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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버스 정책, 새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입력
2019.07.15 04:4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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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 시내버스는 1928년 첫 등장 이후 대중교통수단의 주류를 이뤘다. 그러나 74년 서울지하철 개통, 자가용의 급증, 급변하는 경영환경 등으로 이젠 정부 지원 없이는 경영이 어려운 사업으로 전락했다.

2018년 기준 시내버스 하루 이용객은 약 1,450만명, 서울 등 전국 8개 시도가 한 해 지원하는 버스 적자 예산은 1조 1,147억원에 달한다. 이용객은 매년 1.5%씩 감소하는데 정부의 시내버스 적자 보전 예산은 매년 2.5%씩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노동관계법 개정으로 주 52시간 근로시간 제도가 적용돼 추가적인 예산 마련과 운전기사 확보가 큰 사회적 문제로 등장했다. 5월에 버스 노조가 임금 보전을 요구하며 파업을 예고했지만 다행히 철회ㆍ유보하긴 했지만 추가 대책 없이 버스사업을 민간에만 맡기면 언제든 시민의 발이 멈출 수 있는 제도적 한계는 여전하다. 공공성 확보를 위한 획기적 정책 마련이 필요한 이유다. 그렇다면 가장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그리고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우선 버스 정책방향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버스 이용을 헌법이 보장하는 생존권으로 보고 교통복지 측면으로 접근할지, 아니면 지금처럼 민간사업으로 두면서 정부 재정지원으로 운영할지를 명확히 밝히고, 그에 맞게 정책 방향을 재설계해야 한다.

필자는 시내버스 완전 공영제의 적극 검토를 제안한다. 버스 이용객의 90% 이상이 교통카드를 이용해 운송수입금관리가 투명해졌고, 운수사업에 필요한 차량과 물품 등은 최저가 입찰을 통해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운송원가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준공영제에서 인정해주는 업체 마진도 필요 없고, 친인척 고용 등의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

전국 최초로 2007년부터 ‘버스 완전공영제’를 운영 중인 전남 신안군은 25억원의 예산으로 46대의 버스를 운행했지만 민간에 맡겨 운영하는 해남군은 36대를 운영하는데 22억원의 정부 재정을 쏟아 부었다.

지역별 맞춤형 버스운송사업 모델도 제시해야 한다. 벽지와 농촌 노선은 공영제를, 도심 지역은 공영제나 준공영제 또는 노선입찰제 등을 도입하고 이에 상응한 재정지원 모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수요가 적은 농어촌 지역은 수요응답형 교통수단으로 대체하는 것이 불필요한 운송비용을 줄이고 질 높은 운송서비스를 제공하는 지름길이다.

피서객 등 일시적 수요에 대응해 사업자에게 일정 기간과 범위 내에서 노선 조정 자율권을 부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버스요금 조정 정례화도 뒤따라야 한다. 매년 물가 상승에 따라 운송원가도 오르지만 정부의 재정지원이 충분하지 않아 버스 사업자는 매년 적자 운영을 하고 있다. 이는 노사문제를 야기하게 되고 서비스 질을 낮추는 원인이 되는 만큼 이용자 부담 원칙에 따라 요금조정 시기를 정례화해 운수회사의 적자 분을 적기에 보전해야 한다. 또 투명한 운송원가 공개,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회계시스템 마련, 경영개선을 통한 운송원가 절감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우수한 버스 승무사원 양성도 중요하다. 버스교통 서비스와 안전은 경쟁 대중교통수단인 철도, 지하철, 항공기에 비해 떨어지는데, 운수 종사자의 양성을 시장에 맡기고 임금수준도 높지 않은 게 주요 원인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세종도시교통공사가 지난해부터 운영 중인 교통사관학교을 정부가 설립ᆞ운영할 것을 제안한다. 사관학교에선 7주 동안 영어 등 승무사원을 위한 기본 맞춤형 소양과 운전 훈련을 한다. 졸업자의 90% 이상이 취업하고, 수료자의 56%가 청년이며, 60%가 대학졸업자들이다. 그만큼 나은 업무 능력을 갖추고, 직업에 대한 자긍심과 자부심도 크다.

지금처럼 버스 교통의 민간 위탁 운영은 한계가 있다. 공공성을 강화해 안정적이며, 고품질의 대중교통 서비스를 확보하기 위한 새 패러다임의 버스정책을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고칠진 세종도시교통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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