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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오” 외치니 6만명이 떼창… BTS ‘팝의 성지’ 웸블리 점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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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오” 외치니 6만명이 떼창… BTS ‘팝의 성지’ 웸블리 점령

입력
2019.06.02 15:38
수정
2019.06.02 19:17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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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어권 가수로는 첫 공연… 6만 좌석 매진

전 세계에 실시간 중계, 동시접속자 14만명 기염

아이돌 방탄소년단이 1일(현지시간) 오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월드투어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 공연을 펼치고 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이돌 방탄소년단이 1일(현지시간) 오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월드투어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 공연을 펼치고 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1일(현지시간) 오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이돌 방탄소년단 월드투어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 공연 객석이 가득 차 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1일(현지시간) 오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이돌 방탄소년단 월드투어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 공연 객석이 가득 차 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마침내 ‘팝의 성지’에 섰다. 월드스타로 발돋움한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K팝 역사의 새 장을 열었다.

방탄소년단은 1일 오후(현지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월드투어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 무대를 펼쳤다. 웸블리 스타디움은 팝의 전설 비틀스와 마이클 잭슨 등 세계적인 가수만 공연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한국 극장가에서 993만 관객을 모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결말부에 나오는 퀸의 ‘라이브 에이드’ 공연 장면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한국 가수가 이곳에서 단독 공연을 하기는 방탄소년단이 처음이다. 음악시장 규모가 한국의 5배인 일본도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공연한 가수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비(非)영어권 가수로서 팝의 성지에 첫 입성한 셈이다. 방탄소년단의 공연은 전석(6만석) 매진이었다.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을 매진시킨 가수는 방탄소년단을 포함해 역사상 12개 팀에 불과하다. 방탄소년단은 2일 같은 장소에서 또 6만 관객을 상대로 공연을 한다.

그간 한국 가수가 여러 차례 영국 진출을 시도했으나 2만명 규모 공연장 무대에 만족해야 했다. 웸블리 스타디움은 영국 대중음악계 상징성 때문에 공연 허가조차 쉽게 나지 않는 곳이다. 방탄소년단도 지난해까진 꿈조차 꾸지 못했던 무대다. 멤버 슈가는 이날 공연 전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어린 시절 친형과 함께 ‘라이브 에이드’ 영상을 자주 봤었다”며 “TV로만 보던 웸블리에서 공연을 한다는 생각에 잠을 설칠 정도로 마음이 설레고 즐거웠다”고 밝혔다.

방탄소년단의 들뜬 마음은 무대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멤버 모두 세계적인 무대에 오르게 됐다는 사실에 격앙된 표정이었다. 영국식 악센트로 6만 관중에게 인사를 건네면서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RM은 “영국은 음악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고, 콜드플레이 등 훌륭한 가수가 탄생한 국가”라며 “그만큼 이곳은 큰 벽처럼 느껴졌지만, 오늘 밤 방탄소년단과 ‘아미’(방탄소년단 팬)는 해냈다”고 말했다. 진은 ‘라이브 에이드’에서 공연한 퀸의 프레디 머큐리처럼 팬들과 함께 “에~오”를 외치기도 했다. 이날 RM은 같은 시각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출전한 토트넘 핫스퍼의 손흥민을 응원하기 위해 ‘SON’이 적힌 모자를 쓰고 노래 ‘앙팡맨’ 공연을 했다.

이날 공연은 볼거리가 넘쳐났다. 대형 페스티벌을 방불케 했다. 이번 월드투어의 트레이드마크인 흑표범 조각상과 함께 등장한 방탄소년단은 고대 그리스 신전처럼 꾸며진 무대에서 노래 ‘디오니소스’로 공연을 시작했다. 멤버 정국은 공중그네를 타고 스타디움 안을 날아다니며 솔로곡 ‘유로피아’를 불렀고, 지민은 대형 스노볼 안에 앉아서 ‘세렌디피티’ 무대를 시작했다. 증강현실을 이용해 RM의 ‘트리비아 승: 러브’를 그려내는 등 스크린을 통한 시각적 체험도 다양했다. 진은 “이번 콘서트는 축제처럼 구성하고 싶어서 세트리스트(선곡) 구성 과정에서 많은 회의를 했다”며 “방탄소년단이 지금까지 낸 모든 곡을 살펴보면서, 신나는 음악을 많이 집어넣었다”고 설명했다.

