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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억만장자, 제이지

입력
2019.06.05 18:00
수정
2019.06.05 19:19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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숀 카터(50)의 어린 시절은 불우했다. 아버지는 일찍 가족을 버렸고, 어머니가 생계를 책임졌다. 성도 모계를 따랐다. 뉴욕 브루클린 흑인 가정에 가난은 숙명이었다. 카터는 고교 시절 거리를 배회했고 마약을 팔았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뉴욕 뒷골목은 전쟁터였다. 카터는 10대 시절 세 차례나 총을 맞았다. 음악에 재능이 있던 그는 힙합에 빠졌다. 음악에 대한 열정과 재능은 그를 스타로 만들었다. 역사상 최고 래퍼 중 한 명인 ‘제이지’가 그다.

□ 제이지의 음악적 성취는 놀랍다. 미국 최고 음악상인 그래미 어워즈를 22회나 수상했다. 2017년 음악전문지 롤링스톤 선정 역대 최고 100대 가수에 뽑혔다. 더 놀라운 건 사업수완이다. 힙합 레이블 록아펠라를 만들며 사업에 뛰어든 후 의류와 클럽, 부동산, 주류 등에 손을 뻗어 부를 쌓았다. 스포츠 사업에도 관심이 많아 미 프로농구(NBA) 팀 브루클린 넷츠의 공동 소유주다. 영국 명문 축구단 아스날의 지분도 갖고 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그가 올해 억만장자 대열에 들었다며 그를 래퍼 최초 억만장자로 규정했다.

□ 제이지의 아내는 가수 비욘세(38)다. 남편 못지않은 빅 스타다. 여성의 주체성을 외치고, 흑인의 정체성을 강조해 와 눈길을 끌어왔다. 그는 지난해 북미 최대 음악 축제인 코첼라 뮤직 페스티벌 무대에 올라 흑인의 자부심을 드러내며 화제를 뿌렸다. 비욘세는 출산 후 복귀 무대였던 코첼라 페스티벌에서 연주자들과 백 댄서 대부분을 흑인만으로 구성했다. 비욘세는 이 무대를 준비하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비욘세: 홈커밍’에서 흑인 공동체의 중요성과 흑인 명문대의 역할을 강조한다. 비욘세의 세계관에서 제이지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

□ 제이지의 억만장자 등극으로 거리 음악이었던 힙합은 명실상부한 주류 음악이 됐다. 브루클린 빈민 소년이 아메리칸 드림을 성취한 과정만으로도 흑인들에게 희망을 줄 만하다. 제이지는 2014년 가수들의 이익을 지킨다는 목표로 음악 스트리밍업체 타이달을 설립했다. 타이달에 따르면 가입자 수는 300만명. 거대 음악 스트리밍업체 스포티파이에 맞서 고전하고 있다지만, 흑인 힙합 뮤지션 주도로 음악산업 내 게임의 룰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계는 변하지 않는 듯 조용히 변하고 있음을 제이지의 자수성가가 새삼 웅변한다.

라제기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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