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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공익제보 거리 먼 교육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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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공익제보 거리 먼 교육현장

입력
2019.07.1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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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한 초등학교 교사의 가혹행위가 드러났지만…

김민규 기자.
김민규 기자.

“엄마, 선생님을 신고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최근 대구의 한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이 난생 처음으로 부모에게 존댓말을 썼다. 부모가 교사를 학교 측에 신고했기 때문이란다. 평소라면 말도 안되는 얘기지만 여학생은 교사의 가혹행위로 학교 가기를 한사코 꺼려하던 때였다. 어머니는 그동안 아이를 방치했다는 마음에 펑펑 울었다.

4일 자정 무렵 한 학부모로부터 초등학교 교사의 가혹행위를 제보하는 전화가 걸려왔다. “설마” 하는 기자에게 학부모는 교사의 음성이 담긴 녹음파일을 내밀었다. 교사의 폭언과 욕설은 일상이었다. 바닥에 엎드려 쓰는 반성문은 기본이 500번 많게는 2,000번이나 됐다. 수업 중 엎드려 있기, 벽 보기에다 리모컨으로 학생의 머리를 때리기도 했다.

학교 측은 “일방적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학교 측이 보여준 행동은 사실확인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제보자 색출과 학부모 무마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었다. 동료 교사들의 ‘동업자’ 의식도 발동했다. 다른 반 일부 교사가 학생들을 앉혀놓고 가해 교사를 두둔하는가 하면 피해 학생들을 문제아라고 낙인 찍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피해 학생들이 문제아로 둔갑한 교육현장이었다.

경찰은 “학생들 증언으로 미뤄볼 때 학대”라는 입장이지만 대구시교육청의 진상조사도 뜨뜻미지근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참다 못한 학부모들이 11일 피해 학생의 진단서를 끊고 고소와 집회 준비에 나섰다. 그때서야 학교 측은 ‘교사의 잘못을 전적으로 인정한다’는 안내장을 학부모들에게 발송했다.

학부모들은 일단 교육청의 조사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학생 2명의 심리상태가 상당히 불안정하다는 초기 진단이 나오면서 경찰 고소도 검토하고 있다. 가해자가 피해자로, 피해 아동이 문제아로 둔갑하는 교육현장을 보면서 아직도 공익제보의 갈 길이 먼 것만 같아 씁쓸하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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