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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간 독립영화 634편 방영…수신료 아깝지 않은 KBS 독립영화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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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간 독립영화 634편 방영…수신료 아깝지 않은 KBS 독립영화관

입력
2019.06.28 04:40
수정
2019.06.28 09:35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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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독립영화관’이 28일 방영 400회를 맞는다. KBS 제공
KBS ‘독립영화관’이 28일 방영 400회를 맞는다. KBS 제공

KBS ‘독립영화관’은 TV 수신료를 내는 게 아깝지 않은 프로그램이다. 매주 한두 편씩 저예산ㆍ독립영화를 방영하고 있다. 극장 상영관을 잡는 것도 힘든 독립영화에는 고마운 기회다. 마찬가지로 시청자들도 이 프로그램 덕에 극장에서 만나기 어려운 독립영화를 안방에서 무료 관람할 수 있다.

‘독립영화관’이 28일 400회를 맞이한다. 2011년 1월 7일 정규 편성된 이후 9년간 장편 308편과 단편 326편 등 독립영화 634편이 시청자를 만났다. ‘튼튼이의 모험’ ‘살아남은 아이’ ‘B급 며느리’ ‘여배우는 오늘도’ ‘러빙 빈센트’ 등 독립영화 화제작들이 두루 전파를 탔다. 최근에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것을 계기로 봉 감독의 초기작인 단편 영화 ‘지리멸렬’을 방영하기도 했다.

634편에 달하는 방영 편수가 말해 주듯 ‘독립영화관’이 지닌 의미가 작지 않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이 프로그램을 칭찬하는 글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독립영화 배급사의 한 관계자는 “TV 방영 이후 VOD와 IPTV 매출이 소소하게나마 증가하는 등 긍정적인 영향이 크다”며 “열악한 환경에서 창작 활동을 하고 있는 독립영화 감독들에게 격려가 된다”고 말했다.

‘독립영화관’은 2001년 1월부터 2006년 11월까지 264회가 방영된 ‘단편영화전’에 뿌리를 두고 있다. ‘단편영화전’이 폐지됐을 당시 아쉬움을 표하며 재편성을 요청하는 독립영화인들이 많았다고 한다. ‘독립영화관’ 제작을 책임지고 있는 박성주 팀장은 “2006년 폐지됐을 땐 독립영화는 어렵고 난해하다는 인식이 강했다”며 “이후 독립영화계가 꾸준히 성장하고 저변이 확대되면서 2011년 프로그램이 부활할 수 있었다”고 27일 말했다.

방영 작품을 선정하기 위해 PD와 작가들은 시사회는 물론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영화제까지 찾아 다닌다. 발품을 들여야 시청자에게 좋은 작품을 소개할 수 있다는 신념과 자부심 때문이다. 박 팀장은 “한국 독립영화들과 신진 감독들을 우선적으로 소개하려 한다”며 “최근에는 극영화뿐 아니라 다큐멘터리와 애니메이션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400회 특집 방송을 맞아 봉준호 감독을 인터뷰하면서 그분의 영화 세계관이 독립영화 시절 경험에 토대를 두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한국 영화를 성장시키는 데 독립영화가 소중한 자양분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KBS 독립영화관 400회 특집에 출연한 배우 이민지. KBS 제공
KBS 독립영화관 400회 특집에 출연한 배우 이민지. KBS 제공

‘독립영화관’은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넘어가는 밤 12시 45분 방영된다. 일부러 챙겨 보지 않으면 놓치기 십상이다. 박 팀장은 “독립영화는 표현의 자유, 창작의 자유, 다양성 등을 전제로 하는데 TV 방송은 심의 등급에 제약이 있는 경우가 많아서 오히려 심야 편성이 유리한 측면이 있다”며 “시청자들이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셨으면 한다”고 바랐다.

‘독립영화관’을 계기로 KBS는 독립영화 제작 지원 사업도 시작했다. 지난해엔 4편을 지원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2편을 선정했다. 최근에는 영화진흥위원회와 독립다큐멘터리 제작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또 지난해부터 부산국제영화제에 ‘KBS 독립영화상’을 제정해 수상작에 상금 1,000만원을 수여하고 있다. 박 팀장은 “TV 방영을 넘어서 제작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게 돼 큰 보람을 느낀다”며 “독립영화들이 간섭 받지 않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제작 환경을 만드는데 보탬이 되고 싶다”고 했다.

‘독립영화관’은 400회 특집 방송을 다채롭게 꾸몄다.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독립영화의 역사를 돌아보고, 독립영화의 제작 환경을 진단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독립영화 ‘꿈의 제인’으로 주목받은 배우 이민지와 ‘그들이 죽었다’를 연출한 백재호 감독 등 독립영화인들도 직접 스튜디오에 출연한다. 이날 방송은 평소보다 조금 이른 밤 11시 45분 시작된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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