아이돌 방탄소년단이 1일(현지시간) 오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월드투어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 공연 전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이돌 방탄소년단이 1일(현지시간) 오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월드투어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 공연 전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31일 오후(현지시간) 영국 런던 피커딜리 서커스 광장에 방탄소년단(BTS) 세계 팬들이 방탄소년단이 출연하는 현대자동차 팰리세이드 광고를 보고 있다. 런던=연합뉴스
31일 오후(현지시간) 영국 런던 피커딜리 서커스 광장에 방탄소년단(BTS) 세계 팬들이 방탄소년단이 출연하는 현대자동차 팰리세이드 광고를 보고 있다. 런던=연합뉴스

웸블리 스타디움에 미처 가지 못한 팬도 공연을 즐겼다. 네이버 실시간 동영상 서비스 브이라이브 플러스를 통해 이날 공연이 전 세계에 생중계된 덕분이다. 시청료는 3만3,000원이었지만, 동시접속자가 14만명을 넘기는 기록을 세웠다. 간접적으로나마 역사적인 공연을 함께하려는 팬들의 열망이 반영됐다. 일본은 도쿄 등 전국 극장 300여 곳에서 ‘딜레이 뷰잉’(녹화공연 상영)이 함께 열렸다. 방탄소년단도 공연 중간중간 온라인 관객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 RM은 “전 세계 수십만 명의 팬들이 동시에 고화질로 공연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혁신적이면서 이례적인 일”이라며 “멤버 모두 상당히 고무됐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은 이날 ‘21세기 비틀스’라는 수식어가 과장이 아님을 증명했다. 전 세계에서 온 팬 ‘아미’는 공연 시작 전부터 이들의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춤을 췄으며, 그들의 행동과 표정 하나하나에 환호성을 질렀다. 방탄소년단을 향한 열렬한 팬덤은 비틀스와 비교되기도 한다. 비틀스가 1964년 ‘브리티시 인베이전’(영국 가수의 미국 음악 시장 공략)을 시작했듯, 방탄소년단이 ‘코리안 인베이전’(한국 가수의 서구 음악 시장 공략)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RM은 기자회견에서 “2019년 현재 활동하는 가수 모두에게 영향을 끼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음악적 혁신을 이룬 밴드가 비틀스”라며 “그런 분들과 단 한 번만이라도 비견될 수 있다는 것이 과분한 영광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동시에 겸손히 열심히 하자는 말을 되새기게 된다”고도 말했다. 진은 “우리의 음악을 듣고 공유하기 위해 한글을 배우는 팬들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아미’의 열띤 모습은 방탄소년단의 위상을 대변했다. 이날 웸블리 스타디움은 오전부터 팬들로 가득했다. 지하철 웸블리 파크 역부터 웸블리 스타디움까지 이어진 500m 거리 올림픽 웨이에는 팬들의 즉석 공연이 곳곳에서 펼쳐졌다. 6만명이 한꺼번에 모이는 바람에 다소 혼잡했으나, 별다른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굿즈(상품)를 사기 위해 이날 오전 4시30분 웸블리 스타디움에 도착한 오스트리아인 아니카 로스(16)양은 “방탄소년단 인생 최고 무대가 웸블리 공연이 될 수 있도록 팬 ‘아미’ 모두 노력했다”며 “팬이 항상 그들 곁에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팬들은 공연 막바지에 ‘힘들 땐 우리가 함께 걸어온 길을 돌아봐’라고 적힌 손 팻말을 펼쳐 보이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은 꿈처럼 여겨지던 목표를 하나씩 이뤄나가고 있다. 슈가는 지난해 5월 앨범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과 앨범 차트 ‘빌보드 200’ 1위는 물론, 전 세계 스타디움 투어와 그래미 어워즈에도 가보고 싶다”며 “세계에서 가장 능력 있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의 다음 꿈은 영국의 세계적인 가수와 컬래버레이션을 하는 것이다. 뷔는 “차에 탈 때마다 콜드플레이를 들을 정도로 좋아하기에, 기회가 되면 함께 작업하고 싶다”고 말했다. RM은 “폴 매카트니와 협업을 할 수 있으면 영광일 것이다”라고 밝혔다.

런던=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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