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상원 의원 당선자가 일명 ‘뽀샵(포토샵 등으로 보정한)’ 사진을 투표용지에 실었다는 이유로 헌법재판소에 피소됐다. 유권자들의 표를 얻기 위해 부정직한 방법을 썼으므로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15일 자카르타포스트에 따르면, 파루크 무함마드 서부누사텡가라주(州) 지역대표협의회(DPD) 의원은 지난 4월 17일 대선과 함께 치러진 총선에서 DPD 의원에 당선된 에비 아피타 마야씨가 투표용지 사진을 지나치게 디지털로 보정했다며 헌법재판소에 제소했다. 인도네시아는 총선 출마 후보가 워낙 많아 유권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투표용지에 후보의 이름뿐 아니라 얼굴 사진도 싣는다. 그래서 투표용지가 신문지를 펼친 것만큼 크다.
파루크 의원의 변호인은 12일 자카르타의 헌법재판소에 출석해 “26번 에비 후보가 디지털로 상당한 변화를 준 것으로 보이는 자신의 사진을 투표용지뿐 아니라 현수막과 공식 선거유인물 등 다양한 선거 운동에 써먹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부정직하게 보정한 사진은 유권자들을 속이고, 다른 후보들을 기만한 것이기 때문에 결국 총선 규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선거에서 에비 후보는 27명 중 1등으로 당선했다. ‘상원’ 격인 DPD 의원은 34개 주에서 4명씩 뽑는다. 소송을 제기한 파루크 현 의원은 5위에 그쳐 낙선했다. 그러나 에비 후보의 당선이 무효가 되면 파루크 의원이 그 자리를 물려받게 된다. 파루크 의원이 헌법재판소에 소송까지 제기한 이유를 미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에비 후보가 가장 많은 표를 얻어 당선됐다는 사실을 선거관리위원회(KPU)가 발표하기 전까지 그의 투표용지 사진은 아무런 논란을 일으키지 않았다. 다만 대다수 유권자는 후보들이 누구인지 잘 모를 때 투표용지 사진 상 매력적인 외모를 지닌 후보에게 더 끌린다고 인정하는 정도였다.
선관위 발표에 발끈한 파루크 의원 측이 거세게 항의하자 다른 후보들도 논란에 가세했다. 일부는 에바 당선자가 대중에게 낯이 익은 아이린 라치미 디아니 남부탕에랑 시장의 사진을 썼다고 주장했다. 낙선한 한 후보는 “나도 더 어린 시절 사진을 썼으면 더 매력적으로 보였을 텐데”라고 비꼬았다.
논란이 커지자 선관위는 “이미 후보 시절 선거 규정에 따라 촬영이 허용된 것”이라고 일축했다. 결국 파루크 의원 측은 KPU 발표 5일 뒤 선거감독위원회(BAWASLU)에 해당 사안을 고발했고, 이번에 헌법재판소 문을 두드리게 됐다.
에비 당선자는 덤덤하다. “괜찮아요.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말할 권리가 있어요. 모두들 나름의 선거 전략이 있었던 거죠. 4월 총선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것에 대해 유권자와 신, 가족, 선거캠프 동료에게 감사할 뿐입니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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