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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2.0] “화려한 호텔 말고…” 이효리가 바꾼 결혼식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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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2.0] “화려한 호텔 말고…” 이효리가 바꾼 결혼식 문화

입력
2019.07.08 04:0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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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결혼식 문화는 이효리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대지를 위한 바느질’ 이경재 대표는 2013년 큰 화제를 모았던 톱스타 이효리와 이상순의 제주도 ‘하우스 웨딩’을 기획, 연출했다.

그는 톱스타 이효리 부부의 결혼이 한국 웨딩 문화를 바꿨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이 이야기를 꺼내는 걸 조심스러워 했다.

언론들이 ‘이효리’ 이야기만 나오면 눈에 띄는 제목, 주제 등에 집착해 앞뒤를 뚝 자르고 보도하면서 잘못 알려진 사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가 이효리 웨딩드레스를 이 대표가 직접 제작했다는 기사들이다. 이 대표는 “우리 회사가 전체적으로 결혼식 기획을 한 건 맞지만 드레스는 이효리씨가 직접 골라온 것”이라며 “언론사에 수차례 정정 요청을 했는데도 바뀌는 게 없더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제주도에서 친환경, 작은 결혼식을 하고 싶다”는 요청을 전화로 처음 받았을 때 이 대표는 그게 이효리 측 관계자인지도 몰랐다. 지방에서 ‘에코 웨딩’을 하겠다는 고객이 있으면 이 대표는 일단 완곡히 거절한다. 지방에는 아는 가게가 없어 서울에서 모든 준비물을 다 챙겨 가야 하는데 지역사회에 기여한다는 취지에 어긋나고 대형 짐을 차에 싣고 이동하며 발생하는 대기가스도 내키지 않아서다.

이렇게 설명하면 열에 아홉은 수긍한다. 그러나 “그래도 꼭 하고 싶다”고 강한 의지를 보이는 고객이 있으면 이 대표도 수락하는데 이효리가 이런 경우였다.

이 대표는 “이효리씨는 친환경, 지역사회 기여라는 취지에 너무 잘 공감해 주셨다”고 했다. 결혼식에 쓰일 식탁과 의자부터 화분, 소품 하나도 모두 제주 지역 안에서 사거나 빌렸다. 이효리가 워낙 톱스타였던 탓에 취재 경쟁이 치열해 사진 찍히는 걸 막기 위해 집 주변에 가림막을 쳤는데 이효리는 이 천까지 집에 가서 커튼으로 쓰라고 하객들에게 나눠줬다.

사실 이효리의 결혼식이 순수한 의미에서 진짜 적은 비용을 들인 ‘작은 결혼식’인지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이효리 본인도 직접 방송 프로에서 “식장 크기나 하객 규모가 줄어들었을 뿐 많은 비용과 노력이 필요했다. 결혼식에 초대된 사람들에게 비행기, 숙소 비용을 모두 제공했고 유명 셰프, 유명 사진가를 초대했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그러나 그의 결혼이 ‘작은 결혼식’이란 트렌드를 몰고 온 건 분명하다.

2015년 강원도 밀밭에서 작은결혼식을 올려 화제를 모은 배우 원빈-이나영 커플. MBC 방송화면 캡처
2015년 강원도 밀밭에서 작은결혼식을 올려 화제를 모은 배우 원빈-이나영 커플. MBC 방송화면 캡처

그 전까지 연예인 결혼식은 얼마나 호화로운지가 관심사였다. 호텔은 S, H, W로 정해져 있었고 어느 브랜드의 웨딩드레스를 입었고 꽃 장식은 외국 어느 플로리스트가 했는지 다이아몬드와 티아라 가격대는 얼마나 되는 지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반면 이효리 이후 변화가 생겼다. 김태희와 비는 성당에서 소박한 결혼식을 치렀고, 강원도 정선의 푸른 밀밭을 배경으로 국수 가마솥을 옆에 둔 이나영과 원빈의 소박한 결혼 사진이 화제를 모았다. 이런 흐름은 자연스럽게 일상 결혼 문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 대표는 “톱스타 중 한 커플이라도 작은 결혼식을 해 주면 일반인의 동참을 빠르게 끌어낼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는데 이효리씨가 그걸 해 준 것”이라며 “그 전까지 ‘결혼’ 하면 사람들은 ‘호텔’ ‘보석’을 떠올렸지만 이제 ‘펜션’ ‘들판’을 떠올린다. 결혼은 의미 있고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는 거라는 인식이 널리 퍼진 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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