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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매출 늘리기’ 무리수가 갑질 논란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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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매출 늘리기’ 무리수가 갑질 논란 키웠다

입력
2019.06.21 04:4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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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커머스 1위 기업인 쿠팡이 경쟁업체와 납품업체들로부터 연달아 공정거래위원회 신고를 당한 것과 관련해 무리한 영업 활동에서 터진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쿠팡 제공
소셜커머스 1위 기업인 쿠팡이 경쟁업체와 납품업체들로부터 연달아 공정거래위원회 신고를 당한 것과 관련해 무리한 영업 활동에서 터진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쿠팡 제공

국내 소셜커머스 1위 기업인 쿠팡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이른바 ‘갑질’을 했다는 이유로 경쟁업체와 납품 업체들이 잇따라 쿠팡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시장에서 경쟁하는 동종 업체들 외에 쿠팡에 납품하는 업체까지 문제 제기에 가세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연간 1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손실을 기록하면서도 시장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할인을 통한 매출 확대 전략을 쓰고 있는 쿠팡의 무리한 영업 활동이 빚은 구조적인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생활용품 생산업체인 LG생활건강은 쿠팡을 대규모유통업법ㆍ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지난 5일 공정위에 신고했다. LG생활건강은 쿠팡이 직매입 제품을 정당한 이유 없이 반품하거나 계약을 종결하고, 상품 판매 실적이 부진하면 손해에 대한 보전을 거론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LG생활건강이 쿠팡의 요구를 거절하자 쿠팡 측이 LG생활건강 제품의 판매를 중지했다는 내용도 신고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지난 달과 지난 4일에는 배달 앱인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소셜커머스 업체인 ‘위메프’도 쿠팡을 공정위에 각각 신고했다.

위메프는 지난 4월부터 쿠팡보다 가격이 비싼 상품은 고객에게 차액의 두 배를 돌려주는 ‘최저가 정책’을 펼쳤는데, 쿠팡이 이를 견제하기 위해 협력사에 압력을 넣어 위메프에 대한 상품 공급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위메프에 따르면 쿠팡이 최저가 판매 전략을 유지하면서 이에 따른 손실을 협력사에 전가했다고 한다. 위메프의 최저가 정책에 맞춰 쿠팡도 상품 가격을 낮춰 판매했는데, 이에 따른 손실 책임을 협력사에게 떠넘겼다는 것이다. 때문에 손실이 커진 협력사들은 상대적으로 매출 비중이 적은 위메프의 상품 판매를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쿠팡은 ‘쿠팡이츠’라는 브랜드로 새롭게 배달 앱 시장에 진출하는 과정에서도 마찰을 빚었다.

우아한형제들은 쿠팡이 음식점 사업자들에게 배달의민족과 계약을 해지하고 쿠팡이츠와 독점 계약을 하면 수수료를 할인해주고 매출이 하락할 경우 보상까지 해준다는 등의 제안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쿠팡 관계자는 “LG생활건강과는 정당하게 가격 협상을 한 것뿐이고, 할인에 따른 손실을 협력사에 전가하지 않았다”며 “불법적인 일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배달의민족과의 갈등은 신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로 위메프, LG생활건강 사이에서 벌어진 일과는 전혀 다른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올해 초부터 쿠팡이 협력사들에게 독점적 납품과 매입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사례가 늘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쿠팡은 지난해 매출 4조4,000억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5년 매출 1조2,000억원에서 4배 가까이 성장한 것이다. 그러나 ‘로켓배송’이 가능한 직매입 상품을 늘리고 물류센터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작년 1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2015년부터 4년 간 누적 적자가 3조원에 달한다. 적자에 대한 우려가 나올 때마다 쿠팡은 손실이 늘어난 만큼 매출도 빠르게 늘고 있는 지표를 근거 삼아 시장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계획된 적자’라고 주장했었다.

최근 유통업계에는 경쟁업체보다 1원이라도 더 싸게 판매하겠다는 이른바 ‘1원 전쟁’이 한창 벌어지고 있다. 가격 인하 경쟁으로 인한 유통업체들의 출혈이 심해진 상황에서 협력사들이 압박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매출 상승폭이 조금이라도 꺾이면 ‘성장을 위한 투자’라는 기조에 제동이 걸리게 돼 쿠팡이 무리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쿠팡 측은 “단지 매출을 늘리기 위해서라면 협력사와 다투는 대신 상품을 하나라도 더 파는 게 맞지 않느냐”며 “더 좋은 가격에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각종 이해 관계가 얽힌 업계와 협상하고 싸우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병희 공정위 유통정책관은 “이번 사안은 공급자와 유통업체 간 수직적 관계(LG생활건강), 경쟁 업체 간 사업 활동이라는 수평적 관계(배달의민족, 위메프)가 얽혀 있다”며 “개별 사건으로 다뤄야 할 지, 치열해진 온라인 유통 환경에서 공격적인 경영을 하다가 벌어진 일로 보고 종합적으로 다뤄야 할 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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