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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억만장자 엡스타인 미성년 성추문 파문 일파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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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억만장자 엡스타인 미성년 성추문 파문 일파만파

입력
2019.07.09 18:31
수정
2019.07.09 20:05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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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제프리 버먼 미국 뉴욕남부지검장이 미성년 성범죄 혐의로 기소된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왼쪽 사진 속 인물)을 가리키며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8일 제프리 버먼 미국 뉴욕남부지검장이 미성년 성범죄 혐의로 기소된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왼쪽 사진 속 인물)을 가리키며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사회가 지난 6일(현지시간) 전격 체포된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 제프리 엡스타인(66)의 ‘미성년자 성매매’ 사건으로 들끓고 있다. 이미 11년 전 미 사법당국의 수사가 한 차례 이뤄졌던 사안이지만, 당시에는 석연찮은 ‘불기소 합의’로 종결됐던 터라 이번에야말로 그가 제대로 된 법의 심판을 받게 될지 미국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파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로도 불똥이 튈 조짐을 보이고 있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과거 엡스타인과의 친분을 인정한 발언을 한 데다, 엡스타인 측과의 종전 플리바게닝(유죄인정 감형협상)에 관여한 연방검사들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의 현직 고위 각료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최근 이뤄진 그의 자택 압수수색에선 ‘미성년 여성’을 찍은 외설적 사진도 무더기로 발견돼 ‘불기소 특혜’ 의혹은 일파만파로 확산될 전망이다.

미국의 억만장자 제프리 앱스타인. 그래픽=박구원 기자
미국의 억만장자 제프리 앱스타인. 그래픽=박구원 기자

8일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CNN방송 등에 따르면 뉴욕남부지검은 이날 엡스타인을 기소하면서 그의 공소장도 함께 공개했다. 엡스타인은 2002~2005년 미성년 여성 20여명을 뉴욕 맨해튼, 플로리다주 팜비치 등 그의 거주지로 오게 한 뒤, 회당 수백달러를 주고 성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연방검찰은 “피해자 중에는 14세 소녀도 있다”고 밝혔다. 제프리 버먼 뉴욕남부지검장은 “엡스타인은 일부 피해자들에게 다른 소녀들을 모집하도록 했고, 이 과정에서 스스로 나이를 말한 피해자들도 있었다”며 “이런 식으로 성적인 만남을 주선하는 광대한 네트워크를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러 어린 소녀들을 노리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뜻이다.

미국의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이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8일 기소된 가운데, 2008년 그의 같은 혐의에 대한 미 연방검찰의 수사가 ‘불기소 합의’로 끝난 것을 두고 특혜 의혹이 재점화하고 있다. 당시 엡스타인 측과 플리바게닝(유죄인정 감형협상)을 했던 연방검사들 중에는 현직 노동부 장관인 알렉산더 어코스타도 포함돼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2002년 엡스타인과의 친분을 내세운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17일 백악관에서 열린 회의에 트럼프(왼쪽) 대통령과 어코스타 장관이 참석해 있는 모습.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의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이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8일 기소된 가운데, 2008년 그의 같은 혐의에 대한 미 연방검찰의 수사가 ‘불기소 합의’로 끝난 것을 두고 특혜 의혹이 재점화하고 있다. 당시 엡스타인 측과 플리바게닝(유죄인정 감형협상)을 했던 연방검사들 중에는 현직 노동부 장관인 알렉산더 어코스타도 포함돼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2002년 엡스타인과의 친분을 내세운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17일 백악관에서 열린 회의에 트럼프(왼쪽) 대통령과 어코스타 장관이 참석해 있는 모습. 워싱턴=AP 연합뉴스

주목할 대목은 2008년에도 엡스타인의 성범죄 수사가 진행됐었다는 사실이다. 플로리다주 연방검찰은 당시 그가 2001~2006년 최소 36명의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행위를 강요한 혐의를 포착, 수사를 진행했으나 이 부분에 대해선 플리바게닝을 거쳐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엡스타인 측이 유죄를 인정한 부분은 ‘매춘부와의 성행위 두 건’이었고, 그가 받은 처벌은 징역 13개월과 성범죄자 등록 등에 그쳤다. 이번 재수사와 관련, 엡스타인 측 변호인이 이날 법정에서 “이미 수사가 이뤄졌고, 본질적으로 끝난 ‘옛날’ 사건”이라면서 부당함을 내세운 이유다.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 같은 항변이 통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검찰은 이날 “(11년 전) 불기소 합의 당시 피해자들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엡스타인 측 주장을 일축했다. 앞서 플로리다주 연방판사가 올해 2월 “플리바게닝 이전에 법무부가 이를 피해자들에 고지하지 않은 건 범죄 피해자의 권리를 규정한 연방법 위반”이라고 판결한 사실을 언급한 것이다. 또, 이번 재수사를 통해 엡스타인의 초호화 저택에 미성년 아동이나 젊은 여성들의 나체 또는 반나체 사진이 수백~수천장 보관돼 있었으며, 일부는 CD에도 저장돼 있었던 사실이 드러난 것도 그에겐 불리하게 작용할 공산이 크다. 알렉스 로즈밀러 연방검사보는 “엡스타인은 과거와 절연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관심의 초점은 역시 엡스타인에 대한 ‘특혜 의혹’이다. 2008년 사건 관련 불기소 합의 과정에 참여했던 연방검사들 중에는 현직 노동부 장관인 알렉산더 어코스타가 포함돼 있었는데, 어코스타는 이에 대한 해명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CNN은 “이 사건은 어코스타 장관을 ‘정밀 조사’로 몰아넣고 있다”고 전했다.

또 엡스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영국 앤드류 왕자 등 ‘고위 권력층’ 인사들과도 친분을 유지했던 것으로 알려져 의심을 더하고 있다. 예컨대 트럼프 대통령은 2002년 뉴욕매거진 인터뷰에서 그를 “멋진 녀석”이라고 칭한 뒤 “나만큼 미녀를 좋아한다. 대부분은 나이가 어린 편”이라 말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1997년과 2000년 엡스타인은 (트럼프의 개인 별장인) 마라라고 리조트를 방문해 트럼프와 사진을 찍기도 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NYT는 “엡스타인 저택 압수수색에서 발견된 외설 사진들은 2008년 ‘불기소 합의’에 대한 의문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11년 전 연방검찰의 부적절한 사건 처리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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