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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쓰카 국제미술관, 도자기 판에 재현한 세계명화 1000점 ‘감동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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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쓰카 국제미술관, 도자기 판에 재현한 세계명화 1000점 ‘감동 그대로’

입력
2019.06.05 20:00
수정
2019.06.06 10:3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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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티나 성당 내부를 같은 크기 재현… 변색ㆍ변형 없어 문화재 보존에 활용

일본 도쿠시마현 나루토시에 위치한 오쓰카 국제미술관 내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내부를 재현한 공간에 미켈란젤로의 천장화 '천지창조'와 벽화 '최후의 심판'이 도판 명화로 복제돼 전시돼 있다. 나루토=김회경 특파원
일본 도쿠시마현 나루토시에 위치한 오쓰카 국제미술관 내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내부를 재현한 공간에 미켈란젤로의 천장화 '천지창조'와 벽화 '최후의 심판'이 도판 명화로 복제돼 전시돼 있다. 나루토=김회경 특파원

일본 도쿠시마(德島)현 나루토(鳴門)시엔 ‘세계 최초 도판(陶板ㆍ도자기판) 명화 미술관’인 오쓰카(大塚)국제미술관이 자리잡고 있다. 일본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로 25개국 190곳의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1,000여점의 그림이 전시돼 있다. 진품을 수집해 전시하지 않고, 저작권료를 지불한 진품을 도판에 정교하게 복제해 두었다는 점이 특징이다.

미술관에 들어서면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을 재현해 놓은 공간과 마주할 수 있다. 폭 20m, 길이 40m, 높이 16m 규모로 성당 내부를 재현한 공간 정면엔 미켈란젤로가 그린 벽화 ‘최후의 심판’, 천장엔 ‘천지창조’가 그려져 있다. 대형 도판을 이어 붙여 진품과 똑같은 크기로 재현, 마치 시스티나 성당에서 감상하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오쓰카 오미도업 주식회사의 도판 제조 기술이다. 1973년 설립된 오쓰카 오미도업은 시멘트 원료인, 나루토 해협의 가는 모래로 건축용 타일을 제작하는 회사였다. 그러나 그 해 1차 석유파동으로 건설 경기가 악화하면서 대형 도판에 미술품을 그리는 사업으로 활로 모색에 나선 것이 도판 명화 제작으로 이어진 계기였다. 진품을 정밀 분석한 데이터를 특수용지에 복제, 도판에 전사(轉寫), 색 보정, 굽기를 반복한다. 붓칠 자국과 캔버스의 질감, 벽화의 경우엔 금이 간 부분까지 최대한 진품에 가깝게 재현하기 위해 유약을 덧칠해 1,300도의 고온에서 굽는 작업을 거친다. 완성된 도판 명화는 2,000년 동안 변색, 변형되지 않아 유적 복원과 기록 보존을 위한 새로운 수단이라는 게 미술관 측 설명이다.

일본 도쿠시마현 나루토시에 위치한 오쓰카 국제미술관 내 야외 정원에 클로드 모네의 '대수련'을 도판에 복제한 그림이 전시돼 있다. 관람객들은 햇빛의 각도에 따라 작품의 인상이 변하는 모습을 체험할 수 있다. 오쓰카 국제미술관 제공
일본 도쿠시마현 나루토시에 위치한 오쓰카 국제미술관 내 야외 정원에 클로드 모네의 '대수련'을 도판에 복제한 그림이 전시돼 있다. 관람객들은 햇빛의 각도에 따라 작품의 인상이 변하는 모습을 체험할 수 있다. 오쓰카 국제미술관 제공

도판 명화는 관람객들에게 기존 미술관에서 할 수 없는 새로운 체험을 제공한다. 변색, 변형의 우려가 없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작품들을 직접 만져볼 수 있고, 사진 촬영도 가능하다. 종이나 캔버스, 나무 등에 그려져 햇빛, 습도 등에 민감한 진품과 달리 옥외 전시도 자유롭다.

미술관 지하 2층과 연결된 야외정원에는 프랑스 오랑주리 미술관이 소장한 클로드 모네의 ‘대수련(大睡蓮)’은 전시돼 있다. 오랑주리 미술관에도 수련 연작 일부를 천정을 통해 채광이 가능한 방에 전시하고 있다. 그러나 하늘과 바다 등 주변 풍경과 어우러져 시시각각 다른 각도에서 비치는 햇빛에 따라 변하는 인상을 포착할 수 있도록 옥외에 전시한 것은 이곳이 처음이다.

개인이 소장해 좀처럼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 작품이나 소실된 작품도 데이터만 남아 있으면 복제할 수 있어 관람의 폭을 넓혀 준다. 지난해 개관 20주년을 맞아 영국 내셔널갤러리와 네덜란드 고흐미술관 소장 작품 외에 개인이 소장했다가 소실된 작품 등 빈센트 반 고흐가 그린 ‘해바라기’ 7점도 전시하고 있다. 이 공간은 허브 향이 뿜어져 나와 공감각적 전시공간으로 마련됐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은 복원 전과 후의 그림이 모두 복제해, 복원 전후를 비교하면서 감상할 수 있다.

아사이 지요코 오쓰카 국제미술관 학예부장이 지난달 16일 도판 위에 복제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손으로 만져가면서 설명하고 있다. 나루토=김회경 특파원
아사이 지요코 오쓰카 국제미술관 학예부장이 지난달 16일 도판 위에 복제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손으로 만져가면서 설명하고 있다. 나루토=김회경 특파원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폼페이 벽화 등 고대부터 중세, 르네상스, 바로크, 근대, 현대로 시기별로 구분해 전시하고 있다. 복제 대상은 아오야마 마사노리(青山正規) 도쿄예술대학 명예교수 등 6명이 예술적 의미가 있는 작품을 엄선한다. 이후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미술관이나 개인 등과 저작권료 문제를 협의한 뒤 데이터 분석에 돌입한다. 현대 미술의 경우 화가 유족 등이 저작권을 갖고 있어 협의가 어렵다고 한다. 이 곳엔 ‘게르니카’ 등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을 15점을 복제해 두고 있지만, ‘아비뇽의 여인들’은 두 번이나 거절당했다.

복제품이란 선입견을 내려둔다면, 도판 기술을 활용해 진품의 한계를 극복하고 관람객에게 새로운 체험을 제공하겠다는 발상은 이 미술관의 미덕으로 보인다. 아사이 지요코(淺井智誉子) 학예부장은 “이 곳에선 미술 교과서나 축소 복제된 작품에선 느낄 수 없는 진품의 예술적 가치를 맛볼 수 있다”며 “시간과 돈을 들여 해외에 나가지 않더라도 일본에서 세계 유명 미술관을 체험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엔 42만명의 관람객이 찾는 등 관광수입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나루토=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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