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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한 손 백핸드’ 시대 다시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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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한 손 백핸드’ 시대 다시 오나

입력
2019.06.06 14:39
수정
2019.06.06 18:52
3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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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더러ㆍ팀ㆍ치치파스, 원핸드 백핸드 명맥… 프랑스오픈 8강에 4명 진출

로저 페더러가 4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롤랑가로스 프랑스오픈 남자 단식 8강전에서 스탄 바브린카를 상대로 백핸드를 구사하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로저 페더러가 4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롤랑가로스 프랑스오픈 남자 단식 8강전에서 스탄 바브린카를 상대로 백핸드를 구사하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명맥이 끊겨가던 ‘원 핸드 백핸드(one-handed backhand)’에 볕들 날이 온 것일까. 화려하기만 하고 완벽하게 구사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사라져 갔던 원 핸드 백핸더들이 다시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를 주름 잡고 있다.

지난 몇 년간 ATP 투어에 원 핸드 백핸드를 구사하는 선수는 대폭 줄어들었다. 20년 전인 1999년만해도 세계랭킹 100걸 중 43명이 원 핸드 백핸드를 구사했다. 하지만 10년 뒤 28명으로 줄었고, 2019년 현재 단 15명 만이 한 손으로 백핸드를 친다.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38ㆍ3위ㆍ스위스)는 원 핸드 백핸드로 세계를 제패했지만 자녀 4명 모두에게 양손 백핸드를 가르쳤다. 페더러는 ATP와의 인터뷰에서 “투 핸드 백핸드가 초보자에게 더 쉽고 간단하다”고 설명했다. 2014년 뉴욕타임스가 ‘원 핸드 백핸드의 종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할 정도였다.

하지만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도미니크 팀(25ㆍ4위ㆍ오스트리아)를 필두로 스테파노스 치치파스(21ㆍ6위ㆍ그리스), 데니스 샤포발로프(21ㆍ24위ㆍ캐나다) 등 젊은 선수들이 원 핸드 백핸드로 주요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올해 프랑스오픈 8강에 오른 선수 중 원 핸드 백핸더가 4명에 이른다.

피트 샘프라스가 2007년 11월 마카오에서 열린 로저 페더러와의 친선 경기에서 백핸드를 구사하고 있다. 마카오=AP 연합뉴스
피트 샘프라스가 2007년 11월 마카오에서 열린 로저 페더러와의 친선 경기에서 백핸드를 구사하고 있다. 마카오=AP 연합뉴스

사실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90% 이상의 프로 선수가 한 손 백핸드를 구사했다. 하지만 투 핸드 백핸드를 사용하는 비에른 보리(63ㆍ스웨덴)와 지미 코너스(67ㆍ미국)가 잇달아 그랜드슬램을 제패하며 패러다임이 변했다.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에서도 크리스 에버트(65ㆍ미국)가 메이저 18승을 올렸다.

원 핸드 백핸드는 드롭샷과 발리를 쉽게 처리할 수 있는 데다 슬라이스와 언더 스핀을 구사하기 쉽다. 반면 투 핸드는 서브 같이 빠른 속도의 공과 톱스핀에 대응하기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투 핸드 백핸드의 등장 이후에도 한 손 백핸드를 사용한 존 맥켄로(60ㆍ미국)와 이반 렌들(59ㆍ미국), 피트 샘프라스(48ㆍ미국)와 페더러가 세계랭킹 1위에 오르며, 어느 쪽이 우월하다는 편견은 깨진 지 오래다.

하지만 테니스에 입문하는 어린 선수들 입장에선 굳이 많은 힘을 요구하고 기술적으로 어려운 한 손 백핸드를 배울 이유가 없어졌다. 원 핸드 백핸더가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저스틴 에넹(37ㆍ벨기에)과 리나(37ㆍ중국) 등을 지도한 세계적인 명코치 카를로스 로드리게스는 단기간의 성적에만 치중하는 코치와 부모들 때문이라며 “어린 선수를 지도할 때 각자에 맞는 방식을 가르쳐야 하는데 지금은 무조건 투핸드에 집착한다”고 한탄했다.

도미니크 팀이 4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남자 단식 4회전에서 가엘 몽피스를 상대로 백핸드를 구사하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도미니크 팀이 4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남자 단식 4회전에서 가엘 몽피스를 상대로 백핸드를 구사하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도미니크 팀도 어린 시절 귄터 브레스닉 코치를 만나 자신에게 맞는 원 핸드 백핸드를 익혔다. 올해 페더러와 나달을 연달아 격파하며 2회나 정상에 올르며 ‘빅3’를 위협하는 강자로 떠올랐다. ‘페더러 키즈’라 불리는 치치파스와 샤포발로프는 페더러의 플레이에 반해 원 핸드 백핸드를 선택했다. 샤포발로프는 “어리고 약해서 원 핸드는 무리라고 했지만 나에게 최고의 무기가 됐다”고 강조했고 치치파스도 “오히려 평범하지 않기 때문에 원 핸드 백핸드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7일(현지시간) 나달과의 프랑스오픈 4강전을 앞둔 페더러는 “내 아이들이 원한다면 8살이든, 14살이든 백핸드 방식을 바꾸는 새로운 도전을 응원할 것”이라며 “인생에서 다른 무엇과도 마찬가지로 테니스에서도 자신 만의 색깔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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