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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경기도 치르지 못하고… 경찰 야구단 14년 역사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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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경기도 치르지 못하고… 경찰 야구단 14년 역사 속으로

입력
2019.07.10 17:07
수정
2019.07.10 18:22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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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야구단이 10일 충남 서산시 한화이글스 2군 야구장 실내 연습장에서 마지막 공식 경기를 앞두고 팬들이 선물한 꽃을 든 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서산=강주형 기자
경찰야구단이 10일 충남 서산시 한화이글스 2군 야구장 실내 연습장에서 마지막 공식 경기를 앞두고 팬들이 선물한 꽃을 든 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서산=강주형 기자

10일 충남 서산시에 위치한 한화 이글스 2군 야구장. 이날 오후 6시부터 경찰 야구단의 퓨처스리그 마지막 경기가 예정돼 있었지만 낮부터 적지 않은 비가 내렸다. ‘골수팬’을 자처한 팬 10여 명이 비를 뚫고 찾아와 선수단에 ‘한 곳만 바라보겠다’는 뜻을 담은 노란 해바라기꽃을 선물했다. 11년째 야구단을 지휘 중인 유승안 감독은 “마지막이란 게 실감나지 않았는데, 오늘 현장에 와보니 많은 생각이 든다“며 “굉장히 아쉽다”고 말했다.

오후 4시 30분쯤 결국 ‘우천 취소’ 통보를 받았다. 수많은 KBO리그 스타들이 거쳐 간 경찰야구단이 마지막 공식 경기조차 치르지 못한 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것. 의무경찰제도가 폐지에 따라 경찰야구단 역시 해단돼야 했다. 지난해 17명이 제대했지만 새 선수를 뽑지 않았고, 현재 남아 있는 선수 20명이 오는 8월 전역하면 경찰야구단은 완전히 해체된다.

경찰 야구단은 지난 2005년 25명의 선수(프로 20명ㆍ대학 5명)로 창단, 이듬해 퓨처스리그(2군)에 참가하면서 14년간 프로야구 선수들의 성장 고리 역할을 했다. 미래의 가능성을 품은 선수들이 야구를 하면서 병역 의무를 해결할 수 있는 최고의 공간이었다.

실제로 14년 동안 233명의 프로 선수들이 이곳들 거쳐갔고 이 가운데 130명가량이 1군에서 활약했거나 현재 활약 중이다. 양의지(32ㆍNC)는 2007년 두산에 입단한 뒤 2008~09년까지 경찰청에 몸담으면서 리그 최고 포수로 성장할 발판을 마련했고, 최형우(36ㆍKIA)도 삼성 시절 구단에서 방출된 뒤 이곳에서 절치부심, 구단에 복귀해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최형우의 경우 당초 포수로 삼성에 입단했지만, 경찰야구단에서 외야수로 전향했다. 이 밖에 전준우(33ㆍ롯데)와 장원준(34ㆍ두산) 우규민(34ㆍ삼성) 등도 이곳을 거쳐 갔다.

팀 성적도 좋았다. 2009년 북부리그 2위, 2010년 퓨처스리그 전체 2위를 차지했고, 2011년에는 전체 우승을 차지하는 성과도 냈다. 여세를 몰아 2012~16년까지 북부리그 6연패를 달성했다. 유 감독은 “한국 야구 저변을 탄탄히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서 “(경찰 야구단 해체는) 야구계의 큰 손실”이라며 아쉬워했다.

10일 경찰야구단과 한화 2군 경기가 우천 취소된 서산구장의 모습. 서산=강주형 기자
10일 경찰야구단과 한화 2군 경기가 우천 취소된 서산구장의 모습. 서산=강주형 기자

이날 경기가 우천 취소되면서 경찰 야구단의 공식적인 마지막 경기는 8일 서산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번외 경기(6-1 경찰 승)로 기록됐다. 비로 취소된 번외 경기는 추후 편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유승안 감독을 포함한 5명의 코치진과 선수 20명으로 구성된 경찰야구단은 선수 부족으로 리그 전체 경기(96경기)를 소화할 수 없기에, 올해 48경기를 ‘번외 경기’ 형식으로 치렀다. 또 경찰 야구단의 마지막 홈경기는 지난달 30일 경기 고양시 경찰야구장에서 진행된 두산 2군과의 경기로 기록됐다. 유 감독은 “항상 선수들에게 ‘2군에 머무르지 말라’고 강조한다”면서 “야구단은 해체되지만, 마지막 남은 선수들도 한국 야구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산=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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