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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랑깨” 입에 달고 산다는 조정석… 드라마ㆍ영화 사투리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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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랑깨” 입에 달고 산다는 조정석… 드라마ㆍ영화 사투리의 비밀

입력
2019.06.04 16:33
수정
2019.06.04 19:5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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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양 표시로 ‘악보’된 대본, 현지에서 학교 생활까지

“노출되면 위험” 북한말 사투리 가르치는 탈북자들은 노심초사

친근함 위해… 사투리 쓰는 공룡까지 등장

SBS 드라마 '녹두꽃'에서 조정석은 전라도 사투리로 배역의 맛을 살린다. 그가 맡은 역은 동학군 별동대장 백이강이다. SBS 제공
SBS 드라마 '녹두꽃'에서 조정석은 전라도 사투리로 배역의 맛을 살린다. 그가 맡은 역은 동학군 별동대장 백이강이다. SBS 제공

“총알도 피해 간다는 부적이 등짝에 붙었는디 겁날 게 뭐다요.” 사내의 의기가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에 실려 더욱 호기롭다. 드라마로는 이례적으로 1894년 동학농민운동을 소재로 해 주목받는 SBS ‘녹두꽃’에서 동학군 별동대장 백이강(조정석)의 모습이다.

드라마는 배우들의 맛깔진 사투리 연기로 빛을 보지만, 서울에서 나고 자란 배우에게 사투리는 큰 숙제였다. 조정석은 사투리를 입에 붙이기 위해 드라마 촬영 전인 지난해 겨울부터 매니저 등 지인들에게 사투리로 말했다. 조정석의 소속사인 잼잼엔터테인먼트의 최나미 대표는 “조정석이 요즘 ‘그랑깨(그러니까)’란 말을 입에 달고 산다”며 웃었다.

사투리는 배우에게 성장의 발판이 되기도 한다. “마이 묵었다 아이가”. ‘꽃미남’으로 살았던 장동건이 영화 ‘친구’(2001)에서 걸쭉한 경상도 사투리로 연기 변신에 성공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틀에 갇힌 이미지를 깨고 관객의 몰입을 도우려 배우들이 사투리를 습득하는 방법은 때론 눈물겹다.

모델 출신 배우 주지훈은 영화 '암수살인'에서 경상도 사투리를 격렬하게 소화해 배역의 살기를 더한다. 그가 맡은 역은 살인범이었다. 블러썸픽쳐스 제공
모델 출신 배우 주지훈은 영화 '암수살인'에서 경상도 사투리를 격렬하게 소화해 배역의 살기를 더한다. 그가 맡은 역은 살인범이었다. 블러썸픽쳐스 제공

주지훈은 영화 ‘암수살인’(2018)을 촬영할 때 대본에 있는 자신의 모든 대사에 말할 때의 높낮이를 일일이 표시했다. 배역의 경상도 사투리를 자연스럽게 소화하기 위해 중국어 성조처럼 대사에 자신만의 표기를 해 억양까지 통째로 외운 것이다. ‘암수살인’의 김태균 감독에 따르면 주지훈의 대본은 ‘악보’ 같았다.

완벽한 사투리 구사를 위해 현지 생활을 감행하기도 한다. 영화 ‘선생 김봉두’(2003)에 출연한 일부 아역 배우들은 영화의 주 배경인 강원도에서 두 달 동안 학교에 다녔다. 강원도 사투리뿐 아니라 지역의 정서를 몸에 익히기 위해서였다.

사투리를 가르치는 일은 누군가에게 ‘목숨’을 건 전투가 될 때도 있다. 영화 ‘공작’(2018) 등 북한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위해 함경도, 평안도 북한 사투리를 배우들에게 가르치는 선생은 대부분 탈북자다. 여러 드라마와 영화에서 배우들에게 북한말을 가르친 탈북자 A씨는 “(신분이) 노출되면 위험하다”며 정중히 인터뷰를 고사했다.

애니메이션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2: 새로운 낙원’에서 초식공룡 싸이는 경상도 사투리를 쓴다. 배우 김성균이 목소리 연기를 했다. 드림써치씨앤씨 제공
애니메이션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2: 새로운 낙원’에서 초식공룡 싸이는 경상도 사투리를 쓴다. 배우 김성균이 목소리 연기를 했다. 드림써치씨앤씨 제공

사투리는 어린이들에게 친근함을 주는 수단으로 요즘 애니메이션에서 각광받는다. ‘점박이 한반동의 공룡2: 새로운 낙원’(2018ㆍ’점박이2’)에서 초식공룡 싸이는 “내만 냅두고 즈그들끼리 어디로 갔노(나만 놔두고 자기들끼리 어디로 갔나)”라며 경상도 사투리를 쓴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2013)에서 삼천포 역을 맡아 맛깔스러운 사투리를 선보인 김성균이 공룡의 목소리를 연기했다.

‘점박이2’를 찍은 한상호 EBS PD는 “모험 영화라 결이 다른 공룡 캐릭터들이 서로 다른 말로 대사를 주고받으면 재미있겠다 싶어 사투리를 활용했다”며 “김성균이 먼저 사투리로 녹음을 한 뒤 영상 제작을 해 공룡 캐릭터 표정 등이 더 순박하게 표현됐다”고 말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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