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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유람선 참사] “한국여행사들 ‘저가 패키지’ 막을 여행상품 표준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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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유람선 참사] “한국여행사들 ‘저가 패키지’ 막을 여행상품 표준 만들자”

입력
2019.06.06 04:4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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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적 문제’ 해결 목소리 커져

[저작권 한국일보]헝가리 다뉴브강 침몰 유람선 허블레아니호 제원. 회사가 소유한 배 가운데 가장 작고 낡은 배였다. 김경진기자
[저작권 한국일보]헝가리 다뉴브강 침몰 유람선 허블레아니호 제원. 회사가 소유한 배 가운데 가장 작고 낡은 배였다. 김경진기자

헝가리 허블레아니호 침몰 사고를 계기로 이제는 한국 여행사들의 고질적인 문제 ‘저가 패키지 상품’을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형 고급 유람선이 넘쳐나는 다뉴브강에서 왜 한국인 관광객들은 허블레아니호처럼 낡고 조그만 배를 타야 했느냐는 얘기다.

이번 참사로 실종된 가이드 강모(36)씨와 견습생 이모(29)씨가 소속된 현지 여행사(랜드사)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A씨는 5일 “하청 피라미드의 밑바닥에 있는 가이드 입장에선 손해를 면하기 위해 돈을 아껴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안전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게 되어 있다”고 말했다.

한국 여행사들의 저가 패키지 상품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들 상품은 한국 여행사가 랜드사에게, 랜드사는 현지 가이드에게 하청에 하청을 주는 방식으로 운영되는데 그러다 보니 현지 가이드들이 ‘안전’보다 ‘적자 메우기’에 내몰린다는 지적이다.

일단 현지 가이드는 개인 사업자다. 랜드사가 직접 고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거래를 해도 계약서를 쓰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구두계약 정도로 일감을 받는다. 여행업계의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랜드사로 넘어올 때 이미 왕복 비행기표 값에도 못 미치는 단체 상품도 꽤 된다. 현지 가이드들 사이에선 이런 패키지 상품이 ‘제로 상품’이라 불린다. 열심히 해봐야 남는 게 없다는 뜻이다.

A씨는 “그래도 손해를 피하려면 버스 같은 교통수단, 여러 투어나 식당 등의 비용을 최대한 아껴야 한다”며 “이런 ‘메우기’를 잘못하는 가이드들은 결국 일감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애당초 계약서니 뭐니 할 것도 없었으니 불러주는 사람이 없는 현지 가이드는 자연스레 퇴출된다. 이런 상황에서 유람선 체험에 쓰일 배가 다소 낡고 위험해 보인다 해도 이의를 제기할 가이드는 없다. A씨는 “비용 절감이 최우선 과제다 보니 이번 유람선 사고뿐 아니라 여행지에서 이뤄지는 여러 옵션 투어가 과연 안전한지 의심스러울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현지 가이드 착취 문제는 최근 공론화되기도 했다. 계기는 2017년 7월 베트남 다낭에서 오랫동안 가이드로 활동해왔던 한국인 문모씨가 생활고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었다. 이후 현지 가이드 보호를 위해 한국노총 산하에 한국통역가이드연합본부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는 없다.

문현군 한국노총 부위원장은 “우리 정부는 그 동안 ‘현지 가이드 문제는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서 개입할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다”며 “이번 헝가리 유람선 참사를 계기로 정부가 적극 나서 패키지 여행상품의 표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비자 시민단체인 ‘한국 소비자주권회의’도 성명을 내고 “정부는 국내 대형여행사와 현지 여행사간의 불공정 거래 관행을 바로 잡는 동시에, 부실한 여행 상품을 규제할 수단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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