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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주거밀집지 턱 밑에 LNG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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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주거밀집지 턱 밑에 LNG발전소’

입력
2019.06.25 13:58
수정
2019.06.25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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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배기’란 말이 있다. ‘고집이 세 앞뒤 분간이 없다’는 ‘막무가내’의 방언이다. 요즘 울산시정을 보면 이 말이 절로 떠오른다. 시정 곳곳에서 ‘환경, 경제, 건강, 노사관계 등 향후 미칠 영향을 충분히 검토하고 있는가’에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일례로 남구 부곡동 공해차단녹지에 추진중인 SK가스 LNG발전소 건설문제를 들여다 보면 시는 도통 시민들의 안전과 건강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발생이 문제되고 있는 LNG발전소를 삼산ㆍ수암ㆍ신정동 등 주거밀집지 코 밑에 추진하고 있어서다. 그것도 석유화학공단에서 울산도심으로 밀려오는 악취와 공해를 막아줘 ‘허파’역할을 하고 있다는 울창한 산림을 밀면서 까지 말이다.

산림 밀어 LNG 발전소 짓겠다는 울산시

외부 건설 제안 거절한 대전시와 ‘대조’

시민 건강ㆍ안전 안중에 있나 의문 고조

노조 부추긴 송 시장, 미묘한 시점 외국행

발전소 예정부지와 주거밀집지는 불과 3~5㎞ 거리다. LNG발전소가 들어설 경우 바다에서 육지로 계절풍이 부는 봄, 여름이면 울산시민들은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악취 등에 그대로 노출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환경단체 등이 큰 재앙발생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이유다. 도심과 13㎞나 떨어진 공단이지만 LNG발전소 건립 제안을 받아들이려다 없던 일로 만든 대전시나 통영시 사례를 보면 공영개발로 직접 사업을 밀어붙이는 울산시의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 도대체 어디에 시정의 방점을 찍고 있단 말인가. 수십만 시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알량한 고용효과 등으로 맞바꾸겠다는 것인지 속내가 궁금하다.

학계는 도심에 위치한 LNG발전소는 대체로 한참 외곽에 있는 석탄화력발전소보다 온실가스는 물론 미세먼지 피해도 클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LNG발전소가 석탄화력발전소보다 응축성 초미세먼지 발생이 최고 7.6배나 많다는 연구결과도 내놓고 있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중간지주사 본사) 문제도 같은 맥락이다. “노조도 억울한 일을 당하는 일은 없어야 된다”며 노조를 한껏 부추겼던 송철호 시장은 취임 1주년을 맞아 지난 23일부터 8일간 일정으로 ‘해외투자를 유치하겠다’며 러시아로 떠나버려 말들이 많다. 물론 일정이야 미리 잡혔겠지만, 현대중공업이 물적분할 반대파업 등에 참여한 조합원 300여명을 인사조치하기 위해 인사위원회를 개최하는 등 노사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시급성에 의문이 이는 대목이다. 민주노총이 문재인 정부에 전쟁을 선포, ‘노동 진앙지, 울산’이 초미의 관심지역으로 이목이 쏠리는 것은 오히려 뒤로 밀리는 사안이다.

LNG발전소는 다행히 환경영향평가와 실시계획 승인 등 아직 거쳐야 할 과정이 많다. 특히 이번으로 두 번째 공해차단숲 허물기에 도전하는 SK그룹도 최근 최태원 회장이 직접 나서 ‘친환경ㆍ사회적 가치 경영’을 하겠다고 밝혀 전향적인 결단이 기대된다. 앞서 SK그룹은 ‘일부 계열사들이 환경오염 유발과 탄소배출 등으로 사회에 해를 끼치기도 했다’며 이례적인 자기고백을 내놓아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다. 울산시와 SK그룹이 ‘사회적 가치’를 위한 전향적인 선회를 바라는 울산시민들의 기대에 어떻게 부합할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일이다.

김창배 기자 kimcb@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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