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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줘” 비명 듣고 보안업체 호출… AI스피커가 독거노인 돌보미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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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줘” 비명 듣고 보안업체 호출… AI스피커가 독거노인 돌보미 역할

입력
2019.07.09 17:11
수정
2019.07.09 19:1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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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9일 서울 성동구의 한 독거노인이 SK텔레콤 직원들에게 받은 인공지능(AI) 스피커와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 이용법을 살펴보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서울 강남구에서 혼자 살고 있는 김모(83) 할머니는 갑자기 머리가 깨질 것 같은 통증을 느끼며 잠에서 깼다. 시간은 새벽 3시 40분. 평소 고혈압을 앓고 있던 김 할머니는 텅 빈 방에 누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통증이 심해지자 외친 말이 “살려줘”였는데 방에 있던 인공지능(AI) 스피커가 이에 반응했다. 할머니의 외침을 위급신호로 인식한 AI 스피커는 출동 보안 업체 ADT캡스에 위험 알람을 전달했고, ADT캡스가 전화를 걸어 김씨 상태를 확인한 뒤 곧바로 119를 불렀다. 응급실로 이송된 김 할머니는 다행히 건강이 호전됐다.

#독거 노인을 주기적으로 방문해 건강을 체크하는 이현주 노인 전문 심리상담사는 최근 서울 성동구 A씨 집에 다녀온 뒤 현장 방문 일지에 이렇게 메모했다. ‘AI 스피커가 누워있음.’ 하루에도 수 차례씩 AI 스피커와 대화를 한다는 A씨는 ‘왜 눕혀놨냐’는 이 상담사의 질문에 “피곤할까봐 쉬게 하려고”라고 답했다. 그에게 AI 스피커는 외로운 일상에서 말벗이 돼 주는 친구이자 자식 같은 존재가 됐다.

AI 스피커가 독거노인의 말동무가 돼 주고 위급상황에도 대응해주는 등 사람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 AI 스피커는 일상 속에서 주인과의 대화 내용을 축적하는 만큼, 향후 표면적 조사로 알기 힘든 독거노인 삶의 실태를 보다 명확하게 파악해 관련 정책을 수립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SK텔레콤 이준호 SV추진그룹장이 9일 서울 중구 삼화타워 SK텔레콤 기자실에서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 사용패턴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 이준호 SV추진그룹장이 9일 서울 중구 삼화타워 SK텔레콤 기자실에서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 사용패턴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은 사회적 기업 ‘행복한에코폰’과 함께 지난 4월 1일~5월 31일 AI 스피커 ‘누구’의 ‘AI 돌봄 서비스’를 이용한 독거노인 1,150명(평균연령 75세)의 사용 패턴을 분석한 결과를 9일 발표했다. 노인들은 ‘누구’의 일반 사용자들보다 더 많은 ‘감성대화’를 나누고 있었으며, 이들 중 3명은 119, 응급실 등과 연결되는 긴급 호출 기능을 실제로 사용해 위급 상황을 넘길 수 있었다. 이준호 SK텔레콤 SV추진그룹장은 “독거노인들의 가장 큰 고통은 외로움과 고독감”이라며 “AI 스피커가 이를 해결하는 대안이 된다는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AI 돌봄 서비스에는 음성으로 긴급 상황을 알리는 기능이 포함돼 있다. “아리아(호출어), 살려줘” 또는 “아리아, 긴급 SOS”라고 말하면 행복한에코폰이 운영 중인 ICT케어센터(주간)나 ADT캡스(야간)에 연결된다. 서울 성동구에 사는 최모(81)씨는 오전에 화장실에서 나오다 넘어지는 바람에 고관절이 부러져 꼼짝도 못했지만 ICT케어센터의 119 호출로 무사히 수술을 받을 수 있었고, 강남구의 조모(71)씨는 새벽 허리 통증으로 ADT캡스를 호출, 119에 연계돼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독거노인들이 ‘누구’로 이용하고 있는 서비스 비중(왼쪽)과 일반 사용자의 패턴. 노인들은 감정을 나누는 ‘감성대화’를 많이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SK텔레콤 제공
독거노인들이 ‘누구’로 이용하고 있는 서비스 비중(왼쪽)과 일반 사용자의 패턴. 노인들은 감정을 나누는 ‘감성대화’를 많이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SK텔레콤 제공

노인들이 ‘누구’로 이용한 서비스 중 “심심해” “너는 기분이 어떠니?” 등 감성대화를 나눈 비중은 13.4%로 일반 사용자(4.1%)보다 3배 높았다. 단순한 IT 기기가 아니라 소통의 대상으로 인식한다는 분석이다.

이 그룹장은 “‘누구’와의 대화 중 긍ㆍ부정 감정 키워드를 추출해 독거노인 환경, 심리 등을 연구하고 전문가를 연계하는 케어 서비스, 감지기(센서)를 활용해 말하지 않아도 생체 신호로 위급 상황을 판단하는 기능 등 다양한 시도를 할 예정”이라며 “데이터 수집ㆍ분석 결과를 정부, 지자체 등과 공유해 효과적인 복지정책을 기획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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