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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민의 B:TV] “20대女♥40대男”.. ‘연애의 맛’이 불편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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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민의 B:TV] “20대女♥40대男”.. ‘연애의 맛’이 불편한 이유

입력
2019.06.14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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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맛’이 시즌1에 이어 시즌2까지 화제 속 방송 중이다. TV CHOSUN 제공
‘연애의 맛’이 시즌1에 이어 시즌2까지 화제 속 방송 중이다. TV CHOSUN 제공

동 시간대 예능 1위에 해당하는 시청률, 매 회 방송마다 집중되는 시청자들의 관심이 증명하는 높은 화제성. ‘연애의 맛’이 시즌1에 이어 두 번째 시즌에서도 꽤나 만족스러운 성적을 거두고 있다. 그런데 왠지 모를 이 불편함은 어디서 오는 걸까.

‘사랑을 잊고 지내던 대한민국 대표 싱글 스타들이 이상형과 연애하며 사랑을 찾아가는 신개념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어느덧 TV CHOSUN 대표 예능으로 자리매김한 ‘연애의 맛’의 기획 의도다.

과거와 달리 결혼 평균 연령이 눈에 띄게 높아진 현대 사회에서 ‘사랑을 잊고 지낸 싱글들에게 이상형과 연애하며 사랑을 찾게 해 준다’니, 참으로 바람직한 뜻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과연 이 기획 의도는 남녀 출연자 모두에게 적용되는 이야기 일까.

최근 사회적으로 ‘젠더이슈’가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과거에는 무감각하게 다뤄졌던 설정들이 대중들로부터 비판을 받는 대상이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드라마 속 무능한 여주인공의 ‘신데렐라 스토리’나 젊은 여성과 중년 남성의 로맨스 등이 대표적인 예다. 특히 이른바 ‘중년男 로맨스’는 꽤 오래 전부터 시작됐던 40대 남자 배우, 20대 여자 배우의 호흡에 대한 불편한 시선들이 심화되며 더욱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tvN ‘나의 아저씨’가 해당 소재에 대한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던 것을 떠올려 보면 최근 대중들이 이 같은 이슈에 얼마나 민감한 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다시 ‘연애의 맛’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이처럼 미디어에도 사회 흐름에 발맞춘 변화가 요구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연애의 맛’의 설정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있다. 시청자들의 맹렬한 비판을 자아냈던 ‘중년남 로맨스’가 드라마가 아닌 리얼 예능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해 첫 방송을 시작했던 ‘연애의 맛’ 시즌1의 출연자였던 이필모, 김종민, 구준엽, 김정훈과 이들의 소개팅 상대로 출연했던 네 명의 여성 출연자 간의 나이차는 모두 14살이었다. 띠동갑을 가뿐히 넘긴 나이차다. 1979년생인 김종민과 1993년생인 황미나, 1980년생님 김정훈과 1994년생인 김진아는 실제로 40대 남성과 20대 여성의 로맨스를 선보였던 셈이다.

시즌2 역시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1978년생으로 올해 42세인 장우혁은 1992년생으로 올해 28세인 박수현과 소개팅을 진행했으며, 천명훈 역시 장우혁과 마찬가지로 14살 연하의 소개팅 상대 김시안과 깜짝 소개팅에 나섰다. 현재 러브라인에 청신호를 켜고 있는 오창석의 경우 25세인 소개팅 상대 이채은과 13살 차이다. 그나마 나이차가 가장 적은 고주원 역시 올해 39세로, 28세인 소개팅 상대 김보미와 9살 나이차가 난다.

일부 출연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극소수 출연자를 제외하곤 모든 출연자들이 띠동갑 이상의 나이차가 나는 상황에 ‘연애의 맛’ 제작진의 여성 출연자 섭외 기준이 궁금했다.

이에 ‘연애의 맛’ 측은 “사전 미팅을 통해 출연하는 남자 출연자 분들의 이상형을 듣고, 최대한 이상형에 가까운 분들을 찾고 있다”는 답을 전해왔다. 이어 제작진은 “여성 출연자들에게도 사전에 이상형을 물은 뒤 매칭에 참고하고 있다”며 “해당 기준 이외에는 나이에 대해서는 다른 의도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출연자들이 사전에 밝힌 이상형을 섭외 기준으로 삼았다는 설명만으로는 모든 출연자들의 나이차가 띠동갑 이상이라는 점을 이해하긴 다소 어려웠다. 또 다른 TV CHOSUN 측 관계자는 “이상형의 조건에 여성 출연자의 연령대도 포함될 수 있는 것이냐”는 거듭된 질문에 “일반적으로 이상형을 말할 때 구체적인 나이대를 말하진 않지 않느냐”며 추가적인 대답을 피했다.

‘연애의 맛’ 측으로부터 궁금증에 대한 충분한 대답을 얻을 수 없었기에 과거 ‘연애의 맛’ 서혜진 CP가 모 인터뷰에서 언급했던 남녀 출연자들의 나이차에 대한 이유를 덧붙인다. “다른 의도가 없다”던 답변과는 다소 다른 ‘의도’를 찾아볼 수 있었다.

“연예인들의 감수성은 실제 나이에 비해 순수한 경우가 많다. 우선 대화가 서로 통해야 했다. 그들의 나이를 숫자로 계산해서 생각 했다기보다 예술가적 면모를 지닌 사람들의 순수성을 먼저 이해해야 했기에 (남녀 출연자들의) 나이 차이가 나기 시작했다.”

한 번쯤 반문해보고 싶다. 과연 여성 출연자들이 밝혔던 ‘이상형’에 소개팅 상대로 등장한 남성 스타들이 완벽히 부합하는 인물이냐고 말이다. 이번 시즌 남자 출연자들의 나이를 모른 채 첫 등장했던 여성 출연자들이 처음으로 14살 (혹은 13살) 연상이라는 상대방 나이를 알게 된 후 지었던 당혹감 섞인 표정의 이유에 대해서도. 실제 나이에 비해 ‘순수하다던’ 남자 출연자들과 여성 출연자들의 대화는 얼마나 잘 통했을지도 궁금하다.

단순히 나이가 많은 남성과 젊은 여성이 로맨스 예능에 출연하는 것을 고깝게 보자는 것이 아니다. 이제는 부부가 된 이필모, 서수연 커플의 경우처럼 나이차와 상관없이 프로그램을 통해 진실 된 사랑을 찾을 수도 있다는 점에도 공감하는 바다.

그럼에도 ‘연애의 맛’에 드는 불편함을 지울 수 없는 이유는 미디어가 가진 영향력에서 오는 우려 때문이다.

나이는 40대지만 젊게 살고자 하고, 20대 여성들과의 로맨스를 원하는 이른바 ‘영포티’ 세대에 대한 갑론을박이 거센 요즘, 불특정 다수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디어에서 앞장서서 ‘중년 남성과 젊은 여성의 로맨스 판타지’를 심어주는 것은 여러모로 상당히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많은 시청자들이 지적하는 부분 역시 시청자들이 예능에서 무감각하게 보여주는 이 같은 설정들이 미화된 채 빈번하게 노출되고, 현실에서도 당연시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높은 시청률, 뜨거운 화제성이라는 성적표를 손에 쥐며 짧은 시간 사이에 채널을 대표하는 예능으로 성장했다. 이제는 그 이면 위치한 ‘사회적 책임감’을 고민해야 될 때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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