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금융권 경영 발목잡는 ‘법률리스크… 과도한 규제?

알림

금융권 경영 발목잡는 ‘법률리스크… 과도한 규제?

입력
2019.06.11 04:40
17면
0 0
법률리스크에 휩싸인 주요 금융권 사례. 그래픽=박구원 기자
법률리스크에 휩싸인 주요 금융권 사례. 그래픽=박구원 기자

신사업 추진이나 대주주 변경 같은 금융사들의 주요 경영활동이 최근 들어 이른바 ‘법률 리스크’에 번번이 발목 잡히고 있다.때문에 요즘 금융권에선 “송사(訟事)에 휘말리지 않는 것이최우선 과제”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수사는커녕,단순히 피소만되어도즉각 영업에 제동이 걸리는 터라 “과도한 규제 조항을 손봐야 한다”는 볼멘소리가 적지 않다.그러나 “금융사라면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덕기준”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고소ㆍ고발 한 건에M&A 판도 바뀌어”

10일 금융권에 따르면,최근대표적으로 법률리스크에 곤란을 겪는 곳은 인터넷전문은행들이다. 은산분리를 완화하는 관련법 개정에 따라 카카오뱅크의 대주주가 되기 위해 적격성 심사를 신청한 카카오는 김범수 의장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재판 때문에아예 심사가 중단된 상태다. 지난달 1심법원이 김 의장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리면서 분위기가 바뀌는듯했지만,최근 검찰이 항소하면서 다시 모든 재판절차가 끝나기를 기다려야 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앞서 지난 4월에는 케이뱅크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한 KT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 심사가 중단됐다.

인수ㆍ합병(M&A) 시장에서도 법률리스크는 핵심 변수가 됐다. 롯데카드를 매각 중인 롯데그룹은 지난달 우선협상대상자를 기존한앤컴퍼니에서 MBK파트너스ㆍ우리은행으로 돌연 교체했다.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가 탈세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었다. 수사 결과는 알 수 없지만,인수 후보의 법률리스크를 이유로 금융당국이 매각을 불허할 수 있어 시간에 쫓긴 롯데 측이 선제 결단을 내린 셈이다.이 때문에 시장에선 “작정하고 고소ㆍ고발 한 건만 하면 M&A 판도도 바꿀 수 있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앞서지난 2월에는 3연임이 유력했던 함영주 전 하나은행장이 연임을 포기했다. 금융당국이 채용비리 재판을 받고 있는 함 전 행장의,혹시 있을 지 모를 법률리스크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초대형 투자은행(IB)인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은 발행어음 사업이 가능한 자본금을 갖추고도 사업 인가 신청을 미루고 있다. 각각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한 공정위 조사와 그룹 총수 재판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금융당국 규제 완화 두고선 갑론을박

이에 금융권은 법률리스크를 빌미로 한 규제가 영업에 과도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지적한다. 한 관계자는 “정부가 금융산업 활성화를 외치면서,한편으론 대통령이나 장관에게 요구할 법한 엄격한 잣대의 법적 무결성을 요구하는 건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불만이 높아지자 정부와 여당은 지난달 30일 당정협의회에서 인터넷은행 대주주 적격성 심사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이인터넷은행 대주주 적격성 심사 때 공정거래법 위반 이력 등은 요건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다만 “규제 완화 여부에 정부 입장이 정해진 건 아니다”라며 “국회 논의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고객이 맡긴 자산을 근간으로 삼는 금융업에는 보다 엄격한 도덕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는 반론도 많다. 당정이 인터넷은행 대주주 적격성 심사 기준 완화 움직임을 보이자지난 5일 금융노조와 10개 시민단체는 “함량미달 사업자와 범법자에게 은행을 맡기는 것이 금융혁신인지 묻고 싶다”고 반발했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객의 자산을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하는 금융업이 다른 업종보다 엄격한 규제를 받는 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다만 업종 특성과 자본금 규모 등에 따라 규제의 정도를 차등하는 방안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