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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배출권 이월 제한 추진에… 환경단체 등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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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배출권 이월 제한 추진에… 환경단체 등 반발

입력
2019.06.03 04:4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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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량 줄고 가격 폭등에 보유 1년 넘으면 거래 제한하기로

배출 많은 전력업계 등 환영… 환경단체 “감축 의지 떨어뜨려”

2018년 현재 온실가스 배출권 현황. 그래픽=김경진기자
2018년 현재 온실가스 배출권 현황. 그래픽=김경진기자

온실가스(탄소) 배출권 거래량이 감소하면서, 정부가 거래 활성화를 위해 배출권 이월을 제한하는 방안을 내놓자 배출권이 남아있는 여유업체와 환경단체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온실가스를 선제적으로 감축해 배출권 여유분을 가진 업체들보다 온실가스 감축 실적이 좋지 않은 기업들에게 득이 되는 조치로, 온실가스ㆍ미세먼지 감축 정책에 역행한다는 것이다.

2015년 1월 도입된 배출권거래제는 정부가 발전사, 철강업체 등 온실가스 배출 업체들에게 배출권을 할당한 뒤 할당범위 내에서 배출할 경우 배출권 여유분을 팔거나, 할당범위를 넘어설 경우 부족분을 사들일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하지만 환경부가 지난달 ‘제2차 계획기간(2018~2020년) 국가배출권 할당계획 변경안’을 내놓으며 이행연도 간 배출권 이월을 제한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기존 규정은 계획기간(3년 내)을 넘어서면 배출권을 사거나 팔 수는 없으되 계획기간 내에는 배출권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었지만, 변경계획에 따르면 배출권을 보유한 지 1년이 넘으면 배출권 거래를 크게 제한한다. 배출권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셈이다.

정부가 이런 조치를 취한건 배출권 거래량이 급감, 가격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제1차 계획기간 첫 해였던 2015년 톤당 1만원 안팎이었던 배출권 가격은 지난달 2만9,300원까지 뛰었다. 배출권이 남는 업체들이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고 물량을 내놓지 않으면서다. 배출권 보유량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기업은 초과한 만큼 배출권을 사들이거나, 배출권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배출권 시장 가격의 3배에 이르는 과징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지난달 20일 배출권 보유 기간을 제한하는 계획이 발표되자 배출권 가격은 2만5,500원으로 곤두박질쳤다. 환경부는 이번 개정안으로 거래량을 늘려 최소한의 시장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개정안을 가장 반기는 쪽은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전력업계다. 대표적인 배출권 부족업체인 한국전력의 자회사인 한국남동발전의 김진수 기후환경부장은 최근 관련 토론회에서 “190개 업체에서 총 1,357만톤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남동발전이 그 중 약 300만톤을 차지한다”며 “모든 직원이 배출권이 남는 업체를 찾아 다니며 팔아달라고 부탁했으나 팔려는 업체가 많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확대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 하고 있지만 실제 효과가 나오는 건 2025년쯤이 될 것”이라며 “이전까지는 감축 수단이 없어 배출권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정부 정책에 반색했다.

반면 환경단체들은 이번 조치가 기업들의 온실가스 감축 의지를 떨어뜨린다고 비판하고 있다. 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은 “배출권 제도의 첫 번째 목표는 기업들이 온실가스 배출 감축 투자에 나서도록 하는 것인데 이번 조치는 그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소영 기후솔루션 부대표도 “(배출권 이월 제한은)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을 살리기 위해 감축을 많이 한 기업에 규제와 불이익을 가하는 조치”라며 “정부가 나서서 시장 가격을 낮추고 온실가스 다배출기업을 보호하면 누가 온실가스 감축에 투자를 하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개입을 경계하면서도 배출권 시장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선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이지웅 부경대 경제학부 교수는 “유럽연합(EU)도 배출권 거래 문제에 개입한 적이 있어서 정부 개입이 완전히 잘못됐다고 할 순 없다”면서도 “향후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민간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덜 미칠 수 있는 개선 방안을 지금부터라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이재 환경부 기후경제과장은 “이번 조치로 590만톤 정도가 시장에 공급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규정 변경은 부족한 물량 전체를 해결해 배출권 부족 업체들을 살리겠다는 의도가 아니라 최소한의 시장 유동성을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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