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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1대 100

입력
2019.07.13 04:4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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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서로 지식을 전이시키면서 만들어내는 클러스터로 인한 지식의 전이는 그 가능성과 성장력이 무궁무진하다. ©게티이미지뱅크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서로 지식을 전이시키면서 만들어내는 클러스터로 인한 지식의 전이는 그 가능성과 성장력이 무궁무진하다. ©게티이미지뱅크

‘최첨단 기술을 만들어 내는 혁신이 일어나는 곳’ 하면 딱 떠오르는 곳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실리콘밸리일 것이다. 실리콘밸리는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클러스터’의 효과를 최대로 본 곳이라 할 수 있다. ‘클러스터’는 비슷한 일을 하는 기업들이 모여 있게 되고, 많은 숫자의 비슷한 일들을 하는 인재가 모여있음으로써 엄청난 효과를 낼 수 있는 잠재력을 갖게 되는 곳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클러스터는 많은 장점을 제공하지만, 그중 가장 치명적인 장점은 ‘지식의 전이’이다.

클러스터가 가져오는 지식의 전이라는 장점은 꼭 실리콘밸리와 같은 큰 지역을 만들어야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LG전자처럼 엄청난 수의 훌륭한 엔지니어를 가지고 있는 회사 자체 내에서도 이 지식의 전이 효과는 일어난다. 옆의 함께 일하는 동료들로부터이다. 획득하기 어려운 지식과 경험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일한다는 것 자체가 경쟁하기 힘든 요인이다. 게다가 한 명이 앉아 연구하고 만드는 것과 1,000명이 서로 지식을 전이시키면서 만들어 낼 수 있는 가능성은 스케일과 확률 자체가 다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기술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필자가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할 수 있는 금융에서도 지식의 전이 효과는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이 된 지 오래다. 금융에서도 기술과 같은 혁신은 지속적으로 일어난다. 금융의 소비자들을 위한 새로운 상품의 개발뿐만이 아니라, 금융을 좀 더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관리하기 위한 것까지 모든 스텝에서 혁신은 지속되어 왔다. 최근 몇 년간 기술 분야에서 가장 많은 논의가 되었던 빅데이터, 머신러닝과 인공지능의 결합 역시 금융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사실 금융은 1970년대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투자 의사 결정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알고리즘을 이용해 왔고, 그후 상품의 개발에서부터 금융 상품의 거래까지 폭넓은 분야에 적용돼 왔다. 최근 들어 이 성향은 훨씬 더 심화되었고,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인재의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세계의 빅 플레이어들은 수백 명의 연구원들을 모아놓고, 마치 세계의 테크 기업들이 연구를 하는 것처럼 연구를 한다. 사실 이렇게 한 지 최소 20년은 된 금융 기업도 꽤 된다.

한국에서도 밤낯 가리지 않고, 열심히 금융을 연구하는 연구원들이 있다. 그런데 많은 경우, 한 회사에 몇 명의 연구원 또는 심지어는 한 명이 혼자 이것저것 해 보는 경우도 보았다. 그렇다고 해서 인재의 양성, 재교육과 고용 등 특별히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것 같은 움직임 역시 눈에 띄게 보이고 있지도 않다. 이 상황은 최소한 몇 가지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만들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선, 지식의 전이에서 오는 모든 장점을 포기해야 하고 여기서 오는 차이는 지속적으로 커질 것이다. 인재 클러스터가 없을 때 외부와의 교류는 더 힘들어진다. 안에서 다른 의견과 지식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안되다 보면, 우물안 개구리처럼 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은 외부의 투자와 유입도 막는다. 인재클러스터가 형성되어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 곳에, 해외 기업이 연구를 위한 오피스 등을 세우거나 고용을 할 이유가 별로 없다. 세계 시장에서 경험을 쌓은 전문가들이 돌아와 일하고 싶을 이유도 별로 없다.

최근 2, 3년간 많은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중국에 오피스나 연구소를 새로 열기도 하고, 연구를 위한 인력들을 고용했다. 미국 등 선진화된 금융시장에서 일하던 전문가들이 중국에 돌아가 새로운 금융기업을 만들고 성공시킨 이야기들도 들린다. 세계의 경제신문들에서는 ‘중국의 수학교육을 세계의 금융회사들이 이용한다’는 등의 내게는 말도 안 되는 것 같은 헤드라인까지 보인다.

원래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던데, 그래서인가? 참 보기 싫다. 그런데 그렇다면 우리도 땅을 살 생각을 해야 하지 않을까.

영주 닐슨 스웨덴 예텐보리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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