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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블리’ 임지현은 어떻게 검찰 수사까지 받게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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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블리’ 임지현은 어떻게 검찰 수사까지 받게 됐나

입력
2019.05.28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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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블리' 사태로 SNS 쇼핑몰 운영에 관한 제도적 점검 장치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임블리' 사태로 SNS 쇼핑몰 운영에 관한 제도적 점검 장치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곰팡이 호박즙’ 논란으로 촉발된 유명 온라인쇼핑몰 ‘임블리’ 사태가 새 국면을 맞았다. 한 시민단체가 27일 임블리를 식품위생법·화장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다. 앞서 20일 인플루언서 임지현(32)씨가 임블리 상무 직을 사퇴했지만, 대중의 분노는 여전한 셈이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84만명, 연 매출 1,000억원 대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하던 임블리는 어쩌다 대중의 미움을 사게 됐을까.

◇‘호박즙 곰팡이’ 논란에 댓글창 차단

시작은 한 소비자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이었다. 임블리에서 호박즙을 구매한 이 소비자는 지난달 2일 올린 글에서 “호박즙의 입구와 뚜껑에서 곰팡이가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이 소비자에 따르면 임블리는 “환불은 어렵고 먹은 것에 대해서는 확인이 안 되니 남은 수량과 폐기한 한 개에 대해서만 교환해주겠다”고 안내했다.

SNS를 통해 논란이 확산되자 임블리는 환불 불가 입장을 거두고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환불 조치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임씨가 자신의 SNS에 글을 쓸 수 없도록 댓글창을 폐쇄하면서 비난이 커졌다. 소통을 무기로 사업을 확장한 임씨가 정작 궁지에 몰리자 고객을 외면했다는 지적이었다. 임씨는 SNS에서 “사실이 아닌 추측성 댓글이 난무해 고객에게 혼란을 주고 있어 댓글창을 차단했다”고 해명했다.

SNS 쇼핑몰 '임블리'에서 호박즙을 구매한 한 소비자는 "호박즘 입구에서 곰팡이가 발견됐다"며 SNS에 인증 사진을 게재했다. SNS 화면 캡처
SNS 쇼핑몰 '임블리'에서 호박즙을 구매한 한 소비자는 "호박즘 입구에서 곰팡이가 발견됐다"며 SNS에 인증 사진을 게재했다. SNS 화면 캡처

◇추가 불만 봇물처럼 터져 나와

추가 대응에 실패하면서 또 다른 제보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임블리가 주력으로 판매해온 화장품 ‘인진쑥 밸런스 에센스’와 샤워필터에서도 곰팡이가 발견됐다는 주장이었다. 이어 명품 브랜드 카피, 동대문 의류도매업체 갑질 등 각종 논란이 쏟아져 나왔다. 가방끈 관련 문의에 “끈을 잘라서 쓰고, 천이 풀리면 묶어서 쓰라”고 안내하는 등 안일한 고객 대응에 관한 지적도 이어졌다. 피해 사례는 SNS 안티 계정 ‘임블리 쏘리’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임블리는 각종 의혹에 강경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난달 15일 SNS를 통해 “허위사실을 제보하고 이를 확인 없이 게시하거나, 당사 임직원에 대한 비방을 목적으로 근거 없는 모욕적 발언을 한 글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알렸다.

임지현씨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영상을 통해 ‘임블리’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관해 해명했다. 유튜브 영상 캡처
임지현씨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영상을 통해 ‘임블리’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관해 해명했다. 유튜브 영상 캡처

◇“초심으로 돌아가겠다” 영상 사과…상무 직 사퇴도

그래도 비판 여론이 가라앉지 않자 임씨는 지난달 16일 유튜브에 약 40분 분량의 영상을 올리고 그동안 제기된 의혹을 조목조목 해명했다. 임씨는 영상에서 명품 카피 의혹에 대해선 “판매하는 상품은 다른 브랜드를 사전 조사하면서 모티브를 얻은 제품”이라며 “’다른 브랜드도 그렇게 하니 괜찮다’는 안일한 생각으로 판매했다”고 사과했다. 그는 “임블리가 성장하면서 다른 것을 보지 못하고, 시스템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며 “힘든 만큼 이번 기회에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덧붙였다.

경영 위기에 내몰리자 임블리 모회사인 부건에프엔씨는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사과했다. 임씨의 남편인 박준성 부건에프엔씨 대표는 임씨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발표하고, 전문 경영인 체제를 도입해 운영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또 제품 안전성 논란이 일었던 식품 부문 사업을 중단하고 주력 분야인 패션과 화장품 사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러나 호박즙 곰팡이 논란 당시 미온적인 초기 대응으로 쌓인 불신을 걷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박준성 부건에프엔씨 대표가 20일 서울 금천구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제품 안전성 등 논란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준성 부건에프엔씨 대표가 20일 서울 금천구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제품 안전성 등 논란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수사로 번진 사태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27일 임씨와 박 대표를 식품위생법과 화장품법 위반, 사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 단체는 “(임블리가) 소비자가 사과와 환불을 요구함에도 이를 무시하고 우롱하며 기만하는 파렴치한 언행으로 일관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은 사건을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일부 피해자들은 임블리 화장품으로 화농성 피부 염증 등 피해를 입었다며 집단 소송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부건에프엔씨 측은 28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앞으로의 수사 과정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얘기밖에 드릴 말씀이 없다”며 “집단소송의 경우 법원에서 판가름이 날 것”이라고 했다.

이에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임블리를 포함한 SNS 쇼핑몰에 대해 전자상거래법 위반 여부 등을 확인하는 조사에 들어갔다고 26일 밝혔다. 제품 정보 제공, 환불 규정 준수 등의 거래 실태를 파악해 제재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임블리 사태는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SNS 쇼핑몰의 부작용에 대해 새로운 시사점을 던지기도 했다. SNS 쇼핑몰과 같은 새로운 유통 플랫폼을 관리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은 “소량이라도 제품을 판매하는 경우 사업자등록을 해야 하지만,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은 채 영업 중인 곳이 상당하다”며 “SNS 쇼핑몰이 정상적인 사업자로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법적인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소라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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