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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가 된 수의사 “반려동물도 빅데이터로 관리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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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가 된 수의사 “반려동물도 빅데이터로 관리해야죠”

입력
2019.07.19 04:40
수정
2019.07.23 11:24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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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 불황이 일상화된 2019년. 그러나 적어도 반려동물 시장은 ‘역대 급’ 호황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것도 해마다 두 자리 수 성장세다. 산업연구원(KIET)은 국내 반려동물 시장이 2012년 9,000억원에서 2015년에는 두 배 증가한 1조 8,000억원, 내년에는 무려 5조 8,000억원 규모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폭발적인 성장세에 걸맞게 반려동물 시장도 스마트화, 웰빙 등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고 있다. 반려동물 EMR(전자의무기록시스템)을 클라우드에 저장해 각 동물병원에서 손쉽게 조회할 수도 있다. 그러나 파편화된 조각 정보에 머물러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를 빅데이터화 하면 이전에 없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 이에 따라 반려동물 관련 스타트업도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전문가들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인간계(界)에서 누리는 모든 서비스가 동물계로 옮겨가는 추세라고 말할 정도다.

[HL1_4018] [저작권 한국일보] HnM 김현욱 대표이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일보 사옥에서 본보 기자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대표는 ‘또 하나의 가족’으로 자리매김된 반려동물을 통해 반려인은 우울증 극복, 교감증대, 함께 산책을 하면서 건강증진이라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한호 기자 /2019-07-11(한국일보)
[HL1_4018] [저작권 한국일보] HnM 김현욱 대표이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일보 사옥에서 본보 기자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대표는 ‘또 하나의 가족’으로 자리매김된 반려동물을 통해 반려인은 우울증 극복, 교감증대, 함께 산책을 하면서 건강증진이라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한호 기자 /2019-07-11(한국일보)

헬스앤메디슨(HnM) 김현욱(45)대표는 업계에서 이 분야 선두주자로 꼽힌다. 20년간 해마루 동물병원을 운영하며 수의사 가운을 입었던 그는 올 1월 펫테크(Pet-Tech), 기업을 선보이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11일 본보와 만난 김대표는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반려동물 시장은 블루오션으로 자리 잡았지만 법적 제도적으론 허점이 많은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려동물을 ‘물건’으로 규정한 제도적인 틀에서 벗어나 반려인과 반려동물의 생태계를 한 차원 높이는데 보탬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구체적으로 그는 “반려동물 데이터를 취합해 표준화한 다음, 맞춤형 의료, 보험 상품 등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테면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동물병원과 반려동물의 의료 정보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다. 김 대표는 “이를 통해 1,2차 병원간에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고, 보호자도 반려동물의 의료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문가가 선정한 반려동물 용품을 유통하는 가상 스토어도 곧 선보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반려인과 반려동물의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구축하는 것이 HnM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ICT융합으로 대표되는 4차산업혁명 물결이 반려동물 시장에도 높은 파고로 밀려들고 있다. 집에 혼자 있는 반려동물을 보살펴 주는 ‘반려동물 사물인터넷 (IoT)’이 실제 운용 중에 있고, ‘펫가전’ 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금융상품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김대표는 “반려동물은 진료수가가 정해져 있지 않아 의료보험에서 제외돼 수술비가 400만~500만원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며 “관련 대출과 보험 시장도 눈 여겨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밖에 반려동물을 배려한 주택구조와 홈 인테리어까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각종 자료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양육 인구수는 1,5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농촌경제연구원은 2017년 현재 전국 1,952만 가구 중 574만 가구가 개 또는 고양이를 기르고 있으며, 반려동물 수는 약 874만 마리로 추정했다. 반려동물 보유가구 비율도 2017년 29.4%에서 10년 후, 2027년에는 40%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 대표는 이런 시대적 흐름에 맞춰 반려동물의 모든 정보를 빅데이터에 담아 한발 앞선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한 예로 의료서비스를 들었다. 그는 “사람과 반려동물 그리고 주변 환경을 두루 살펴야 입체적인 진단과 처방이 가능하다”며 원헬스(One-health·사람 동물 환경 등 감염병 관련 정보를 통합한 플랫폼)개념 도입을 힘주어 말했다. 실제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이 터졌을 때 반려동물에서도 같은 증상이 신고됐다는 그는 당시 반려동물의 폐질환이 의심돼서 역학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고 돌아봤다.

[HL2_2645] [저작권 한국일보] HnM 김현욱 대표. 이한호 기자 /2019-07-11(한국일보)
[HL2_2645] [저작권 한국일보] HnM 김현욱 대표. 이한호 기자 /2019-07-11(한국일보)

반려동물과 함께 보다 건강한 사회를 꿈꾼다는 김 대표는 인간 관계에서 에티켓처럼 반려동물에게도 펫티켓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선 일정기간 펫티켓 교육이수 후에 반려동물을 입양 보낸다고 소개한 그는 펫티켓 관련 커리큘럼을 체계화한 다음 빅데이터에 담아 연결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며 이를 ‘반려동물의 사회화’ 과정이라고 표현했다.

김 대표는 정부 정책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반려동물 방역에 관해 질병관리과와 동물복지과에서 임기 응변식의 대응이 아니라 수의국을 신설해 종합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며 나아가 제대로 된 반려동물 임상수련시스템을 구축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최형철 선임기자 hcc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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