연결하고 있었다.

글ㆍ사진=양효진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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