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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생 분탕질” 경찰 성평등 강사 주장에 교육생 “준비 부실”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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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생 분탕질” 경찰 성평등 강사 주장에 교육생 “준비 부실” 반발

입력
2019.06.04 16:37
수정
2019.06.04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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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공단 간부 A씨 “객관적 자료로 논리적인 강의했어야”

경찰 고위직과 공공기관 간부를 대상으로 한 성 평등 강의에서 교육생들이 분탕질을 쳤다는 권수현 박사의 주장에 교육을 들었다는 건강보험공단 간부 A씨가 반박하며 페이스북에 올린 글. 인터넷 캡쳐
경찰 고위직과 공공기관 간부를 대상으로 한 성 평등 강의에서 교육생들이 분탕질을 쳤다는 권수현 박사의 주장에 교육을 들었다는 건강보험공단 간부 A씨가 반박하며 페이스북에 올린 글. 인터넷 캡쳐

경찰 고위직과 공공기관 간부를 대상으로 한 성평등 교육 과정에서 발생한 교육 태도 논란을 두고 강사와 교육생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교육 도중 교육생들이 ‘분탕질’을 했다는 강사의 주장에 한 교육생이 “교육이 강압적이었다”고 반발하고 나서면서다. 경찰청장도 교육 태도에 문제가 있었다며 경찰 교육생들에게 주의 조치를 취할 정도였지만, 이 교육생은 강사의 일방적인 태도가 부적절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9일 충남 아산 경찰대에서는 경찰 총경 승진 예정자 57명과 정부 부처 및 공공기관 간부 14명 등 71명 대상 성평등 교육이 있었다. 강사로 나선 여성학자 권모 박사는 강의 후인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교육생들의 태도를 “분탕질”이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솔직히 토할 것 같다”고도 했다.

권 박사의 글에 따르면 “변화하는 치안 환경에 맞춰 성평등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 관리자로서 가지고 있는 고민이 무엇인지 조별 토의를 하라”고 안내하자 교육생들은 불만을 드러냈다. “피곤한데 귀찮게 토론시키지 말고 그냥 강의하고 일찍 끝내라”는 고함이 나왔다. 토론을 시작하라고 하자 15명 이상이 자리를 비웠고 “귀찮게 이런 거 왜 하냐” “졸리다, 커피나 마셔볼까”라는 불평이 곳곳에서 나왔다.

토론은 이어지지 못했고, 결국 강의로 전환됐다. ‘2017년 현재 경찰 조직 내 여성 비율이 11.1%’라는 자료화면이 나오자 다른 공공기관 출신 교육생은 “우리 조직은 여성 비율이 50%다.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어야 하냐”라고 반발했다고 한다. “여경 비율 증가 추이를 보여주지 않고 이 통계만 언급하느냐” “여기서 이 이야기를 왜 듣고 있어야 하냐” 등 비아냥도 쏟아졌다고 한다.

권 박사는 “이들의 의도는 분명했다. 50대 여자 박사인 강사와 그 강사가 전달하고자 하는 지식의 권위를 깎아 내리고, 성평등이라는 주제 자체를 조롱하는 것이었다”며 “이 사람들을 이대로 기관장, 임원, 총경으로 승진시켜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들은 관리자가 반드시 이수해야 할 성평등 역량 향상 과정을 제대로 이수하지 않았다. 이들이 내게 성평등 교육 이수 확인증을 요구한다면 나는 거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민갑룡 경찰청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당시 교육 분위기가 강연자가 문제 제기한 내용과 크게 어긋나진 않는 듯 하다”며 “교육생들의 자세에 부주의한 측면이 있어서 주의 조치를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권 박사의 글이 이슈가 되자 이날 교육을 받았다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간부 A씨는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권 박사의 주장을 반박하는 글을 올렸다. “나는 전문가이기 때문에 너희들은 무조건 전문가 말을 수용해야 한다는 교수님의 감정적 편견과 권위적이고 강압적인 강의 내용은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A씨는 “양성 평등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 학문적인 연구의 결과물과 국내외 문헌, 다양한 직군의 경찰들에 대한 분석 등 객관적인 자료로 논리적인 강의를 했어야 했다”며 “그러나 (권 박사는) 소수의 구성원들이 관리자에게 바라는 사항에 대해 그게 조직 전체의 의견인 양, 경찰 관리자는 성희롱이나 하면서 이유 없이 양성 평등에 역행하는 것처럼 비하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경찰 지휘부의 남성 비율이 제한돼야 하며, 여성 경찰 및 여성 경찰 관리자 비율을 절반 이상 확보해야 한다’고 강요했으며, ‘여경이라는 표현도 써서는 안 된다’며 개인적인 의사 표현도 했다”고 말했다. 또 “여성 경찰 비율이 11.1%라는 통계의 출처가 어디인지 묻는 교육생의 질문에 ‘내가 만든 자료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다’고 답변했다”며 불성실한 준비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런 논란에 대해 당시 강의를 참관한 경찰인재개발원 인권 강의 담당 경찰관 B씨는 한국일보에 “A씨의 진술 내용은 사실과 많이 다르다”고 알려왔다. A씨가 무례한 태도를 보였지만 권 박사는 “토론 수업이 싫으면 강의식으로 하겠다. 주제도 교육생들이 관심 있는 부분을 선택해주시면 그걸 먼저 하겠다”고 했다고 B씨는 말했다.

아울러 B씨는 “A씨가 내가 이 자리에 왜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항의했을 때도 권 박사는 외부기관 분이 계신지 몰랐다며 죄송하다고 했고, 경찰 통계를 어디서 가져온 것이냐고 물었을 때도 권 박사는 경찰청에서 제공한 공식통계라고 차분하게 답변했다”고 밝혔다. 그는 “A씨가 나간 후 강의는 잘 진행됐고, 유익하고 좋았던 강의였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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