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수행하는 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지난 주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자리에서 적절치 못한 자리에 끼어들다가 무시를 당하는 모습이 화제가 되면서, ‘낄낄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라는 뜻의 신조어)’를 하지 못한 이방카 보좌관을 조롱하는 패러디 합성사진이 쏟아지고 있다.
2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최근 프랑스 대통령실 엘리제궁이 공개한 19초짜리 짧은 동영상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동영상에는 G20에 참석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영국 테리사 메이 총리,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국제통화기금) 총재 등 세계 주요 리더들이 함께 대화를 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 영상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사회 정의(social justice)’라는 화두를 꺼내자, 메이 총리는 “(사회 정의에 대해) 경제적 측면에서 접근을 하면, 관심이 없던 이들도 듣기 시작한다”며 화답한다. 그런데 이어 이방카 보좌관이 “국방 분야도 마찬가지”라며 “전체 생태계 측면에서 볼 때 굉장히 남성 중심적”이라는 다소 맥락에 맞지 않는 의견을 내놓자 갑자기 분위기가 싸늘해진다. 이방카의 왼편에 서있던 라가르드 총재는 어색한 표정을 짓기에 이른다.
한 비평가는 이를 두고 “이방카는 마치 추수감사절에 어른들의 식탁에 끼려는 어린아이 같다”며 비판했다. 폴리티코는 프랑스 엘리제궁 측이 ‘이런 반응을 기대하고 영상을 공개한 것은 아니었다’라며 당혹스러워했다는 후문을 전하기도 했다.
이후 트위터 등 온라인상에서는 ‘불청객 이방카(#UnwantedIvanka)’라는 해쉬태그가 달린 채로 온갖 패러디 사진이 유행하고 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명연설로 유명한 1963년 8월 28일 노예 해방 100주년을 기념해 열린 미국 워싱턴 대행진 연설 자리에서 흑인 인권 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옆에 서 있기도 하고, 미 해병대가 일본군에게서 고지를 빼앗은 뒤 성조기를 꽂는 모습으로 유명한 ‘이오지마 전투’ 사진 속에서 환한 얼굴로 손을 흔들고 있기도 하다.
다른 패러디 사진에서 이방카 보좌관은 카말라 해리스, 엘리자베스 워런 등 미국의 유력 여성 정치인들이 모인 장면을 부럽다는 듯이 창문 밖에서 지켜보고 있기도 하고, 1945년 2차 세계대전 종전을 앞두고 열린 ‘얄타회담’ 장면에서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 윈스턴 처칠 영국 수상, 요시프 스탈린 소련 최고인민위원 등 연합국 정상들과 나란히 앉아 있다.
또 전설적인 미국 드라마 ‘프렌즈’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E.T.’에 등장하는가 하면, 심지어 성경에 나오는 ‘홍해의 기적’의 한 장면에 이방카 보좌관이 끼어들어 셀피(Selfieㆍ휴대폰 등으로 찍은 자신의 사진)를 찍고 있는 모습의 패러디 사진도 있다.
‘낄 자리’와 ‘끼지 말아야 할 자리’를 분별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은 이방카 보좌관에 대한 신랄한 풍자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 미국 하원의원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서 "누군가의 딸이라는 게 직업의 자격이 될 수는 없다”라면서 “이는 우리(미국)의 외교적 지위를 손상 시킨다. 적합한 외교관을 기용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는다”며 비판했다. CNN, BBC 등 주요 외신들마저 "이방카의 정확한 역할이 무엇이냐"고 비꼬는 지경이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