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면적 한미 정상회담 대북정책 조율… 김정은 친서 계기 北접촉 위한 움직임일 수도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이달 말 한미정상회담 이전에 방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수일간 한국에 머무르며 북한과 물밑 접촉을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외교’를 실무협상 재개로 잇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도 풀이된다.
비건 대표는 이달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개최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 이어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방한하는 쪽으로 외교부와 일정을 조율 중이다. 비건 대표 입국 날짜가 이달 24일로 확정됐다는 얘기도 일각에서 나온다.
만일 비건 대표가 24일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하는 29일까지 한국에 체류한다면, 대표직을 맡은 후 최장기간 한국에 머무는 셈이다. 외교부는 “비건 대표 방한과 관련해서는 확정된 바가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한미 양측간 제반 사항에 관한 긴밀한 협의가 상시 이뤄지고 있다”며 관련 논의가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비건 대표 방한의 표면상 목적은 한반도 정세 평가와 양국간 대북 정책 조율에 있다. 비건 대표는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이 19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여는 행사에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함께 참석해 공개연설을 하고, 이후 별도로 대화할 예정이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이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낸 만큼, 비건 대표의 방한이 북미 실무 협상 재개와 관련이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친서를 통해 북한이 실무 접촉을 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기 때문에 비건 대표가 움직이는 것 아니겠냐는 것이다. 비건 대표는 앞서 하노이 정상회담을 20여일 앞두고도 서울에 들렀다 평양으로 향한 전례가 있다.
친서에 실무 협상 재개 의사가 담겨있지 않았다고 해도, 비건 대표가 움직일 유인은 충분하다. 하노이 회담 결렬 후 비건 대표가 수 차례 걸쳐 실무 협상을 제안했지만 북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던 상황에서 간만에 나온 유화 제스처를 미국으로선 그냥 흘려 보낼 수 없기 때문이다. 비건 대표의 카운터파트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외교가에선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