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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카로 음식 찰칵~ AI 영양사 “단백질이 부족한 식단입니다”

입력
2019.07.01 04:4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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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소기업이 미래다] 진송백 두잉랩 대표 

진송백 두잉랩 대표가 25일 서울 강남구의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진송백 두잉랩 대표가 25일 서울 강남구의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오늘의 점심 메뉴는 분식. 떡볶이와 튀김, 순대와 어묵을 식탁 가득 차려낸 뒤 매일의 식단을 기록하기 위해 사용하는 ‘다이어트 카메라’ 앱으로 전체 사진을 찍는다. 기쁜 마음으로 튀김을 떡볶이 국물에 푹 찍어 한 입 가득 베어 물려던 찰나, 인공지능(AI) 영양사의 메시지가 날아든다. “떡볶이, 모둠튀김, 찹쌀순대, 꼬치어묵. 전체 1,668㎉에 탄수화물과 지방이 많아요. 단백질이 부족한 식단입니다.”

이토록 야무진 AI 영양사를 탄생시킨 것은 진송백(42) 대표가 이끌고 있는 푸드테크 스타트업 ‘두잉랩’이다. ‘AI가 식이 관리를 해주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에서 2016년 10월 출범한 두잉랩은, 사진 한 장만 찍어도 △식단이 어떤 음식으로 구성돼 있으며 △각 음식별 칼로리는 얼마인지 △영양소 정보는 어떤지 분석해주는 AI 앱을 2017년 11월 내놓았다. 91%의 정확성을 자랑하는 ‘다이어트 카메라’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접할 수 있는 5,000여가지 음식을 척척 구분해낸다.

11년차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였던 진 대표는 2014년 회사를 박차고 나왔다. 삼성전자 사내 벤처 프로그램 ‘C랩’에 참여했던 것이 계기였다. 그는 “당시 그림이나 사진 위에 미니 프린터를 올리기만 해도 그대로 인쇄할 수 있는 새로운 프린터를 C랩을 통해 개발했는데, 내가 만든 제품이 시장의 평가가 아닌 내부 논리에 의한 평가를 받는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컸다”며 “평소에도 창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던 터라 큰 결심을 하고 회사에 사표를 냈다”고 웃었다.

두잉랩이 기술을 시연하는 장면. 먹고 있는 음식 사진을 찍기만 하면 각 음식이 무엇인지 인식해 기록해준다. 유튜브 캡처
두잉랩이 기술을 시연하는 장면. 먹고 있는 음식 사진을 찍기만 하면 각 음식이 무엇인지 인식해 기록해준다. 유튜브 캡처

퇴사 후 잠깐 몸 담았던 벤처기업에서 진 대표는 의외의 창업 아이템을 발견했다. 해당 기업에선 퍼스널트레이닝(PT) 운동 프로그램을 만들어주는 다이어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는데, 당시 “운동도 좋지만 먹는 것도 함께 관리해달라”는 피드백을 자주 받으며 이용자들의 ‘니즈’를 파악한 것이다. 문제는 식이 관리를 위해서는 매 끼니마다 식단을 기록하는 행동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이었다. 진 대표는 “처음 하루 이틀은 열심히 기록하다가도 곧 귀찮아지면서 입력 빈도가 줄어드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당시 트렌드였던 AI를 활용하면 이를 쉽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후 삼성전자에서 함께 일하던 후배 이현석(41) 부사장이 합류하면서 두잉랩은 제대로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고, 2017년 정부지원사업에 신청해 자금이 생기면서 기술 개발이 본 궤도에 올랐다.

빛과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모습을 보고도 음식을 척척 알아 맞추는 AI 솔루션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질 좋은 데이터가 필수였다. 처음에는 구글 등 인터넷에서 검색한 사진을 데이터베이스로 활용했지만, 완벽하게 연출된 ‘예쁜’ 사진보다는 먹다 남긴 음식, 아무렇게나 담아낸 ‘못생긴’ 음식 사진이 더 많이 필요해졌다. 다이어트 카메라 앱을 개발한 것도 이용자들이 매일같이 올려주는 일상적인 식단 사진을 데이터로 얻기 위해서다. 진 대표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엔진은 AI 딥러닝 기술이 적용돼 사진을 학습할수록 점점 더 똑똑해진다”며 “현재 1만여명에 달하는 이용자들이 매일 사진을 전송하고 있고, 덕분에 AI가 음식을 맞출 수 있는 확률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두잉랩이 ‘푸드 렌즈’라고 이름 붙인 이 엔진은 지금까지 100만장에 달하는 데이터를 학습했다. 먼저 개발자들이 같은 음식을 찍은 수많은 사진을 모아놓고 음식 이름을 입력한 뒤, 이 중 ‘쓸모 있는’ 데이터를 몇 가지 골라주면 AI가 전체를 자동으로 분류하는 ‘클러스터링’ 과정을 거쳤다. 이후 사진에서 음식 영역만 정확하게 추출해내는 전처리 과정을 거친 뒤, 이를 데이터로 다시 학습 과정을 반복하는 식이다.

이 중 특히 데이터 전처리 과정은 두잉랩의 ‘필살기’ 중 하나다. 진 대표는 “학습 과정 중 푸드 렌즈가 사람 얼굴을 ‘맥주’라고 인식한 적이 있는데, 이는 맥주 옆에 항상 사람 얼굴이 함께 있었기 때문”이라며 “노이즈가 될 만한 데이터를 자동으로 제거해줌으로써 특정 음식만을 정확하게 학습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두잉랩의 기술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놀랍다’는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진송백 두잉랩 대표가 25일 서울 강남구의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진송백 두잉랩 대표가 25일 서울 강남구의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두잉랩은 현재 ‘2단계’ 푸드 렌즈 엔진을 개발 중이다. 사람은 특정 사물이 무엇인지 정확하기 인식하기 힘들 때 주변 사물과의 관계를 고려하는데, AI가 이 능력을 탑재하게 된다면 음식을 구분하는 능력이 한층 향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진 대표는 “사람은 색깔만 보고는 구분하기 어려운 빨간 소스가 있을 때 주변에 회가 있으면 초고추장, 감자가 있으면 케첩일 거라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주변 사물과의 연관 관계를 보고 대상을 유추해 내는 기술에 대해 관련 특허를 내고 적용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8월 “일상생활에 대한 관심이라는 지점에서 네이버와 통하는 부분이 있다”며 두잉랩에 5억원 투자를 진행했다. 두잉랩은 올해 2월부터 굵직한 기업들과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하기 시작했고, 현재도 국내 헬스케어 업체부터 보험사, 의료기관 등과 협업을 논의 중이다. 진 대표는 내년 하반기쯤 손익분기점(BEP)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진 대표는 “음식과 영양 정보는 세계인의 공통적인 관심사인 만큼, 해외에서도 비슷한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며 “올해부터 해외 진출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며, 궁극적으로는 전 세계 모든 음식을 정확하게 인식해 사람들의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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