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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의 와이드엔터] ‘로켓맨’과 ‘보헤미안 랩소디’, 닮은 듯 전혀 다른 두 전기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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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의 와이드엔터] ‘로켓맨’과 ‘보헤미안 랩소디’, 닮은 듯 전혀 다른 두 전기영화

입력
2019.06.11 12:32
수정
2019.06.11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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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로켓맨’(왼쪽)과 ‘보헤미안 랩소디’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20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영화 ‘로켓맨’(왼쪽)과 ‘보헤미안 랩소디’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20세기폭스코리아㈜ 제공

두 영화 모두 1970년대 전 세계 대중음악계를 호령했던 천재 아티스트의 삶을 그렸다는 점에서 일견 비슷하다.

주인공 둘 다 영국 출신으로 부모가 지어준 이름을 버리고 스스로 개명해 혈연의 울타리를 벗어나 살았거나 지금까지 살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당시로선 외로울 수 밖에 없었던 성(性) 소수자였고, 사치스럽고 방탕했던 사생활 탓에 같은 시대 함께 활동했던 펑크(Punk) 뮤지션들의 집중 포화를 맞기도 했다는 점이 흡사하다.

바로 엘튼 존과 퀸의 프레디 머큐리가 각각 주인공인 ‘로켓맨’과 ‘보헤미안 랩소디’(이하 ‘보랩’)를 두고 하는 얘기인데, 그렇다면 영화를 관람하고 난 느낌 혹은 잔상도 비슷할 듯 싶지만 그건 아니다. ‘왜 그렇지…’ 궁금증이 일 수밖에 없다.

우선 인물에 대한 접근 방식부터가 다르다. ‘보랩’이 제3자의 객관적 시선으로 약간의 드라마적 허구를 가미해 머큐리의 삶을 재현하려 애썼다면, ‘로켓맨’은 엘튼 존이 본인의 입으로 본인의 인생을 투덜투덜 때로는 위악적으로 되돌아보는 방백에 가깝다.

이야기를 담아내는 틀, 즉 형식도 판이하다. ‘로켓맨’은 뮤지컬이다. 그것도 판타지적 요소를 듬뿍 가미한 뮤지컬이다. ‘킹스맨’ 시리즈의 태런 애저튼이 극중 엘튼 존으로 변신했으나, 자신의 오리지널리티를 남겨둔 외모와 음색으로 엘튼 존의 모든 것을 새롭게 해석한다.

반면, ‘보랩’은 전형적인 한 인물의 연대기다. 머큐리의 그 시절 그 모습 그 목소리를 고스란히 되살려내는데 열중한다. 머큐리를 열연해 올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라미 말렉은 실제로 노래하지 않는다. 판박이처럼 똑같은 얼굴과 체형으로 머큐리의 모창을 립싱크할 뿐이다.

두 가지 다른 점 때문일까, ‘보랩’은 추억을 소환하지만, ‘로켓맨’은 추억을 만들어주려 한다. 또 ‘보랩’은 극장안을 공연장으로 바꿔놓는 집단 경험의 쾌감을 안겨주는데 반해, ‘로켓맨’은 그렇지 않다.

왜? ‘보랩’만큼 귀에 익은 삽입곡이 많지 않아서? 천만의 말씀! 퀸의 노래를 목이 터져라 따라불렀던 40~50대라면 전주만 듣고도 흥얼거릴 노래가 ‘유어 송’ ‘굿바이 옐로우 브릭 로드’ ‘소리 심스 투 비 더 하디스트 워드’ 등 ‘로켓맨’에도 수두룩하다.

그럼에도 ‘로켓맨’은 관객을 확 끌어당기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주인공에 대한 내재적 접근이 다소 과해, 스크린 바깥의 이들을 지나치게 타자화시키는 경향이 강해서다. 다시 말해 ‘보랩’은 소박한 기교와 극중 인물과의 적당한 거리 두기로 관객들의 몰입을 오히려 유도한다면, ‘로켓맨’은 비교적 뛰어난 만듦새에도 불구하고 인물의 내면으로 너무 깊이 들어가려 한 바람에 관객과의 합일점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족으로 하나 더. “갖은 역경을 딛고 지금은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답니다”는 식의 에필로그가 안 그래도 뭔가 허전한 마음을 더욱 허전하게 만든다.

이처럼 ‘로켓맨’은 매끈한 완성도가 흥행 성공을 반드시 보장하진 않는다는 걸, 관객들의 가슴을 때리는 ‘킥’ 없이는 제 아무리 화려한 기교도 무용지물이란 걸 잘 보여주는 사례다.

조성준 기자 when914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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