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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쏙쏙! 세계경제] 밤에는 운전사ㆍ바텐더… ‘투잡’ 뛰는 뉴욕 국선변호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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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쏙쏙! 세계경제] 밤에는 운전사ㆍ바텐더… ‘투잡’ 뛰는 뉴욕 국선변호사들

입력
2019.06.05 17:30
수정
2019.06.06 00:4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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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구조협회(Legal Aid Society)가 국선 변호사의 임금 문제를 호소하고 있다. Legal Aid Society 홈페이지 캡처
법률구조협회(Legal Aid Society)가 국선 변호사의 임금 문제를 호소하고 있다. Legal Aid Society 홈페이지 캡처

변호사가 한국에서는 아직도 명예와 경제적 풍요를 누릴 수 있는 직업으로 통하지만 미국 뉴욕에서는 다르다. 특히 시 당국에 소속된 국선변호사들은 특히 그렇다. 뉴욕타임즈(NYT)는 4일(현지시간) 낮은 임금 때문에 퇴근 후 우버를 운전하거나 바텐더로 일하는 뉴욕시 ‘법률구조협회’ 소속 변호사들의 상황을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법률구조협회 소속 여성 변호사 다니엘은 저녁 7시가 되면 변호사가 아닌 배달부가 된다. 회사에서 일을 하며 주차요금 징수기가 꺼질 때까지 기다리다가, 퇴근을 한 후에는 음식 배달 업체인 그럽허브(Grubhub)와 우버이츠(UberEats)를 통해 배달을 한다. 우버가 이름 아침 시간에 지급하는 추가 수당을 받기 위해 종종 밤 12시에서 새벽 4시에 일하기도 한다. 다니엘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다. 집값, 식비, 통화요금, 대출금, 자동차 관리비 등의 생활비를 벌어야 하기 때문에 변호사 이외의 직업을 갖게 됐다. 그는 “과태료 한 번만 나와도 감당이 안 된다”며 “저축은 꿈도 꿀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줄리아 봄스는 지난해 9월부터 법률구조협회에서 일하기 시작하며 집세가 비싸지만 직장과 가까운 맨해튼에 방을 구했다. 법률구조협회 월급으로 집값과 대출금을 낼 수 없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지만, 또 다른 직업을 얻을 각오였다. 그래서 그는 주말이 되면 바텐더가 된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이전에 하던 아르바이트를 다시 시작한 것이다. 지인들은 그에게 “너도 몇 년 안에 결국 민간 로펌으로 가게 될 거야”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변호사가 된 이유가 법률 구조 활동을 하기 위해서라며 해당 단체에 남고 싶어 한다.

뉴욕시 법률구조협회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비영리 법률 서비스 단체이다. ‘가난 때문에 정의를 누릴 권리를 빼앗긴 뉴요커가 없도록 하는 것’이 140년 전통을 자랑하는 이 단체의 모토다. NYT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뉴욕 시민들의 법률 대리를 하던 변호사들이 이제 자신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투잡’을 뛰어야 되는 상황이 됐다고 우려했다.

재러드 트루히요 법률구조협회장에 따르면 협회 소속 변호사의 30% 이상이 변호사 업무 이외의 추가적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변호사들의 60% 이상은 아직 갚지 못한 학자금 대출이 상당히 쌓여 있으며, 20만 달러(2억3,000만원) 이상의 빚이 있는 변호사들도 있다. 법률구조협회의 초봉은 5만3,000달러에서 6만2,000달러 정도다. 2017년 민간 로펌의 초봉은 평균 13만 5,000달러로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협회 소속 변호사들은 민간 로펌 수준의 연봉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지만 시 법무부 소속 변호사 수준으로 임금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10년차 경력의 시 법무부 소속 변호사들의 연봉은 10만 8,000달러 정도다.

미국의 법률전문매체 ‘어보브 더 로’는 “당신의 우버 운전사에게 법률 조언을 얻으라”며 “그들은 아마 밥벌이를 하는 법률구조 변호사일 테니”라고 전했다.

조희연 인턴기자ㆍ조영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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