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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안방에 ‘한드’ 바람ㆍBTS는 음반 신기록… 끄떡없는 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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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안방에 ‘한드’ 바람ㆍBTS는 음반 신기록… 끄떡없는 한류

입력
2019.07.14 16:53
수정
2019.07.14 21:3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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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경제 보복’ 조처로 한-일 냉각 국면 불구 한류 열기 여전

소비층 넓어진 덕… ‘장르물 강국’ 일본 ‘한국 장르물’ 리메이크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이 지난 3일 일본에서 낸 싱글 음반 ‘라이츠/보이 위드 러브’ 콘셉트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이 지난 3일 일본에서 낸 싱글 음반 ‘라이츠/보이 위드 러브’ 콘셉트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1.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은 ‘일본의 빌보드’인 오리콘 차트에서 최근 신기록을 세웠다. 올해 일본에서 음반을 낸 남성 가수 중 가장 높은 점수로 싱글 음반 발매 오리콘 주간 차트 정상에 올랐다. 새 싱글 음반 ‘라이츠/보이 위드 러브’가 이달 첫째 주(1일~7일) 1위에 오른 점수는 63만 7,000점이다. 지난해 같은 차트에서 일본 남성 가수 중 연간 최고 점수(57만 5,000점)로 1위를 한 그룹 킹 앤 프린스보다 높은 수치였다. 킹 앤 프린스는 일본을 대표하는 아이돌 기획사인 쟈니스 소속으로, 지난해 일본 최대 연말 음악 축제인 NHK의 ‘홍백가합전’에 출연했다. 방탄소년단의 이번 1위 점수는 해외 가수 중 역대 최고치다. 오리콘은 CD와 음원 다운로드 등의 판매량을 점수로 환산해 순위를 매긴다.

#2. 지난 13일 일본 지상파 방송사 니혼TV는 드라마 ‘보이스 110긴급지령실’을 첫 방송했다. 한국에서 리메이크 된 드라마 ‘하얀 거탑’의 주인공이었던 유명 배우 가라사와 도시아키 등이 출연했다. ‘보이스 110긴급지령실’은 한국 드라마 ‘보이스’ 시리즈를 리메이크했다. 이달 일본에선 한국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가 3편이나 방송된다. 11일 TV아사히에서 ‘싸인’을 각색한 ‘싸인-법의학자 유즈키 다카시의 사건’을 첫 방송했고, 16일 후지TV에서 ‘투 윅스’의 동명 리메이크 드라마를 내보낸다.

한일 무역 갈등이 심화된 이달 일본 지상파 방송에서 잇따라 리메이크돼 방송되는 한국 드라마 세 편. 사진 맨 위부터 TV아사히의 '싸인-법의학자 유즈키 다카시의 사건', 니혼TV의 드라마 '보이스 110긴급지령실', 후지TV에서 '투 윅스' 등이다. 일본 방송사 홈페이지 캡처
한일 무역 갈등이 심화된 이달 일본 지상파 방송에서 잇따라 리메이크돼 방송되는 한국 드라마 세 편. 사진 맨 위부터 TV아사히의 '싸인-법의학자 유즈키 다카시의 사건', 니혼TV의 드라마 '보이스 110긴급지령실', 후지TV에서 '투 윅스' 등이다. 일본 방송사 홈페이지 캡처

◇아이즈원 NHK 음악 방송 출연

한국을 상대로 한 일본의 경제 보복 조처로 양국 관계가 급속히 냉각됐지만 일본에서 한류는 식지 않았다. TV에선 한국 드라마 리메이크작이 잇따라 방송되고, 음악 시장에선 K팝의 열기가 여전히 뜨겁다. 양국 관계의 악화와 별개로 일본에서 한국의 대중문화는 오히려 세력을 넓혀가는 분위기다. 한ㆍ일간 갈등이 커지면 크게 위축됐던 과거 한류와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한국 대중 문화가 양국 관계 경색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건 현지 한류의 뿌리가 단단해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드라마의 일본 진출은 어느 때 보다 활발하다. 한 해 평균 1~2편의 한국 드라마가 일본에서 리메이크됐던 경향을 고려하면 요즘 일본에서의 한국 드라마 리메이크는 ‘붐’에 가깝다. 양국 관계 경색을 무색하게 하는 관심이다.

일본 방송업계의 한국 드라마 소비 장르도 다양해졌다. 일본에 저작권을 판 ‘보이스’ ‘싸인’ 등은 모두 범죄 수사 등을 소재로 한 장르물이다. ‘장르물 강국’인 일본에 장르물 드라마 수출이 잇따른다는 건 한국 작품의 수준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얘기다. 김교석 방송평론가는 “일본으로의 한국 드라마 수출이 로맨스나 사극 장르에서 장르물로 확대되고 있다”며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한국 드라마와 K팝이 여전히 일본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건 갈라파고스화(세계 시장에서 고립되는 현상)되고 있는 일본 대중문화에 큰 자극을 주고 있다는 징표”라고 분석했다.

◇넓어진 ‘3세대 한류’

K팝의 일본 내 입지는 아직 탄탄하다. Mnet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48’ 출신 아이돌그룹 아이즈원은 16일 일본 NHK 인기 음악 프로그램인 ‘우타콘’에 출연한다. 제작진은 프로그램 인터넷 홈페이지에 아이즈원의 출연 소식을 알리며 이들의 음악을 ‘K팝’이라 소개했다. 양국 간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엔 일본 공영방송이 K팝 아이돌 출연을 최대한 자제했던 예전과 다른 양상이다. 외부 변수에 따라 일본 활동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큰 K팝 신인그룹의 현지 공연도 활기를 잃지 않았다. 아이돌그룹 VAV는 올 가을 일본 도쿄에서 2회 공연을 한다고 지난 11일 공지했다. 양국 갈등이 한창인 때였다.

일본에서 한류가 쉬 흔들리지 않는 건 소비층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드라마 ‘겨울연가’로 시작된 2000년대 초반 ‘1세대 한류’는 40~50대 중심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 들어 일본 내 한류 소비층은 10~20대로 확 젊어졌다. K팝이 일본 젊은층을 끌어 들였다. 2000년대 후반 동방신기, 빅뱅, 카라가 일으킨 ‘2세대 한류’는 2010년대 후반 방탄소년단과 트와이스로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이뤘다. 방탄소년단과 트와이스가 중심이 된 ‘3세대 한류’에서 젊은층의 지지 기반은 더욱 공고해졌다. K팝의 주 소비층인 일본 10대는 정치적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TV보다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음악을 접한다. 한류에 대한 접근이 더욱 용이해진 셈이다. 황선혜 한국콘텐츠진흥원 일본비즈니스센터장은 “트와이스 일본 공연장에 학생들을 따라 엄마들도 몰린다”며 “아이와 부모가 함께 트와이스의 팬이 되는 것”이라고 일본 내 다양해진 K팝 소비 현상을 진단했다.

◇불똥 튈라… 일본 활동 소식 함구도

하지만 국내 연예기획사들은 한일 양국의 갈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2년 독도에 방문한 것을 계기로 반한 기류가 거세져 한류가 꽁꽁 얼어붙은 전례가 있어서다. 일본에서 활동하는 한 아이돌그룹의 소속사는 현지 공연 계획 등을 국내 언론을 통해 알리지 않고 있다. 이 소속사 관계자는 “평상시 같았으면 일본 활동 관련 보도자료를 냈겠지만, 민감한 시기에 괜히 불똥이 튈 수 있어 조용히 (행사를) 진행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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