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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민의 B:TV] ‘아스달 연대기’, 소문난 잔칫집엔 먹을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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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민의 B:TV] ‘아스달 연대기’, 소문난 잔칫집엔 먹을 게 없었다

입력
2019.06.15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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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달 연대기’가 첫 방송 이후 혹평을 면치 못하고 있다. tvN 제공
‘아스달 연대기’가 첫 방송 이후 혹평을 면치 못하고 있다. tvN 제공

국내를 넘어 전 세계인의 화두로 떠올랐단다. 최근 tvN ‘아스달 연대기’(이하 ‘아스달’) 측이 내놓은 자평이다.

“단 4회 방송 만에 전 세계인들의 마음을 훔쳤다”는 제작진의 이야기는 글쎄, 그리 쉽게 공감가지 않는 이야기다. 실제로 해당 보도자료가 배포된 이후 이들의 자평은 공감을 유발하는 대신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540억 대작, 역대급 배우들의 캐스팅, 숱한 흥행작을 탄생시킨 제작진들의 의기투합에 힘입어 자타공인 ‘2019년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혀왔던 ‘아스달’이 어쩌다 이런 지경에 처했을까.

‘아스달’을 둘러싼 잡음은 첫 방송 전 불거졌던 스태프 혹사 논란으로부터 시작됐다. 지난 4월 ‘아스달’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은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으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고발당했다. 근로계약 미체결 상태로 스태프들에게 1일 25시간 이상 노동 강요, 브루나이 촬영 당시 안전상의 이유로 철수를 권유했던 현지 코디네이터를 무시한 채 야간 촬영 강행 및 해당 촬영 중 스태프 1명이 안전사고를 당했다는 등의 이유였다.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제작 환경 개선을 통해 노력하고 있다. 기타 의혹에 대해서는 서로간의 확인이 필요하며, 고용노동부의 요청 등이 있을 경우 적극 협조할 계획”이라는 다소 두루뭉술한 입장을 밝혔던 ‘아스달’ 측은 첫 방송을 앞두고 열린 제작발표회에서는 해당 논란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사실상 답변을 거절했다.

논란에 대해 납득할 만한 수준의 해명이 전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제작진이 취재진의 질문을 회피하는 사태까지 벌어진 뒤, 이들의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지난 8일 ‘아스달’ 측은 2차 입장문을 배포하며 뒤늦은 수습에 나섰다.

제작진은 “제작 환경에 부족한 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며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 앞으로 제작 환경 개선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여전히 장시간 촬영에 따른 스태프 혹사 논란에 대해서는 “주 68시간 자체 제작 가이드를 준수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브루나이 해외촬영 당시 발생한 안전사고에 대해서는 “사고의 원인이 과도한 촬영 일정임을 주장할 근거는 없으며, 현지에서 안전상의 조언을 무시하고 촬영을 강행했다는 주장은 사실 무근”이라고 주장했다. 제작사에서 제보자를 색출했다는 주장 역시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전한 제작진이다.

재차 입장문을 발표하며 급한 불은 껐다지만, 제작발표회에서 작품을 둘러싼 논란에 대한 질문을 회피한 뒤 상황이 악화되고 나서야 수습에 나선 ‘아스달’의 방만한 태도는 결국 자신들의 발목을 잡는 결과를 낳았다. 출발부터 작품 대신 논란에 이목이 집중돼버린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작품이라도 호평을 받으며 논란을 상쇄시켜야 할 텐데, 안타깝게도 ‘아스달’은 작품마저 혹평에 휩싸이며 깊은 수렁에 빠지기 시작했다.

540억이라는 대규모 제작비를 들여 지난 해 9월부터 9개월간 촬영을 진행해 사전제작을 마친 ‘아스달’. 회당 30억에 육박하는 제작비와 사전제작의 장점으로 꼽히는 충분한 후반작업 시간에 작품의 연출과 CG 등에 시청자들의 높은 기대감이 모인 것은 당연지사다.

그러나 역대급 자본과 시간의 투자가 무색하게도 뚜껑을 연 ‘아스달’은 어설프기 짝이 없는 CG와 조악한 소품 등으로 혹평을 자아냈다. 방송을 본 시청자들이 실망감을 표하며 ‘540억 제작비의 행방’을 되묻는 웃지 못 할 상황이 펼쳐진 것도 이 때문이었다.

미국 HBO의 인기 드라마 시리즈 ‘왕좌의 게임’과의 유사성 지적을 넘어선 ‘베끼기 논란’도 ‘아스달’의 고민거리다.

시청자들은 '왕좌의 게임'(왼쪽)과 '아스달 연대기'의 인물 설정이 상당히 유사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온라인커뮤니티 제공
시청자들은 '왕좌의 게임'(왼쪽)과 '아스달 연대기'의 인물 설정이 상당히 유사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온라인커뮤니티 제공

‘아스달’은 현재 등장인물들의 설정, 작품의 배경이 되는 공간과 등장 소품들, 심지어는 포스터 구도와 복장까지 ‘왕좌의 게임’과 상당히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문제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아스달’이 ‘왕좌의 게임’을 표절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제작진은 이 같은 사태에 대한 피드백 대신 “전 세계인들이 ‘아스달’에 열광하고 있다”는 자평을 전했다.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아스달’이 첫 방송부터 가장 많은 시청자들에게 지적 받고 있는 문제는 인류 고대사의 ‘재창조’다. 순화해 표현하자면 재창조가 되겠지만, 사실상 ‘뒤죽박죽’에 가까운 상태라는 점이 ‘아스달’의 진짜 문제다.

'아스달 연대기' 역사 고증 논란을 가장 뜨겁게 달궜던 도르래의 등장 장면이다. tvN 화면 캡처
'아스달 연대기' 역사 고증 논란을 가장 뜨겁게 달궜던 도르래의 등장 장면이다. tvN 화면 캡처

고대국가가 수립되기 전인 상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아스달’은 와한족, 해족, 새녘족, 흰산족 등 각 종족들의 영역 쟁탈전과 암투를 통한 국가 성립까지의 단계를 그린다. 시청자들은 ‘아스달’의 역사적 배경이 청동기 초기 시대에 해당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하지만 ‘아스달’에는 구석기시대에 사라졌을 고인류인 네안데르탈인을 모델로 한 것으로 추정되는 ‘뇌안탈’이 등장하고, 청동기 시대에 사용됐다고 상상하긴 어려운 도르래 기술을 이용한 승강기나 텐트형 막사 등이 버젓이 등장하고 있다. 무기는 돌도끼를 사용하지만, 등장인물들은 철제 갑옷을 입고 있는 황당한 설정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아스달’이 ‘고대 판타지 서사극’이라고는 하지만, 엄연히 “상고시대를 다루는” 판타지 드라마라고 밝혔던 바다. 판타지의 성향을 고려해 역사 고증에 대한 엄격함을 내려두고 바라본다고 해도, 이것이 시청자들의 몰입을 방해할 정도의 ‘무리수 설정’이라면 이는 분명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현재 ‘아스달 연대기’의 자체 최고 시청률은 7.7%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이는 3회 당시 6.4%까지 하락했던 시청률이 지난 4회에서 소폭 상승하며 기록한 자체 최고시청률이다. 연이은 시청률 하락세라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으나 540억에 달하는 제작비를 감안했을 땐 만족은커녕 체면치레도 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아스달’ 시즌2가 ‘울며 겨자 먹기 식’ 제작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분명한 해결책의 모색이 필요해 보인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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