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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사가’ 된 봉준호 감독… ‘변장’ 준비하는 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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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사가’ 된 봉준호 감독… ‘변장’ 준비하는 거장

입력
2019.05.28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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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호 감독이 28일 서울 용산구 한 멀티플렉스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 언론시사회에서 배우 최우식의 질의·응답 모습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고 있다. 연합뉴스
준호 감독이 28일 서울 용산구 한 멀티플렉스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 언론시사회에서 배우 최우식의 질의·응답 모습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고 있다. 연합뉴스

‘기생충’으로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감독의 다음은 무엇일까. 봉준호 감독은 ‘변장’을 준비하고 있었다. “칸은 과거가 됐습니다. 이제 한국 관객들과 만나게 됐고, 그 소감이 궁금합니다. 가벼운 분장을 하고 작은 극장을 찾아가려 합니다. 관객처럼 티켓을 사서 극장에 정성스럽게 와주신 진짜 관객 틈바구니에서 그분들이 쏙닥쏙닥하는 얘기가 궁금합니다.” 봉 감독이 28일 서울 용산구 한 멀티플렉스에서 열린 ‘기생충’ 언론시사회에서 한 말이다.

세계 영화계의 거장이 된 감독은 소박했다. 순간의 재미를 놓치지 않으려는 익살꾼이기도 했다. 봉 감독은 기자간담회 도중 휴대폰을 꺼내 배우 최우식의 사진을 찍었다. 최우식이 영화에서 그의 아버지 역으로 나온 송강호에 극에서 연기를 지도하는 장면을 찍은 소감을 답하며 어쩔 줄 모르는 상황에서의 돌발 행동이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봉 감독의 행보처럼 ‘기생충’은 독특한 영화다. ‘기생충’은 두 가족의 양극화를 통해 신자유주의의 그늘을 뼈아프게 풍자한다. 허를 찌르는 반전에 블랙코미디의 웃음과 슬픔이 공존한다. 영화에선 배우들이 집과 밖의 계단을 오르내리는 수직적 이미지들이 가득하다. 봉 감독은 자본주의에서 계층 이동의 판타지를 들추며 사회적 메시지에 잔뜩 날을 벼리면서도 드라마처럼 ‘편안한’ 구성과 이야기 흐름으로 관객을 쉽게 극으로 이끈다. 리얼리티적 뼈대에 스릴러적 요소를 더해 기묘한 분위기를 내는, 봉 감독 특유의 연출도 돋보인다. 봉 감독은 ‘기생충’으로 “양극화라는 경제 사회적 단어를 동원하지 않더라도 우리 일상에서 만나는 부자와 가난한 자의 모습을 솔직하게 담아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감독은 영화로 극단으로 치달은 ‘혐오사회’에 인간의 존엄성을 일깨운다. 봉 감독은 “인간에 대한 예의를 어느 정도 지키느냐에 따라 영화 제목처럼 기생이냐, 좋은 의미의 공생이냐로 갈라질 수 있다”며 “‘기생충’은 인간에 대한 예의와 존엄에 대한 영화”라고 소개했다.

봉 감독은 ‘기생충’ 시나리오를 2013년부터 썼다. ‘설국열차’ 후반 작업을 할 때다. 봉 감독은 “가난한 4인 가족과 부유한 4인 가족이 기묘한 인연으로 얽히는 것이 최초의 출발점이었다”면서 “‘설국열차’가 부자와 가난한 자들의 이야기를 SF적으로 풀었다면, ‘기생충’은 일상과 현실에서 가까운 기본적인 단위인 가족을 중심으로 (빈부격차를) 펼쳐보면 어떨지 생각했다”고 제작 과정을 들려줬다.

‘기생충’에서 기우(최우식)와 기정(박소담)은 사회에서 ‘투명인간’에 가깝다. 그들이 현실에서 존재를 인정받는 유일한 방법은 ‘현실의 왜곡’이다. ‘88만원 세대’의 고달픈 삶이 영화에 투영됐다. 봉 감독은 “잘 되고 싶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잖나”라며 “젊은 세대들의 슬픔과 두려움을 담아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에선 ‘냄새’가 계급을 구분 짓는 상징으로 활용된다. 봉 감독은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은 서로의 냄새를 맡을 기회가 없다. 비행기를 탈 때도, 식당이나 일하는 곳에서도 동선이 겹치지 않기 때문”이라며 “서로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연속적 상황으로 날카롭고 예민한 분위기를 보여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봉 감독은 ‘기생충’에서 작사가에 도전했다. 영화에 삽입한 곡의 노랫말을 직접 썼다. 노래는 최우식이 불렀다. 봉 감독은 “꾸역꾸역 살아가는 우식의 느낌이 담긴 노래가 젊은 세대에게 하고 싶은 말의 일부”라고 말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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