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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관리 나선 이재용 "시스템 반도체, 과감히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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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관리 나선 이재용 "시스템 반도체, 과감히 투자"

입력
2019.06.02 16:33
수정
2019.06.02 18:5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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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경쟁력 위해 투자해야” 강조

이재용(왼쪽 두번째)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일 경기 화성사업장에서 경영환경 점검·대책 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이동훈(왼쪽 첫번째)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김기남(왼쪽 세번째) 삼성전자 DS부문 부회장, 정은승 삼성전자 DS부문 파운드리 사업부장(사장)과 함께 사무실로 이동하고 있다. 삼성전자 블라인드 캡처
이재용(왼쪽 두번째)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일 경기 화성사업장에서 경영환경 점검·대책 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이동훈(왼쪽 첫번째)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김기남(왼쪽 세번째) 삼성전자 DS부문 부회장, 정은승 삼성전자 DS부문 파운드리 사업부장(사장)과 함께 사무실로 이동하고 있다. 삼성전자 블라인드 캡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계열사 사장단을 지난 주말 긴급 소집했다. 삼성전자의 핵심 사업 부문인 반도체가 메모리 수요 둔화 등으로 흔들리고 있는데다 미ㆍ중 무역분쟁까지 각종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직접 전면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목표로 제시했던 ‘시스템반도체 1등’을 달성하기 위한 과감한 투자를 다시금 강조하고 독려했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토요일인 지난 1일 경기 화성사업장에서 핵심 경영진들과 글로벌 경영환경을 점검하는 대책 회의를 열었다고 2일 밝혔다. 주말에 사장단 회의가 소집된 건 이례적인 일로, 점심시간 직후 4시간 가량 진행된 이날 회의에는 삼성전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김기남 부회장과 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사장),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 정은승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등이 참석했다.

◇“반도체 기술 ‘초격차’ 반드시 지켜야”

이 부회장은 사장단을 마주한 자리에서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삼성이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은 장기적이고 근원적인 기술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삼성 반도체 경쟁력을 유지할 ‘초격차’를 강조했다. 그는 “삼성은 4차 산업혁명의 ‘엔진’인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2030년 세계 1등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며 “이를 위해 마련한 133조원 투자 계획의 집행에도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6조2,300억원으로 작년 1분기와 비교하면 60.2% 감소했다. 2016년 3분기(5조2,000억원) 이후 10분기 만에 최저 기록이자, 역대 최고 실적을 올린 지난해 3분기 17조5,700억원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초라한 성적표다.

무엇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겹악재’ 영향이 컸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수요 둔화로 가격이 급락하면서 반도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4.3% 감소한 4조1,200억원에 그쳤다. 삼성이 시장 불안정성이 큰 메모리 반도체 의존도를 줄이고 변동성이 크지 않은 시스템 반도체 생산을 적극 늘리려는 배경이기도 하다. 1분기 디스플레이 영업이익은 스마트폰 시장 침체로 인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출하량 감소와 중국 제조사들의 물량 공세에 따른 액정디스플레이(LCD) 패널 가격 하락 등으로 5,6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당장 회복세로 돌아설 분위기도 아니다. 미국의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제재로 불거진 미ㆍ중 무역분쟁은 삼성의 셈법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추격 중인 화웨이의 입지가 좁아진다면 스마트폰 사업에서는 ‘반사 효과’가 기대되기도 하지만 화웨이가 삼성전자로부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을 공급받는 거래업체라는 점에서 삼성에게는 분명 불안요소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반도체 수퍼사이클 종료로 커지는 위기감에 미국 통상압박까지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이 부회장이 우수 인재 육성과 대규모 투자를 강조하며 위기관리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실제 이 부회장은 이날 “지난 50년간 지속적 혁신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은 어려운 시기에도 중단하지 않았던 미래를 위한 투자였다”며 “작년에 발표한 3년간 180조원 투자와 4만명 채용 계획은 틀림없이 추진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활성화에도 기여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투자, 일자리 강조한 ‘전략적 일정’?

이 부회장의 국내 사업장 방문 일정이 공개된 건 지난 1월 3일 경기 수원사업장 ITㆍ모바일(IM)부문 경영진 회의와 4일 기흥사업장 DS부문 경영진 회의 후 5개월여 만이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이번 회의에서 투자, 고용 등을 재차 언급하면서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한 것을 두고 삼성바이오로직스 검찰 수사, 이달로 예정된 이 부회장 대법원 선고 등 최근 일련의 상황을 고려한 내부 동요를 다잡기 위한 ‘전략적 일정’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회의에 참석했던 김기남 부회장은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 방향을 정하고, 동시에 수백 조원대의 대규모 투자를 차질 없이 추진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으며, 사장들도 공감하며 다시 한번 각오를 다졌다”고 설명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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