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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 건강보험 적용 반대한다"는 한의사들까지… 한의계 내분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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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 건강보험 적용 반대한다"는 한의사들까지… 한의계 내분 위기

입력
2019.06.25 04:40
수정
2019.06.25 15:22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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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원 매출액 중 보험 및 비보험 비중. 그래픽=김경진 기자
한의원 매출액 중 보험 및 비보험 비중. 그래픽=김경진 기자

정부와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가 함께 추진하던 한약(첩약) 건강보험 적용사업이 좌초 위기를 맞았다. 필요한 예산을 추산하기 위해 한의협은 복지부와 대한약사회 등과 지난 4월 ‘한약급여화협의체’를 꾸렸지만, 약사회가 한의계가 강하게 반대하는‘한의약 분업’을 전제조건으로 못박으면서, 한의계 내부에서 “차라리 건강보험을 적용하지 말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미래 수요자인 젊은층의 한방에 대한 관심을 되살리려면 한약 건강보험 적용은 시급한 일이지만, 한의계 내부에서조차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하면서 시범사업조차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첩약 건보 적용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2년에도 2,000억원 규모로 3년간 시범사업을 하겠다는 안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을 통과했다. 그러나 한의계 일각에서 한약 건강보험적용이 한의약분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한의협 스스로 사업을 포기했다. 현재 한약 조제 자격은 한의사와 한약사, 자격을 갖춘 일부 약사들만 가능한데 한의원에서 판매되는 한약의 절반 이상(58%)이 한의원 내부에서, 주로 한의사가 직접 조제하고 있다. 한의사가 스스로 진료한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도매상에서 한약재를 구입해 환자마다 배합을 달리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이같은 한의학의 특성상 한의약 분업이나 진료ㆍ처방ㆍ조제의 표준화가 어렵다는게 한의계 주장이다. 독성문제에 대해서는 환자마다 약을 맞춤형으로 처방하니 독성이 적으므로, 현행 한약재에 대한 안전성 검사로 충분하다고 입장이다.

반면 약사회는 한의약 분업과 함께 한약의 유효성ㆍ효과성 검증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 약사회 관계자는 “일부 한의사가 진통제라며 한약에 스테로이드를 섞었다가 적발됐다”면서 “건보 재정을 투입하려면 성분과 효과를 표준화하고 의약 분업을 통해 처방과 조제를 분리, 견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한의약분업과 진료ㆍ처방ㆍ조제 표준화는 한약재의 구성비와 원가를 공개하란 이야기이니 한의계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건정심은 참여단체들의 합의가 중요시된다는 점에서 건정심에 참여하는 약사회가 ‘한의약분업’주장을 고수하면 시범사업은 건정심을 통과하기 쉽지 않다. 이에 대해 한의협 고위관계자는 “약국에서 유통되는 한약이 전체의 3%에도 못 미치는데 약사회가 감 놔라, 배 놔라 한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한의사들은 내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8일 서울시한의사회의 투표에선 참여인원의 70%가 한약 건보적용에 반대표를 던졌다. 한의협이 결국 한의약분업을 받아들일지 모른다는 의구심 때문이다. 서울 회원은 전체 한의사의 25%에 달한다. 이에 최혁용 한의협 회장이 이달 3일 한의약분업과 관련한 모든 논의를 중단한다고 밝혔지만 이튿날 부산시한의사회의 한약 건보 적용 찬반투표에서도 반대(79%)가 높게 나오는 등 반발을 잠재우지 못했다. 경남한의사회, 서울 관악구한의사회 등 다른 지역 한의사회들도 “한의약 분업 없이 첩약 건보 적용을 추진하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지역 한의사회 관계자는 “한의계 전체적으로는 첩약 건보 적용에 찬성하지만 첩약 영업으로 이익을 내 온 한의원에선 불만이 많다”고 전했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한의원 매출액의 29%가 비급여 진료비였는데 이 가운데 치료용 비급여 조제 한약이 52%, 보약용 비급여 조제 한약이 38%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한의원 입장에서 한의약 분업은 매출에 큰 타격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시범사업을 추진하지만 약사회 의견을 무시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영훈 복지부 한의약정책 과장은 “시범사업 준비 단계에서부터 한의약 분업을 하자고 못 박으면 한의계가 받아들이기 힘들다”라면서 “어떤 논의든 협의체 안에서 발전시켜야 한다”고 중재의사를 시사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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